I. 들어가며
톰 올리버(Tom Oliver, 2022)는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에서 인간은 신체적, 심리적, 문화적 차원에서 본질적으로 상호연결된 존재임을 강조한다. 인간은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거쳐 청장년기, 그리고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가족, 이웃, 공동체, 사회적 환경 등 다층적 관계망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형성한다. 따라서 이들과의 관계 약화나 단절은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 위협받는 상황을 의미하며, 이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으로 이어진다. 특히, 현대사회는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이른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로 진입하였으나, 그 이면에서는 정서적 단절 및 관계의 피상화 등이 심화되면서 개인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부상하였다.
한국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압축적 성장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가족구조의 변화와 공동체 기능의 약화, 저출생·고령화 및 1인 가구의 급증 등 사회구조적 변동을 겪어왔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삶의 방식뿐 아니라, 생애주기별 주요 사건(출산, 결혼, 취업, 은퇴, 생애말기 돌봄, 죽음 등)의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각 생애주기별 단계에서 경험한 위기에 대하여 완충할 수 있는 사회적 돌봄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을 때, 개인은 자신이 처한 개인적·사회적 맥락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의 고립을 경험한다. 돌봄 책임이 개인과 가족에게 과도하게 전가되는 사회적 상황에서 개인은 사회적 관계망으로부터 점차 이탈하게 되며, 이러한 단절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현상 중 하나가 고독사이다.
정부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고독사 예방법)을 2021년에 제정하여 고독사 예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으나, 현행 정책은 여전히 ‘물리적 독거’와 ‘사후방치’라는 현상적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결과, 고독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다양한 사회적 단절의 구조와 돌봄의 공백을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중심의 고독사 예방 대책은 다인 가구 내 정서적 고립 등 잠재적 위험군을 정책적 대상에서 누락시키며, 고독사 예방을 위한 통합적 돌봄 체계 구축에 있어 실질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한 현재 고독사 정책은 특정 인구집단에 편중되어 있어서, 복지망 밖의 다양한 잠재적 위험군을 포착하지 못한다(신근화, 2023; 정세정·전지현, 2024). 더 나아가 청소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산재한 관련 법과 정책들은 주무 부처의 상이함으로 인해 분절적으로 존재함에 따라, 고독사 예방 정책의 실효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고독사 예방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위험군 위주의 제한된 발굴 시스템과 사후관리 대책을 넘어, 고독사에 대한 재개념화와 다학제간 연구에 기반한 이론적 접근이 선행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고독사를 개인의 취약성이 아닌 한국의 사회구조적 맥락에서 야기된 사회적 고립의 최종 산물로 파악하고, 이를 ‘사회적 죽음’으로 재개념화함으로써 현행 고독사 개념 및 논의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또한, 다학제적 문헌고찰 연구를 통해 전 생애주기에 걸친 사회적 고립 메커니즘을 탐색함으로써 한국사회의 고독사 지형도를 파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고독사의 잠재적 위험군을 새롭게 포착하고, 향후 지역사회 중심의 실효성 있는 고독사 예방 정책 개발에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고찰
‘고독사’라는 용어는 1970년대 일본에서 핵가족화와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던 시기에 처음 등장하였다. 언론에서는 독거노인이 방안에서 외롭게 사망한 사건을 반복적으로 보도하였고, ‘홀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쓸쓸한 죽음’의 의미로 사용하였다(이연수·이재모, 2015; 최윤주 외, 2023). 한국 사회에서도 2000년대 이후 인구구조의 변화, 가족해체, 경제 위기를 거치며, 독거노인의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였는데(권중돈, 2010; 권혁남, 2014; 송인주, 2016; 하석철·이선영, 2019), 정부는 2021년 ‘고독사 예방법’을 제정함으로써 이에 대응하였다. 그러나, 현행법상 고독사 정의는 ‘사회적 고립상태’를 고독사의 주요 원인으로 주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고립이 어떠한 과정속에서 형성되고 심화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개념규정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1)
고독사에 관한 법적 정의 및 개념은 고독사 대상 범위 선정과 발생요인을 설정하는 출발점이며, 고독사 실태조사 및 예방·대응 전략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따라서, ‘고독사’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단순한 용어정리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고독사라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관한 중요한 문제이다. 고독사 정의 및 개념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고독사가 발생하는 과정적 측면에서 고독사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그리고 고독사 개념에서 무엇이 중요한 요소인지 등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서로 다른 해석을 제시해 왔다. 권중돈(2010), 권혁남(2014), 송인주(2016), 하석철·이선영(2019) 등은 세대유형(1인 가구), 관계망 형태(사회적 고립 및 돌봄 부재), 사망장소(집 또는 주거지), 사망형태(자살 여부 및 홀로 죽음), 사후 방치기간 등을 고독사의 핵심 요소로 포함하였다.2)
하지만 기존 선행연구의 고독사 정의에 있어 고려된 주요 요소인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고독사 사례들(특히, 고독사 사각지대 사례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1인 가구’라는 고독사 정의조건은 ‘홀로 사는 가구’는 아니지만 ‘보호가 필요한 다인 가구’를 포괄하지 못하는 쟁점을 야기한다. 예를 들어 만성질환의 악화를 경험하고 있는 노인 부부세대, 장애아동을 돌보는 말기암 부모, 치매 노인과 함께 사는 알코올 중독 중년 남성 등은 1인 가구는 아니지만 주부양자 사망시 즉시 고립될 위험이 있다. 또한 숙박시설·고시원·쉼터·요양원 등 ‘비전형적 거주지’에서의 사망을 포함하지 못하는 쟁점을 발생시킨다. 특히, 요양원 거주 노인은 물리적으로는 독거가 아니나 가족으로부터 분리되어 실질적인 사회적 단절을 경험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고독사 위험군에서는 배제되어 있다.
따라서, 고독사 개념은 단순히 ‘혼자 죽는 죽음’이라는 물리적 단절을 넘어 정서적, 경제적, 제도적 등 다차원적 측면에서 사회적 단절을 경험하는 ‘사회적 죽음’ 개념으로 확장되어야 하며, 이는 본 연구의 핵심적인 이론적 기초가 된다. ‘사회적 죽음’으로서의 고독사 개념은 단순히 개인의 물리적 고립 상태에서 발생한 죽음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사회적 기반을 상실한 상태 혹은 이러한 상태가 죽음이라는 극단적 현상으로 발현된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배제, 돌봄 관계의 단절 등 다양한 사회적 고립 요인이 결합된 사회구조적 산물이다.
한국사회에서 초기 고독사 담론은 고독한 죽음(‘死’)에 집중하여, 사후 방치된 시신의 수습 및 고독사로 인한 방치된 시신이 발견되지 않도록 하는 고독사 대응 방안 마련에 집중하였다. 이후, 고독사 담론은 ‘사회적 고립’ 상태를 고독사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하고, ‘고독생’과 ‘고독사 고위험군’ 논의로 발전하였다(정순둘 외, 2023; 김수진·류주연, 2023; 조정민 외, 2024; 허원빈·오영삼, 2024; 이진숙·정희선, 2023). 하지만, 기존 선행연구들은 사회적 고립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저출생·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경제적 위기 등을 지적하는데 그쳐(정순둘 외, 2023; 김수진·류주연, 2023; 장민선, 2024; 고숙자 외, 2021), 변화된 사회구조와 돌봄 환경 속에서 야기된 생애주기 다양한 ‘사회적 고립’의 맥락들을 파악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반면, 해외 주요국들은 ‘고독사’라는 죽음현상 또는 결과보다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개념에 주목하며, 다양한 국가 전략들을 수립하고 있다(정순둘 외, 2023; Matthews T. et al., 2016).
외로움(loneliness)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으로 정의된다(표준국어대사전). 서영석 외 연구(2020)에서는 외로움의 본질적인 속성을 공허함, 비어 있음, 쓸쓸함 등 고통스러운 정서로 보고, ‘관계에 대한 욕구가 좌절 또는 결핍되었을 때, 그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경험이나 상황 및 맥락 등에 따라 느끼는 공허함과 쓸쓸함 등의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정서’로 정의한다. 영국 정부는 외로움을 자신이 원하는 사회적 수준과 실제 사회적 관계 수준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의 주관적 감정으로 규정하고, 이것이 신체적·정서적 건강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예방적 차원에서 관계성에 기반한 돌봄정책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3)(장민선, 2024; HM Government, 2018). 이와 같이, 해외 주요국들은 ‘외로움’을 단순히 개인의 감정이나 불행 문제로 다루지 않고, 초연결사회에서 발생하는 고립감에 의한 ‘사회적 질병’으로 규정한다(김수지·김순은, 2019; 신인철·최지원, 2020; 노리나 허츠, 2021).
반면, ‘사회적 고립’ 개념은 ‘외로움’과 구분되는 개념이지만 상호 연관된 개념으로, 개인의 사회적 관계의 질과 규모가 낮은 객관적 상태를 의미한다(장민선, 2024). 즉, 관계가 단절되거나 제한적 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를 말하며, 이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악화뿐 아니라,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한다4)(장민선, 2024; 안수정 외, 2023; Heinrich, L. M, & Gullone, E, 2006). 장민선(2024)과 박선희 외(2019) 선행연구에서는 사회적 단절의 유형을 객관적 사회적 고립과 주관적 사회적 고립으로 구분한다. 객관적 사회적 고립은 사회적 연결망의 크기, 접촉빈도 등 타인으로부터의 고립과 고립된 정도를 의미하며, 주관적 사회적 고립은 타인과의 관계의 질적 수준에 대한 지각, 사회적 지지의 결여, 인지된 외로움과 같은 주관적 인식을 의미한다. 유민상·신동훈(2021)의 연구에서는 사회적 고립을 ‘한 개인이 사회와 다차원적으로 고립된 상태’로 정의하며, 타인과의 사회적 연락, 사회적 자원, 개인 간 정서적 교류가 거의 없는 ‘외부적 단절’과 개인이 주관적으로 고립을 느낀다고 인지하는 ‘내부적 고립’으로 구분하였다.
이와 같은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개념의 검토는 현 고독사 정의에서 기술된 ‘사회적 고립’을 구체화하여, 고독사 예방정책 대상자 범위와 고독사 개념을 보다 확장된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고독사 예방법 개정시 앞에서 살펴본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개념을 토대로 사회적 고립 의미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고독사 개념의 명확화와 고독사 재정의 논의에 있어서 사회적 단절의 개념은 인간의 정서적 안정과 친밀감 형성에 필수적인 질적 관계망의 부재 상황을 포함해야 한다. 특히, 초연결사회에서 SNS 등 비대면적 관계에서는 정서적 고립이 은둔, 중독, 고립 등의 양상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사회적 고립양상을 외부적 고립(물리적/객관적 관계 단절)과 내부적 고립(정서적/주관적 관계 단절)의 이중 구조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러한 개념 구분의 세분화에 근거한 고독사 개념 확장은 고독사를 개별적·일시적 차원의 문제로 환원시키기보다, 생애 전과정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사회적 고립이 점차 심화되고 누적된 결과로 이해하는데 중요한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고독사에 관한 사회적 논의와 관련 선행연구들은 고독사 정책 대상별(청소년, 청년, 중장년, 노년) 혹은 관련 주제별 개별 학문을 중심으로 분절적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사회복지정책 분야의 연구는 오랫동안 노인의 고독사 문제에 집중되었다. 주요 연구 범위는 노인의 독거사, 노인의 고독생과 인권, 노인 고독사 예방 및 대책에 관한 주제들이다. 이후 고독사 실태조사를 통해 고독사 고위험군이 노인뿐 아니라, 청년과 중장년층으로 확대됨에 따라, 연구 대상 또한 청년·중장년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고독사 위험 요인 파악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따른 1인 가구의 고독사 실태와 돌봄 지원에 관한 논의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경향을 보였다(유민상·신동훈, 2021; 정순둘 외, 2023; 하석철·이선영, 2019; 권혁남, 2014; 고숙자 외, 2021; 김정희, 2018; 최승호 외, 2017). 한편, 정부의 고독사 실태조사는 초기에는 무연고 사망자 형사임장일지, 변사자 자료, 무연고 사망 등 기초 통계 조사 자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경찰청 형사사법 정보와 사회보장급여 기록을 연계한 분석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보건복지부, 2024). 법학 분야에서는 고독사 예방법 고찰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와 고독사 지방조례 분석 등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박미현, 2023; 배은경 외, 2023; 양천수, 2022, 임혜자·김동련, 2021). 이와 같이 고독사 연구 대상과 자료 범위는 점차 확대되어 왔으나, 변화된 사회환경속에서 개인의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다층적·복합적 요인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고독사’를 주제어로 한 기존 사회적 논의와 선행 연구의 주요 한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질병, 경제적 빈곤, 실직 등 개인의 취약성 요인을 중심으로 고독사 원인을 규명하는 경향이 강하여, 고독사 발생을 야기하는 현대사회의 사회구조적 맥락을 분석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둘째, 고독사를 1인 가구 중심의 문제로 접근함으로써, 동거 여부와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는 가족 내 관계 단절 및 갈등, 정서적 소외 등 다인 가구 내부의 ‘관계적 고립’과 같은 잠재적 위험요인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즉, ‘함께 살지만 돌봄이 부재한 상태’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고립을 설명하는데 한계를 드러낸다. 셋째, 기존 실태조사와 정책연구는 행정자료 및 복지 전달체계 내부에서 확인 가능한 대상자를 중심으로 분석하였기 때문에, 사회보장체계 밖에 존재하는 비수급자, 관계망 단절 상태의 개인, 서비스 미이용 집단 등 다양한 사회환경에서 ‘비가시적 고립’에 놓인 잠재적 위험군들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 한계를 가진다. 넷째, 고독사를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특정 시기의 단일 원인에 의해 발생한 사건으로 분석하여 고독사 잠재적 위험군 등 사각지대의 사람들을 포착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이러한 경향은 고독사를 다루는 탑다운 방식의 정책적 접근 방식과 개별 학문에 의존한 연구 방법론에 기인한다. 이는 고독사를 개인의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나타나는 결과로만 한정하여 파악하게 만들며, 전 생애에 걸쳐 형성되는 사회적 고립의 축적 경로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게 한다. 그 결과, 생애주기 전반을 고려한 통합적 돌봄계획 수립을 어렵게 하는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III. 한국사회 고독사의 사회적 맥락
본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고독사가 어떠한 개인적·사회구조적 요인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고 심화될 수 있는지를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탐색하였다. 이를 위해 사회학, 간호학, 의학, 생명윤리정책, 가족학, 심리학 등 다학제적 관점에서 문헌고찰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방법론은 기존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여 사각지대에 놓인 고독사 잠재적 위험군을 발굴하고, 한국사회의 고독사 지형도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본 장에서 제시된 <그림 1> 고독사의 생애 경로와 <표 1> 생애주기별 사회적 고립 위험 요인 분석표는 문헌고찰을 통해 도출된 핵심 결과물이다. 한국사회에서 고독사가 발생하는 사회적 맥락과 생애주기별 사회적 고립 요인 분석(개인적, 사회구조적, 정책적 요인)을 세 가지 층위로 범주화하였다. 이와 같은 분석틀은 기존 연구가 고독사를 1인 가구의 증가라는 인구통계학적 변화나 개인의 취약성에 따른 사회적 고립 문제로 환원한 시각에서 벗어나, 거시적 사회구조의 압력과 미시적 개인의 고립된 삶의 경험이 상호작용하여 빚어낸 구조적 문제로 재해석한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고독사는 도시화, 개인화, 소비주의, 기술발전 등 거시적인 사회문화 변동과 가족, 개인의 삶의 취향 및 관계의 맺음 방식 등 미시적인 삶의 경험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한 것이다(노리나 허츠, 2021; 박경숙, 2017; 신경아, 2011). 한국사회는 효율성과 성과중심으로 압축적인 발전을 통하여 사회구조를 재편했다. 또한 급속한 산업화 및 도시화 과정을 겪으며 핵가족 중심의 가족구조의 변화와 지역사회 공동체의 해체를 경험하면서 돌봄 관계망이 급격히 축소되었다. 이는 기존의 비공식적인 돌봄에 의해 구성된 사회적 안전망을 약화시키고 친밀성과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는 관계 맺음의 방식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 과거에는 결혼, 출산, 양육, 구직, 은퇴, 생애말기 돌봄과 죽음 등 생애주기별 주요 사건을 경험할 때, 개인은 가족 및 마을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삶의 위기를 극복하였다. 하지만 가족·사회구조의 변화로 가족의 비공식적 돌봄과 공동체적 돌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에 따라, 돌봄의 사회화가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돌봄이 외주화되고 상품화5)되면서, 다양한 돌봄 공백이 발생했다(박경숙·안경진, 2020). 사람들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성공, 물질, 개인주의 위주로 삶을 재편성하며 돌봄관계를 외주화 및 상품화시키며 돌봄 관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다(노리나 허츠, 2021). 현대사회에서 돌봄의 외주화와 상업화는 인간 생명의 의미나 관계성의 중요성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기술적 돌봄 개념에 집중하였다(Held, V, 2006). 기술적 돌봄관계에서 정서적 친밀성 등을 구축하지 못한 사람들은 다양한 삶의 위기 속에서 홀로 정서적 고립을 경험하며, 극단적인 경우 자살과 고독사에 이른다.
고령화 사회속에서 고립의 삶을 구축하는 사회적 환경은 1인 가구 증가와 개인주의를 심화시킨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5.5%에 달하며 매년 증가 추이를 보인다(통계청, 2024). 고령화 사회 속 1인 가구의 증가는 단순한 인구학적 변화를 넘어, 사회적 지지 및 돌봄 관계망을 취약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다. 즉,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주거, 고용, 소득, 관계성 면에서 취약하고, 고독사 위험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다. 1인 가구의 78.8%가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되며, 이 중 중·고위험군은 22.4%에 달한다(고숙자 외, 2023). 그 외 홍승아 외(2018)의 연구에서도, 1인 가구는 주거, 소득, 고용, 관계성면에서 높은 취약성을 보이며 이는 고독사 위험요인으로 작동된다고 보고되고, 최현수 외(2019)의 연구에서도 1인 가구 및 1인 취약가구는 인적 관계망이 단절된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고위험 요소를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돌봄 책임이 개인에게 전적으로 전가되면서 개인의 사회적 취약성이 증가되어 초래된 현상이다. 1인 가구의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혼자 살다 죽는’점이 문제가 아니라 ‘관계로부터의 단절과 소외’ 속에서 개인이 삶을 살아가도록 사회가 방치했다는 점에 있다. 이처럼 관계가 단절된 채 홀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사망 후 방치된 시신으로 발견되는 고독사 현상은 사회구성원들에게 큰 충격과 사회적 위협을 준다. 한국은 근대화 및 도시화 이전까지는 가족 등 공동체의 유대 개념이 사람들의 관계성을 지탱해 주고 있었기 때문에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언론을 통해 접하는 다양한 사회적 단절과 고독사 사례들은 변화된 돌봄 환경속 돌봄공백으로 빚어진 결과이다(연합뉴스, 2024, 이코노미뉴스, 2025).
특히, 초경쟁·각자도생의 문화는 부의 양극화와 노동구조의 불안정이라는 사회구조적 맥락을 통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킨다. 또한 이러한 사회구조 변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여 정서적 불안정과 관계망의 위축을 초래한다. 불안정한 고용(비정규직, 플랫폼 노동 등)은 개인의 정신건강 악화와 사회적 관계망 유지에 필요한 시간과 정서적 자원을 고갈시켜, 돌봄에 접근할 자원과 기회의 통로를 차단시켜 ‘스스로 고립이 강화’되는 악순환 구조에 놓이게 한다.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가속화되는 고령화 현상과 돌봄 공백 속에서 관련 정책 및 제도의 미비는 1인 가구뿐 아니라 다인 가구내 돌봄 이슈로 인한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킨다. 코로나 19 팬더믹 이후, 가족단위의 고독사 사례들에 관한 보도가 급증하였는데, 사회적 복지 안전망의 부족으로 인한 다인 가구내 돌봄 공백은 돌봄 대상자뿐 아니라 돌봄 제공자들의 삶마저 위협한다(강경미 외, 2024). 가족간병이 그 대표적 예인데, 가족의 장애 및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실직에 따른 경제적 빈곤, 주거비 부담 및 주거 빈곤과 같은 주거 취약성 등은 가족간병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돌봄 부담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의 경험은 단순한 우울이나 경제적 고통을 넘어 자살, 간병 살인, 고독사의 형태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한국 사회의 사회적 고립 기제는 압축적 성장주의, 가족주의 및 공동체의 해체, 초경쟁 사회의 각자도생식 구조 그리고 디지털 기술 과잉에 따른 소외라는 복합적 요인이 상호작용한 결과물이다. 이는 영국의 ‘외로움’ 논의나 일본의 ‘고독사’ 담론 등과는 차별되는 한국 사회만의 특수한 ‘사회적 죽음’이라는 맥락을 내포하고 있다.
IV. 생애주기별 사회적 고립 메커니즘과 고독사 잠재적 위험군 탐색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별 고독사 사망자 현황은 19세 이하 2명, 20~30대 216명, 40~50대 1,706명, 60대 이상이 1,970명으로 집계되었다(KOSIS). 청소년기,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에 발생하는 다양한 삶의 위기 요소와 고통은 사회적 고립을 야기하며, 그러한 사건에 의한 위기가 심화되거나 혹은 전 생애에 걸친 고립의 만성화 과정을 거칠 때, 사람들은 고독사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6)(고숙자 외, 2023; 이은희·이양수, 2023). 생애주기별 개인이 경험하는 사회적 고립은 다양한 개인적·사회적 맥락에 의해 발생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고독사 위험은 성별, 연령, 결혼상태, 교육수준, 거주형태, 경제적 상태, 고용상태 등 다양한 요인들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보고된다. 따라서, 생애주기별 분석을 통해 각 연령층이 어떠한 사회적 단절과 외로움을 경험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고독사 예방을 위한 핵심적인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고독사 정책은 고독사 고위험 요인들을 가진 개인들을 선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독사 예방정책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들이 가진 취약성에 집중하여 그 취약성이 야기된 사회적 구조와 정책의 부재에는 큰 관심을 두지 못했다. 그 결과, 변화된 한국사회 구조와 돌봄 상황의 다양한 맥락들 속에서 야기되는 생애과정 전반의 돌봄 공백의 지점들을 다층적으로 파악하지 못하였다. 이로 인해 한국사회에서는 생애주기별 다양한 개인적·사회구조적·정책적 맥락에 따른 돌봄공백의 돌봄 부담이 개인 및 가족에게 가중하게 전가된다.
예를 들어, 돌봄 부담과 공백의 문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질병의 악화, 대학입시 실패, 구직실패, 경제적 어려움, 주거환경 열악, 이혼 등의 사건으로 경험되지만, 그 사건 경험의 사회구조적 맥락에는 우리나라의 교육, 경제, 고용, 주거, 보건의료 정책과 초경쟁·개인주의·초고령저출생 사회 등과 같은 사회구조적 변화가 맞물려 있다. 청장년기의 결혼·출산·양육, 노부모 부양은 생애주기별 단계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사건이지만, 막중한 돌봄 부담과 돌봄 공백은 개인의 신체적·정서적·경제적·관계적 측면의 다양한 상실과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여 독박육아, 영케어러(young carer)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돌봄 갈등 경험이 심화되면 아동 학대, 간병 살인, 자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들의 사회적 고립은 또 다른 고독사의 위험요소가 된다. 특히, 다인 가구내 고립이 발생하는 요인은 가족 돌봄과 관련된 이슈 외에도 경제적 문제, 가정 폭력, 세대 차이로 인한 가치관의 충돌, 원활한 소통 부재 등 가족 간의 다양한 갈등 등으로 인한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고통으로 발생하는데, 고통이 심화되면 이는 자살사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에서 연령대별 자살 사망자 비율이 20대(59.5%), 30대(43.4%), 50대(14.1%), 60대(8.3%)로 순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사회적 고립의 이슈가 자살 및 고독사로 이어지는 현상을 보여준다(KOSIS).
따라서, 개인의 사회적 고립 발생의 생애사적 특성은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한국 사회에서는 발전주의, 가족주의, 성불평등, 개인주의 등 사회의 다양한 제도와 이데올로기들이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기회와 정체성을 억압하면서 고립과 고독사의 사회구조적인 틀을 만든다(정은주·정봉현, 2017, 노리나 허츠, 2021). 능력으로 평가되는 사회, 효율성으로 모든 관계가 편재되는 시스템 속에서 개인은 성공, 권력, 풍요를 향한 경쟁에 끊임없이 내몰린다. 생애주기별 개인은 이 경쟁에서 탈락하거나 실패하는 경험속에서 고립의 다차원적 양상을 경험한다. <그림 1>은 한국사회내 고독사가 발생하는 생애경로과정이다. 또한 <표 1> 한국사회 생애주기별 사회적 고립 위험 요인을 분석한 것이다.
청소년기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고 친밀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타인과의 관계적인 경험은 성인기 심리적 건강 및 사회성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변화된 교육, 돌봄환경속에서 청소년들은 다양한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다. 청소년기의 사회적 고립은 실제로 많이 발견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연구들이 많지 않다. 정책 또한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조기 개입 및 예방적 개입에 대한 현장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유민상 외, 2023). 청소년기는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는 부정적 생애경험이 누적되는 초기에 해당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고독사 연구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초경쟁적 입시 시스템은 청소년들이 가정, 학교, 사회 공간에서 긍정적인 정서적 유대 및 상호 연대를 경험할 기회를 극도로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 초경쟁-입시 중심의 교육시스템은 청소년들에게 친구를 협력자가 아닌 경쟁 상대로 인식하게 하고, 학생-학생 그리고 교사-학생간의 관계를 신뢰가 아닌 방어적 관계로 만든다. 이러한 관계의 변질은 청소년들을 정서적 유대가 부재한 고립상태로 내몰며 우울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게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만연한 학교폭력, 따돌림 등의 문제는 청소년의 다양한 관계적 갈등과 사회적 고립의 양상을 보여준다.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교폭력을 경험한 피해 응답률이 2.5%로 집계되었는데, 피해유형은 언어폭력, 집단 따돌림, 신체폭력, 사이버폭력 순으로 조사되었다(교육부, 2025). 이와 같은 학교폭력 현상은 경쟁적 교육환경에서 비롯된 사회구조적 문제이다. 청소년기 학교폭력의 경험은 개인에게 있어 일회적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내면화되었다가 피해자가 가해자로 전환되는 등 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여 고립과 단절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수(2024)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학교폭력 피해경험은 청년기의 사회적 고립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현 외(2025) 연구에서는 학령기의 아동학대와 사회적 지지가 청년의 사회적 고립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하며, 이전 생애단계의 경험이 청년기 개인의 건강에 까지 악영향을 준다고 한다.
또한 입시 위주의 초경쟁적 교육환경은 청소년의 가치를 학업성적이라는 단일 평가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청소년기 자아정체성 확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청소년기 공교육은 학생들에게 전인적 발달을 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해야 하지만, 현재 시스템은 양적 성과에 집중하면서 본질적인 배움의 가치와 기회를 박탈한다. 이와 같은 교육의 결과는 앞으로 청소년들이 다음 단계의 생애 과업들을 성취하는 데 있어, 위기 상황을 극복할 다양한 역량들을 갖추지 못하게 한다. 그 결과, 청소년들은 초경쟁 입시시스템하에서 한 번의 학업적 실패를 경험하면 ‘패배자’로 스스로를 인식하며 우울증 등 정신 건강상의 위험과 자살에 이르게 된다. 실제로 한국 청소년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하며, 2025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로 나타났다8)(여성가족부·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25).1)
청소년기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다른 요인은 현대 사회의 돌봄 환경의 구조적 변화이다. 핵가족화와 맞물려 발생하는 돌봄공백 및 돌봄의 외주화 현상은 청소년기 아이들이 가정에서 정서적으로 안정된 돌봄과 지지를 받기 어렵게 만든다. 초경쟁사회에서 부모들은 경제활동을 위해 청소년기 아이들의 돌봄을 학원 등 교육기관에 외주화시킨다. 특히, 초경쟁 입시 시스템하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정서적 돌봄을 지원하기보다는 청소년의 성공적인 진로 지원을 위해 사교육 등 시장화된 교육 상품에 의존하며 과도한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자녀를 양육하게 된다. 그 결과, 부모와 자녀는 정서적 갈등을 경험한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항우울제 약물을 처방받은 여성 청소년은 2024년 59,300명, 남성 청소년은 39,200명에 이른다(의학신문, 2025). 이와 같이 급증한 청소년 정신건강의 문제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학교 및 가정에서의 정서적 지지체계가 붕괴한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정서적 관계의 고립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그 고통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가정내 은둔, 학교 밖 청소년, 가출 등의 형태로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로부터 물리적·정서적으로 더욱 고립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호수지·배정희(2024) 연구는 청소년기의 우울 등은 은둔 청년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여, 생애주기별 위기 요인이 생애과정 경로를 통해 심화되고 누적됨을 입증한다.
더 나아가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 그룹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청소년 시기 가정해체를 경험한 아이들, 가족의 질병 및 장애 등의 상황에서 가족간병자로 돌봄을 부담해야 하는 아이들, 가정이 아닌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그리고 미혼모 등은 다양한 고립 위험에 높일 수 있다. 김순규(2025) 연구에서는 가족돌봄 아동의 돌봄경험은 그들의 신체건강 및 정서건강, 학업 및 학교생활, 그리고 대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이들은 경제적인 어려움 외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며 친인척간의 교류 및 주변 이웃과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어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한다. 허민숙(2021)의 미혼모 연구에서는, 청소년 미혼모들은 빈곤과 학대를 경험한 이들이 많고, 이러한 경험은 이들이 부모가 된 이후에도 자신의 자녀에게 빈곤과 학대를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한다. 청소년기 임신은 학업중단을 초래하고, 학업중단은 실업 및 저임금 노동으로 연결되어 생애빈곤을 초래하여, 사회적 낙인속에서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며 생애과정을 통해 취약성이 누적된다고 보았다.
이와 같이 청소년 시기 다양한 생애 과업의 실패 경험은 자퇴, 은둔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 등의 사회적 고립양상으로 이어져, 생애 초반기부터 형성된 사회적 취약성은 청년기 노동시장 진입을 늦추는 원인으로 이어지고, 중장년기 고용·주거·경제 등 다양한 측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양천수, 2022; 정종우 외, 2024). 따라서, 청소년기 사회적 고립 및 관계적 단절 경험은 단순한 개인의 학교 부적응 문제가 아닌, 초경쟁·입시중심의 교육시스템과 돌봄환경의 공백속에서 초래된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한 것이다. 과도한 경쟁위주의 입시 교육 문화는 한국사회에 저출산과 비혼,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 강화와 서울주택가격 상승, 교육기회 불평등 심화 등 또 다른 사회 구조적 문제를 유발한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 현상속에서, 중년세대의 교육 및 양육비용의 부담을 가중시키며 이들 세대의 노후대책 준비를 미흡하게 만들어 노후빈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정종우 외, 2024).
청년기는 가족으로부터의 독립과 사회적 역할 수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이다. 그러나, 불안정한 고용환경, 주거 불안정, 경제 상황의 악화는 청년층의 원활한 사회진입을 저해하고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류주연 외, 2023). 선행연구들을 보면, 청년기 사회적 고립은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정형화된 삶의 경로’에서 벗어날 때 등 청년기 생애사건뿐 아니라(취업 실패, 원가족과 분리 등으로 학교 및 사회생활의 어려움), 아동·청소년기의 부정적 생애 경험(억압적 가정양육환경이나 가정폭력, 친구 관계에서의 괴롭힘 경험)이 영향을 미쳐 발생한 것이기도 하다(양천수, 2022; 유민상·신동훈, 2021; 노혜진, 2021). 또한 청년의 고립 및 은둔은 청년층의 자살과 고독사 증가뿐 아니라, 중장년 및 노년기 은둔 및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박주홍, 2023). 안선경 외(2025) 연구에서는 고립·은둔 청년은 성인기로의 이행과정에서 심각한 좌절을 경험하며 다양한 고립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들은 복합적 위기를 경험하는데, 이들의 고립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며, 외로움은 이들의 고립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한다.
먼저, 청년층의 사회적 고립은 생애 발달 과업인 노동시장 진입의 실패에서 기인한다. 청년층의 실업은 경제적 빈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속감 결여로 인한 무력감 및 우울감 등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청년의 고립과 관계 단절의 문제는 은둔청년 및 니트(NEET)10)족 등의 양상으로 나타난다(최지현 외, 2022; 류주연 외, 2023; 남재량·김세움, 2013). 최근 학업이나 구직 활동을 포기한 니트(NEET)족의 증가와 장기화 현상은 변화하는 경제 상황 및 노동환경 속에서 구직 의욕의 상실과 취업포기로 이어진 초경쟁 사회속 청년층의 새로운 고립형태를 보여준다(최용환, 2015; Kookmin BizON, 2024). 통계청의 2024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니트족에 해당하는 청년은 443,000명으로 집계되었다(통계청, 2024). 이러한 청년층의 사회적 고립 문제는 취업에 성공한 청년층 역시 경험할 수 있다. 김영·황정미(2013) 연구에서는 직장이 있거나, 생계형 노동을 반복하는 청년들도 일하는 시간 이외 의미있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을 때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다고 보고한다. 또한 과거 청년세대와 비교하여 청년기가 길어진 ‘성인 이행 지연’ 현상이 우리 사회에 심화되고 있다. 최선영 외(2023) 선행연구에 따르면, ‘성인 이행 지연’은 민법상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경제적 자립에 이르지 못한 생애의 한 국면을 지칭하는데, 이 시기 청년의 비자립성은 개인의 노동능력의 결여보다는 사회제도 및 시장구조에 의해 구성된다고 본다.
이와 같이 청년기 취업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청년층은 경제적, 관계적 주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어려움을 경험한다. 특히, 1인 청년 가구의 경우 더욱 삶의 취약성이 증대한다. 구직 및 학업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1인 가구로 독립한 청년들의 높은 주거비로 인해 자주 거주지를 옮겨 다녀야 하고 원룸,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거주환경은 청년들로 하여금 지역사회내에서 삶의 기반을 마련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고독사 발생 장소로 원룸, 오피스텔,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환경이 언급되는데, 주거환경과 고립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청년층의 고립이 장기화되고 심화되면 이들은 중장년기 은둔형 외톨이 형태로 사회적 고립이 증폭된다(서울특별시, 2022).
성인 이행기의 자립 및 의존 정도는 경제적 제약, 자녀-부모 관계의 질, 획득하는 정보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개인차가 있다. 가족으로부터의 사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년층은 자립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독립을 해야 하기에, 경제적·주거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취약성을 지니며 돌봄 공백 속에서 고립에 처할 위험이 높다. 청년기 삶의 취약성은 가족이 지지체계가 되어 주지 못하는 상황 그리고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그룹에서 더 강화된다. 시설 퇴소 후 보호가 종료되어 홀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자립 청년은 경제적, 주거적, 정서적 측면에서 홀로 독립된 삶을 영위해야 한다. 조소연·손선옥(2024) 연구에 따르면, 18세가 되어 보호 종료된 자립준비청년 매년 2,000명이 발생하는데, 이들의 60% 이상이 아동학대 등 가족 해체 경험과 갈등을 겪었으며, 주거, 경제적, 그리고 심리사회적 문제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자립지원정책은 부처간, 지역별, 보호유형에 따라 격차가 존재했고, 다양한 정책적 사각지대로 인해 자립준비 청년들은 어려움을 겪으며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다.
그리고 형식적으로는 ‘1인 가구’ 형태로 살고 있지만 돌봐야 하는 원가족이 있고, 혹은 다인 가구 형태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만 가족 돌봄의 책임까지 감당하는 즉, 이중 돌봄의 부담을 지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영케어러(young carer)가 이에 해당된다. 국내에서는 ‘가족돌봄청년’으로 지칭되는 영케어러는 가족의 질병, 장애, 고령 등의 이유로 가족을 돌보는 청년을 말한다. 통계청(2024) ‘한국의 사회동향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영케어러는 153,044명으로 전체인구의 1.3% 수준을 차지한다. 이들은 자신의 독립을 위한 구직 등 생애과업에 필요한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겪는 동시에, 가족 부양 책임의 가중된 어려움 속에서 다양한 고립을 경험하게 된다. 이들이 경험하는 사회적 고립은 자신의 생애주기별 과업이행이 아니라 함께 동거하는 가족의 질병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선미정 외(2022A) 연구에 따르면, 영케어러는 자신의 독립과 자립을 원하지만 가족을 돌보지 않는 것에 대해 큰 죄책감을 느껴, 가족 구성원을 돌봐야 하는 책임으로 인해 교육, 직장, 사회생활 등에서 어려움을 경험한다고 보고한다. 이들은 많은 시간 가족돌봄을 위해 가사노동 및 병 수발을 해야 하기에, 정규적인 고용형태를 유지할 수 없는 등 빈곤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고한다. 또한 영케어러의 가독돌봄부담은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계망과 정책적 지원의 미비로 발생하게 된다(선미정 외, 2022B).
중장년기는 생애 과업 중 가장 다층적인 역할과 책임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중장년층은 아래로는 자녀 양육, 위로는 노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돌봄역할이 부여된다. 동시에 자녀를 독립시키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빈둥지 증후군을 경험하며, 노부모의 사망을 경험한 사람들은 상실로 인해 정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의 사회적 경력과 관련해서는 직업생활의 정점에 도달하거나, 혹은 실직 및 조기 은퇴로 사회적 역할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실직 및 조기 은퇴로 노동 시장에서 배제된 중장년층은 가족 부양을 원활히 수행할 수 없거나 혹은 사회적 역할 상실로 인해 무능감을 느낄 때 ‘잉여인간’으로 자신을 인식하며 비자발적 고립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생애주기 위기 상황에서 중장년이 정서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면 우울감으로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등 신체적·정신적 악화를 경험한다. 김지은 외(2024) 연구에 따르면, 자살은 중장년층의 주요 사망원인인데, 성인기 중기에서는 무직상태, 1인 가구 등이 자살생각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고, 우울과 사회적 지지 부족은 성인기 초기와 중기에서 자살생각을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1인 중장년 가구는 타 연령층에 비해 만성질환률, 우울, 자살위험이 높은데, 이들의 고용형태는 실업상태이거나 일용직, 임시직으로 자산 안전성이 낮았으며, 국민연금, 퇴직 및 개인연금의 가입 비중이 낮아 노후준비가 미흡하고 경제적 악화를 경험하였다(이민홍 외, 2015). 중장년기가 느끼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단순한 관계적 단절로 인한 정서적 고립뿐 아니라 정치, 노동, 소득 등에서 전적으로 배제되는 사회적 고립 경험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사회적 고립의 원인은 사회구조적 현상과 맞물려 있다(노리나 허츠, 2021). 송승연(2016)은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배제, 건강배제는 우울을 통해 자살생각에 이르게 되기에 개인의 정신건강문제로의 접근만이 아닌 사회구조적 측면을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중장년층의 자살개입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24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은 고독사 위험에 가장 취약한 군이다(보건복지부, 2024). 중장년층의 사회적 고립은 젠더적 측면에서 고립의 상이한 특징을 보인다. 여성의 경우, 출산 및 양육과정에서 돌봄의 외주화와 돌봄 공백으로 인해 독박육아, 경력단절 등으로 인해 고립을 경험한다. 돌봄의 외주화는 가족 돌봄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며, 돌봄 비용 부담 및 돌봄 자원에 대한 접근성 격차를 유발한다. 예를 들어, 산후 돌봄이 산후 도우미나 산후조리원 같은 시장 서비스로 대체되는 환경에서, 산모가 경제적 부담으로 관련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하지 못할 때 심각한 돌봄 공백을 경험한다. 돌봄의 외주화 환경속에서의 돌봄 공백은 산모의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아이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며, 산후 우울증과 독박 육아의 경험은 산모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데, 우울증이 장기적으로 심각해지면 자살, 아동학대, 살해 등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
중장년 남성의 경우, 실직, 은퇴로 인한 노동시장의 이탈은 경제적 어려움 뿐 아니라 사회연결망의 축소를 초래하여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게 한다. 중장년층의 이러한 사회적 고립 경험은 개인의 무능과 실패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재취업이 어려운 사회경제구조, 실직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 사회문화적 영향으로 초래된 것이다. 고독사 실태조사에서는 중장년 남성의 고독사 비율이 특히 높았는데, 특히, 1인 중장년 남성의 경우 신체적, 경제적, 관계적 측면에서 더욱 취약했다(보건복지부, 2024). 또한 2023년 통계청 자살통계 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여성에 비해 2.3배 높았는데, 중장년층 남성의 자살률이 심각하였다(통계청, 2023). 이들의 정서적, 신체적, 관계적, 경제적 측면에서 다양한 고립을 경험하며 고통의 악순환 속에서 중장년 자살 및 고독사에 이른다. 특히, 고립의 과정에서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층은 관계적 단절과 제도적 단절이라는 이중 단절상태를 경험하며 고독사 고위험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노년기는 생애 전반에 걸쳐 신체적, 정서적, 물리적 등 다양한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누적된 시기다. 노인층은 다른 세대에 비해 만성질환 등 신체적 질병과 경제적 빈곤이 높게 나타난다(김수진 외, 2023; 송인주·모은정, 2021; 고숙자 외, 2023). 노년기는 은퇴, 배우자와의 사별, 이혼, 자녀들의 독립으로 기존 관계망의 축소와 관계적 상실을 경험하면서 정서적 고립에 처한다(송인주·모은정, 2021). 사회적 관계망의 축소는 노인의 신체·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사망률 증가에도 영향을 준다(Santimi, Z, et al., 2020). 특히, 배우자 사별 및 자녀 독립으로 인한 1인 가구 노인은 생애말기 의존기 상황에서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의존기 상황에서 노인은 식사, 청소 등 일상생활을 스스로 유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동성의 제한으로 사회적 관계망이 감소하여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의 악화를 경험한다. 경제적 빈곤은 질병에 대해 적절한 의료적 대처를 할 수 없게 하고, 주거 빈곤 및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쳐 노인 자살의 위험을 높인다.
특히,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가족구조의 변화와 미흡한 생애말기 돌봄제도는 노인의 돌봄 공백을 초래하며 노인 고독사 위험을 가중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안경진·박경숙(2021)의 연구는 생애말기 돌봄 과정이 단순히 의료적·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임을 지적한다. 가족내에서 노인의 생애말기 돌봄과 관련된 다양한 의사결정문제(의료비, 간병 등의 부담)에 갈등이 고조되면 노인은 정서적 단절을 경험하거나 요양원 등 시설로 주거지를 이동하면서 물리적 단절을 경험한다. 특히, 생애말기 돌봄환경에서 가족돌봄 부담이 극한 상황에 이르게 되면, 간병 살인이나 동반자살과 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 또한 연명의료 중심의 임종의 의료화 상황은 노인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존엄한 죽음에 대한 선택권을 제한한다. 결국 노년기 고독사는 노인의 물리적 고립뿐 아니라 정서적, 경제적, 관계적 고립 등 복합적인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면서 사망에 이른 것이다.
V. 나가면서
본 연구는 생애주기별 고립 매케니즘 분석을 통해 한국사회 구조속에서 새로운 고독사 위험 요소와 잠재적 위험군을 포착하고, 변화된 사회환경 속 고독사 위험이 형성·심화되는 구조적 맥락을 파악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필자는 고독사를 단순한 개인의 사망 사건이 아닌, 청소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특정 사건이 한국 사회의 특정 사회구조와 맞물려 개인의 취약성이 심화·누적된 결과로 보고, 이를 ‘사회적 죽음’으로 규명한다.
고독사는 초경쟁 및 신자유주의적 사회가치가 결합하여 친밀성 기반의 사회구조를 붕괴시키고, 취약한 개인을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사회적으로 배제한 최종 결과물이다. 사람들과의 유대·친밀성·신뢰 관계가 구축되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구조는 개인의 사회적 고립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며, 결국 고립된 삶과 죽음을 구조적으로 생산하는 고독사의 핵심 기제로 작동한다. 특히, 변화된 사회구조에서의 돌봄 관계 재편은 개인이 모든 삶의 위험을 책임져야 하는 각자도생의 생존방식을 개인에게 내면화시킨다. 이러한 사회구조와 시스템은 사회구성원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뿐 아니라 타인과 공동체를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즉, 나와 타자를 이어주는 ‘우리’라는 사회적 안전망을 잠식하고, 소외와 배제를 경험하게 한다(노리나 허츠, 2021). 또한 사회적 연대와 공적 돌봄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함으로써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혼자 삶과 죽음의 무게’를 감당하도록 하여 사회적 고립을 초래한다. 따라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의 이슈는 사회의 공동체적 책임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고독사에 대한 정책적 접근은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 중심의 선별적 서비스 개입을 넘어, 생애과정 전반에 발생하는 다차원적 고립을 예방하고 공동체와 연결될 수 있는 ‘보편적인 권리의 보장’ 형태로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한다. 특히, 2026년 3월 시행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법’)과 고독사 예방법의 유기적 연계는 정책적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과제이다. 이를 통해 기존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돌봄정책들을 ‘돌봄통합’의 큰 틀에서 재구조함으로써, 지역사회내 다양한 구성원들이 생애주기별로 직면하는 돌봄욕구 및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통합돌봄모델을 수립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에서 탐색한 고독사의 재개념화와 고독사 생애주기별 고립 궤적 탐색 작업이 한국 사회의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포괄적인 지역사회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한 기초자료로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