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건강한 생활 방식 정착을 촉진하기 위해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늘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최근 건강생활 실천율(이하, 건강 실천율)의 증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그림 1>).1)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과 개인의 건강에 관한 관심 증가는 질병 치료에 대한 방점보다는 질병 예방 및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 상승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건강한 생활 습관은 개인의 체력을 보강하고, 질병 발생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개인의 참살이(wellbeing)에 선순환의 역할을 하게 된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자살률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22년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발생한 10만 명당 자살률은 25.1명이었다. 특히, 2020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의 자살률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OECD, 2023).
본 연구는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이 증가하는 사회적 문제에 주목한다. 건강은 육체 건강과 정신건강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육체 건강, 정신건강, 그리고 자살 사이의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일반적으로 육체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정신건강에도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육체 건강과 정신건강이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에 기반한다. 신체 활동이 스트레스 감소, 기분 개선, 우울증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건강한 생활 습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정신건강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또한, 우울증에 대한 정신 상담은 자살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우울증이 심할수록 상담을 더 많이 받게 되는 경향이 있다. 즉, 우울증이 심할수록 자살 위험이 커지며, 동시에 상담을 더 많이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육체 및 정신건강, 자살의 복잡한 관계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도시 거주민은 육체 및 정신건강에 더 큰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으며, 그 배경에는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긍정적인 요인으로는 대도시의 풍부한 건강 관련 시설, 프로그램 접근성, 건강 정보 접근성 등을 들 수 있다. 다양한 건강관리 기회 제공은 육체 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치열한 경쟁 사회, 불규칙한 생활 습관 등은 정신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즉, 대도시 거주민은 육체 건강을 위해서는 적극적이지만, 정신건강 문제로 인해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대도시에서는 건강한 생활 습관이 정신 상담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으며, 나아가 자살에도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본 연구는 (i) 대도시 지역과 (ii) 그 외 지역을 구분하여 건강한 생활 습관이 우울 증상으로 인한 정신 상담과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추가로, 건강한 생활 습관과 자살률 사이에 우울 상담이 매개 역할을 하는지 검정한다. 매개효과를 분석하는 것은 본 연구에서 중요하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닌 사람이 정신 상담에 적극적이고, 정신 상담을 많이 하는 사람의 자살률이 높다면, 건강생활을 실천하는 행위는 정신 상담을 통해 자살률을 높인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을 위해, 본 연구는 2020년 전국 227개 시군구 자료를 이용하며, 우울 증상으로 인한 정신 상담의 매개효과를 조사하기 위해 구조방정식 모형을 사용한다.2) 이 모형은 한 방정식의 종속변수가 다른 방정식의 독립변수가 될 수 있다는 가정을 통해, 요인분석과 회귀분석을 순차적으로 수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추정오차의 중첩을 방지할 수 있다 (Bollen, 1989; Kowaski and Tu, 2007). 본 연구의 모형에서 고위험 음주율과 우울 증상으로 인한 정신 상담률은 건강생활 실천율에 대한 종속변수로 설정된다. 또한, 다른 방정식에서는 이 두 변인이 자살률에 대한 독립변수로 고려된다. 반면, 외생변수인 건강생활 실천율은 항상 독립변수로 작용한다. 본 연구는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부트스트랩(bootstrap) 방법을 적용한다. 심미경 외(2022)에 따르면, 부트스트랩 방법은 다른 방법들에 비해 매개효과 검정력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27개 시군구를 (i) 대도시 지역과 (ii) 그 외 지역으로 구분하여 매개효과를 검증한다. 실증분석을 위한 통계처리는 STATA 13.1 프로그램을 사용하였으며, 매개효과와 관련하여 bootstrap 방법(replications 5,000번)을 적용하였다.
본 연구는 5장으로 이루어진다. 제 II장에서는 본 연구에서 사용할 변인들이 관련된 선행연구를 검토한다. 제 III장에서는 실증분석에 필요한 변수를 소개하고 가설을 설정한다. 다음으로 기술통계를 분석한다. 제 IV장에서는 부트스트랩을 이용하여 매개효과를 검증한다. 마지막으로, 제 V장에서는 연구 결과와 시사점을 제시한다.
II. 선행연구 검토
김윤정·박정하(2021)는 건강한 생활 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개인적 요인, 대인 관계 요인, 지역사회 요인으로 분류하고, 여러 변수를 설정한 후, 어떤 요인들이 건강한 생활 습관에 영향을 주는지 규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그들은 2019년 질병관리청의 지역사회건강조사 자료를 활용해 기술통계 분석과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개인적 요인 중에서는 주관적 스트레스가 건강한 생활 습관 실천에 유의미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대인 관계 요인으로는 종교 활동, 여가 및 레저 활동, 자선단체 활동이 건강생활 실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를 보였다. 지역사회 요인으로는 대중교통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건강생활 실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정 연령대를 대상으로 건강생활 관련 연구도 진행되었다.
원미화·신선화(2018)는 2016년 설문조사에 참여한 332명으로부터 스트레스 인식과 건강증진 생활양식 사이에 스마트폰 중독의 매개 역할을 확인함으로써 스트레스와 스마트폰 중독의 관계를 규명하였다. 허은주 외(2020)는 2020년 설문에 응답한 대학생 234명으로부터 건강의 중요성, 삶의 질, 건강 행위 인식에 있어서 차이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조사했다. 이 연구에서는 건강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높은 학생이 건강의 중요성, 삶의 질, 건강 행위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인식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 여성의 건강생활 습관에 관련된 연구로 안용덕·신정훈(2021)을 들 수 있다. 그들은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년 여성 268명으로부터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건강생활 습관이 신체적 자아개념과 건강증진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였다. 중년과 고령 성인의 건강생활 습관에 관련된 연구도 존재한다. 박영신·김홍수(2016)는 2012년도 고령화 연구패널(KLoSA) 자료를 사용하여 성별에 따라 중고령자(45세 이상)를 대상으로 건강생활 양식의 군집 현상을 살펴보고, 건강생활 양식군과 우울감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그들은 건강생활 양식을 세 가지 군집(적극적 건강생활 습관, 소극적 건강생활 습관,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으로 분류하였다. 그들에 따르면, 남성은 세 군집 모두에서 발견됐지만, 여성은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그들은 건강생활 습관과 우울 증상의 관계를 분석하면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을 발견하였다. 그들에 따르면, 여성에게는 건강생활 습관을 지닌 군집에서 우울 증상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왔지만, 남성에게는 이러한 관계가 관찰되지 않았다. 은퇴한 중년의 건강생활 습관과 정신건강을 분석한 연구로 이정택·김주연(2018)이 있다. 그들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KLoSA 자료를 사용하였다. 고정효과 모형에 따른 분석 결과, 은퇴 직후 주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운동할 확률은 증가하였지만, 은퇴는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은숙·조혜정(2019)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2013-2015)의 19세 이상 성인 음주자를 대상으로 음주와 주관적 건강인지와의 연관성을 분석하였다.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음주자의 주관적 건강이 저하되었고, 폭음자의 주관적 건강은 더욱 낮았다. 성인 음주자의 건강 상태를 분석한 결과, 우울감, 주관적 스트레스, 그리고 부족한 수면시간 등이 성인 음주자의 건강에 관한 삶의 질을 낮추었다고 보고한 선행연구도 있다 (이은주·이은숙, 2023). 음주가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국내 연구는 방대하다. 주요 연구로는 Sung et al.(2015), 이은숙·조혜정(2020), 그리고 Kim et al.(2022)을 들 수 있다. Sung et al.(2015)은 알코올 중독 센터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개인의 공격성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공격성에 의해 습득된 자살 잠재력이 갖는 매개효과를 검증하였다. 그들은 알코올 사용 장애가 있는 개인은 자신에게 공격성을 갖게 되며, 이러한 공격성이 자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확인하였다. 또한 그들은 자살 잠재력의 매개효과를 확인하였다. 이은숙·조혜정(2020)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2010-2013)의 19세 이상 성인 음주자를 대상으로 음주가 우울감과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이은숙·조혜정(2019)의 결과는 이은숙·조혜정(2020)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이은숙·조혜정(2020)은 음주가 정신건강을 낮추는 결과를 확인하였다. 특히, 그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음주에 따른 자살 위험성이 더 높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Kim et al.(2022)은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고위험 음주와 자살의 상호작용을 분석하였다. 그들은 고위험 음주가 자살의 충동을 심화시킨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건강과 자살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로는 차승현·이은환(2024)을 들 수 있다. 그들은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정신건강 조사’를 활용하여 COVID-19와 자살 간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그들에 따르면, COVID-19 확진 경험이 있는 집단의 자살 충동이 확진 경험이 없는 집단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이 외에도 주식 시장의 수익률과 변동성이 자살률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한 연구도 있다. Koh and Han(2023)은 2000-2019년 한국의 개인별 사망 기록 자료와 주식 시장 수익률 및 변동성을 사용하여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자살률이 증가한다는 것을 보였다.
선행연구들은 건강한 생활과 우울감(또는 스트레스) 간의 관계, 음주와 우울 간의 관계, 음주와 자살 간의 관계 등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독창성은 건강한 생활의 실천이 자살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살펴보고, 우울 증상이 건강한 생활과 자살 사이에 매개 역할을 하는지 분석한다는 점이다. 건강한 생활을 실천하는 행위는 정신 상담을 받으려는 행위를 높일 수 있다 - 육체적 건강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정신적 건강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높은 상담률이 자살을 예방한다고 예단할 수 없다. 상담률이 높으면 자살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해 상담률이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여, 본 연구는 대도시 지역과 그 외 지역을 구분하여 우울증에 대한 정신 상담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III. 연구설계
본 연구는 선행변수로 건강 실천율(HEA), 매개변수로 우울 증상으로 인한 정신 상담률(DEP), 그리고 종속변수로 십만 명당 자살률(SUI)을 고려한다. 이하에서는 설명의 편의를 위해, 우울 증상으로 인한 정신 상담률은 [우울 상담률], 십만 명당 자살률은 [자살률]로 명명하기로 한다.
<그림 2>는 연구모형을 보여준다.
본 연구의 가설을 통해 다음과 같은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 첫째, 건강 실천율이 자살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 아니면 우울 상담률을 매개로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 둘째, 건강 실천율이 우울 상담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 셋째, 우울 상담률이 독립변수로서 자살률에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할 수 있다.
<그림 2>에서 a, c, m은 각각 직접효과 계수를 표현한 것이다. a는 건강 실천율이 우울 상담률에 직접 영향을 주는 계수이며, c는 건강 실천율이 자살률에 직접 영향을 주는 계수이다. 그리고 m은 우울 상담률이 자살률에 직접 영향을 주는 계수이다.
이러한 분석은 대도시 지역과 그 외 지역으로 구분하여 분석될 것이다. 두 지역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인구밀도이며, km2당 1,000명을 상회하는 지역을 대도시 지역, 그리고 하회하는 지역을 그 외 지역으로 분류하였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시도편: 2022-2052). 이에 따르면 대도시 지역은 6개 광역시와 1개 광역도(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경기)이며, 그 외 지역은 세종,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그리고 제주이다.3) <표 1>은 두 지역에 해당하는 지자체와 인구밀도를 보여준다.
지역 | 해당 지자체 | 인구밀도(명/km2) |
---|---|---|
대도시 | 서울 | 15,891 |
부산 | 4,358 | |
광주 | 2,952 | |
인천 | 2,770 | |
대전 | 2,764 | |
대구 | 2,733 | |
경기 | 1,319 | |
울산 | 1,072 | |
그 외 | 세종 | 749 |
제주 | 361 | |
경남 | 317 | |
충남 | 264 | |
전북 | 224 | |
충북 | 220 | |
전남 | 145 | |
경북 | 139 | |
강원 | 90 |
연구가설은 <그림 2>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설정할 수 있으며, 이는 대도시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직접적인 영향]
가설 1. 건강 실천율은 우울 상담률에 양(+)의 영향을 준다.
가설 2. 건강 실천율은 자살률에 음(-)의 영향을 준다.
가설 3. 우울 상담률은 자살률에 음(-)의 영향을 준다.
[간접적인 영향]
가설 4. 건강 실천율은 우울 상담률을 매개로 자살률에 영향을 준다.
선행변수인 건강 실천율은 매개변수인 우울 상담률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설 1, a > 0).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닌 사람이 우울증에 대한 정신 상담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건강한 생활 습관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을 주는 만큼, 육체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정신적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경향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더욱 잘 이해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 가설 2는 육체 건강에 관심을 지닌 사람의 자살률이 낮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c < 0. 매개변수인 우울 상담률은 독립변수로서 자살률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울 상담률이 높은 지역에서 자살률이 반드시 높다고는 예단할 수 없다. 오히려 정신 상담이 잘 이루어지는 지역에서는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고, 조기 개입과 지원이 가능하므로 자살률이 낮아질 수 있다. 이를 고려하여 본 연구는 가설 3을 검정할 것이다: m > 0.4)
가설 4의 타당성은 건강 실천율과 자살률 사이에 매개효과 분석을 통해 검증될 것이다. 본 연구는 두 변인의 매개효과를 각각 a× m의 부호를 통해 확인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설 1-4는 대도시 지역에서 지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반해 그 외 지역에서 가설들이 지지가 될지 예단할 수 없다. 본 연구는 두 지역(대도시 지역, 그 외 지역)에서 가설 1-4가 지지되는지 검증하고, 그 결과를 분석한다. 또한, 가설들이 지지되는 경우, 흥미로운 분석이 가능하다. 가설 1은 건강 실천율이 우울 상담률에 양(+)의 영향을 미친다. 이에 반해 우울 상담률은 자살률에 음(-)의 영향을 미친다. 가설 4가 지지된다는 것은 건강 실천율이 우울 상담률을 매개로 자살률에 음(-)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 실천율은 “19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금연, 절주, 걷기를 모두 실천하는 사람의 분율”이다. 금연자는 평생 흡연 경험이 없거나, 과거에 흡연했으나 현재는 금연 중인 사람을 의미하며, 절주자는 비음주자이거나, 최근 1년 동안 술을 마신 경우에도 남성은 한 번의 술자리에서 7잔 미만, 여성은 5잔 미만으로 주 1회 이하로 음주하는 사람을 뜻한다. 걷기 실천은 최근 1주일 동안 하루에 30분 이상, 주 5일 이상 걷기를 실천한 사람을 말한다.
우울 상담률은 “우울 증상으로 전문가의 상담(의료기관, 전문상담기관, 보건소 등)을 받아 본 적이 있는 사람의 분율(%)”이다.
자살률은 “인구 십만 명당 자살 (고의적 자해)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수”이며, 산식은 다음과 같다:
자살률 = (자살 사망자 수 ÷ 주민등록연앙인구) × 100,000.
연구 대상은 2020년 전국 시군구 227개 기초자치단체이다(제주도는 한 지역으로 분류하였음).6)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대도시 지역은 105곳, 그 외 지역은 122곳에 해당하였다. 각 변수의 기술통계는 대도시 지역, 그 외 지역, 전체 지역으로 각각 <표 2>로 요약된다.
<표 2>에서 주목되는 사실은 각 변수의 평균값이 두 지역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건강 실천율과 우울 상담률은 대도시 지역에서 높지만, 자살률은 그 외 지역에서 높았다. 인구밀도를 기준으로 두 지역을 구분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외 지역에서 평균 자살률이 높다는 결과는 의외이다. 주요 요인으로 사회적 지지망을 들 수 있다. 즉, 그 외 지역에서는 사람들과의 연결이 적어 외로움을 느끼기 쉬우며, 이는 우울증과 자살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피어슨 상관계수는 두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되며, 특정 조건의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 적용된다 (<표 3> 참조).
<표 2>에 요약된 변수들의 기술통계와 마찬가지로, <표 3>은 변수 간 상관관계 역시 대도시 지역과 그 외 지역에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도시 지역에서 건강 실천율과 우울 상담률은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며(0.192, p < 0.05), 건강 실천율과 자살률은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0.206, p < 0.05). 하지만, 우울 상담률과 자살률의 상관관계는 유의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그 외 지역을 보면 변수 간 유의한 상관관계는 보이지 않았다.
요약하면, 대도시 지역에서 건강 실천율과 우울 상담률, 건강 실천율과 자살률 간 상관관계는 존재하였지만, 그 외 지역에서 변수 간 상관관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표 2>와 <표 3>을 통해, 본 연구는 대도시 지역과 그 외 지역에서 가설검정의 결과가 다를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IV. 연구결과
본 연구는 건강 실천율이 우울 상담률과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보고, 건강 실천율과 자살률 간의 관계에서 우울 상담률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우선, 직접적인 효과의 경로계수를 검토하기로 한다. 구조방정식 모형을 통한 분석 결과를 <표 4>에서 확인할 수 있다.
<표 4>에서 제2열은 대도시 지역, 제3열은 그 외 지역, 그리고 제4열은 전체 지역에 대한 직접효과 경로계수를 각각 제시하였다.
먼저, 선행변수인 건강 실천율이 매개변수와 종속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로 한다. 건강 실천율이 우울 상담률에 미치는 영향은 대도시 지역에서 유의한 양(+)의 영향을 미쳤지만, 그 외 지역에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따라서 가설 1의 “건강 실천율은 우울 상담률에 양(+)의 영향을 준다”는 대도시 지역에서 지지되었다. 건강 실천율이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대도시 지역에서는 유의한 음(-)의 영향을 미쳤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따라서 가설 2의 “건강 실천율은 자살률에 음(-)의 영향을 준다”는 대도시 지역에서 지지 되었다.
다음으로, 우울 상담률이 독립변수로써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로 한다. 가설 3은 우울 상담률과 자살률의 관계에 해당한다: 가설 3, “우울 상담률은 자살률에 음(-)의 영향을 준다”. <표 4>에서 알 수 있듯이, 가설 3은 전체 지역에서 지지되지 않았다.
<그림 3>과 <그림 4>는 <표 4>를 활용하여 대도시와 그 외 지역의 직접효과 경로계수를 보여준다 (*p<0.05, **p<0.01, ***p<0.001).
요약하면, 가설 1-3은 대도시 지역에서 지지되었지만, 그 외 지역에서 지지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매개효과와 관련된 가설(가설 4)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가설 4 “건강 실천율은 우울 상담률을 매개로 자살률에 영향을 준다”. <표 5>는 총 효과, 직접 효과, 매개효과와 그들의 통계적 유의미함을 보여준다.
분석 결과, 전체 지역에서 유의한 매개효과를 확인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가설 4는 전체 지역에서 지지되지 않았다. 특히, 그 외 지역에서는 총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표 4>의 직접 효과와 <표 5>의 매개효과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도시 지역에서 건강 실천율은 우울 상담률을 높일 뿐 아니라, 자살률을 낮추는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전체 지역에서 건강 실천율과 자살률 사이에 우울 상담률의 매개 역할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들은 대도시 지역에서 건강 실천율이 자살률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V. 결론
본 연구는 건강한 생활 실천이 우울 증상에 대한 정신건강 상담 그리고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추가로, 정신건강 상담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건강한 생활 실천과 자살의 매개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부트스트랩 기법을 활용하였다. 특히, 인구밀도에 따라 세 변수의 분포가 각각 다르고, 변수의 인과 관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대도시 지역과 그 외 지역을 구분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직접 효과에 관한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도시 지역에서 건강 실천율의 증가는 우울 상담률을 높였지만, 그 외 지역에서 건강 실천율의 증가는 우울 상담률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 둘째, 대도시 지역에서 건강 실천율의 증가는 자살률을 낮췄지만, 그 외 지역에서 건강 실천율은 자살률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셋째, 전체 지역에서 우울 상담률은 자살률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매개효과 분석 결과, 전체 지역에서 건강 실천율이 우울 상담률을 높이고, 높아진 우울 상담률이 자살률을 높이는 결과는 보이지 않았다. 즉, 건강 실천율 → 우울 상담률 → 자살률의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 즉, 건강한 생활을 실천하여 우울 상담률이 높아지는 것이 자살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본 연구의 결과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대도시 지역에서는 건강한 생활을 실천하는 행위는 자살을 직접적으로 낮출 뿐 아니라, 우울 증상에 대한 정신건강 상담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우울 상담률이 건강 실천율과 자살률 간 매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임으로써, 우울 상담률이 건강 실천율과 자살률 간 매개 역할을 하지 않음을 보였다. 이는 대도시 지역에서 건강한 생활 실천이 자살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분명한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매개효과 검정을 위해서는 모든 변수에 관한 연구 대상자가 일치해야 한다. 본 연구는 서로 다른 대상의 결과값을 단일 통계모형에 투입하여 가설검정을 시행함으로써, 연구설계 및 연구 타당성에 대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자료를 활용하는 이유는 대도시와 그 외 도시를 구분하여 지역별 세 변수 사이의 인과 관계를 확인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한계점에 대응하여 지역별 연구 대상자에 대한 직접조사를 고려하는 분석은 향후 연구과제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