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tegration Research
Social Integration Research Center, Kangwon National University
일반논문

노동시장에서의 미혼모 차별경험에 대한 연구*

정지연1,**
Jiyoun Jeoung1,**
1정지연_함께하는연구 연구위원(sweney@hanmail.net)
1Co-Researcj Coop
**Corresponding Author : sweney@hanmail.net

© Copyright 2025 Social Integration Research Center, Kangwon National University.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 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ul 02, 2025; Revised: Jul 16, 2025; Accepted: Jul 18, 2025

Published Online: Jul 31, 2025

국문초록

본 연구는 미혼모가 노동시장에서 경험하는 차별을 교차성(intersectionality)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미혼모는 정상가족 규범에서 벗어난 존재로 낙인찍히며, 이러한 사회적 낙인은 노동시장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이들의 노동은 자녀 출산과 양육으로 경력 단절을 경험하는 일반 여성 노동자들과 유사하게 인식된다. 하지만, 몇 가지 차이가 있는데 우선, 미혼모들은 모성보호제도와 같은 공식 제도의 이용이 어렵고, 회식·야근·워크숍 등 비공식적 조직문화에서도 배제된다. 또한 이들은 경제적·사회적 자원의 부족으로 돌봄의 부담을 모두 감당하여 유급노동의 지속이 어렵고 장시간 교육이나 시험 준비가 필요한 취업 기회에서도 불리하다. 더욱이, 미혼모에 대한 낙인은 이들을 노동주체로 인식하기보다는 성적으로 대상화되는 존재로 만들며, 정상가족 중심의 이미지를 요구하는 직종에서는 이미지가 나쁘다는 이유로 취업 자체가 거부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은 현대 노동시장이 여전히 ‘돌봄 책임이 없는 이상적 노동자’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성의 양육 부담을 고려한 제도 역시 미혼모에게는 접근성이 제한적임을 드러낸다. 따라서 미혼모의 노동시장 차별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력단절 여성’ 지원을 넘어, 가족 형태, 계층, 젠더가 교차하는 구조적 조건을 반영한 통합적 제도와 정책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Abstract

This study analyzes the labor market discrimination experienced by single mothers through the lens of intersectionality. Single mothers are stigmatized as deviating from the normative family structure, and such stigma persists within the labor market. While their labor is often viewed similarly to that of women who experience career interruptions due to childbirth and childcare, single mothers face unique exclusions. They have limited access to formal maternity protection systems and are often excluded from informal workplace cultures such as company dinners, workshops, and overtime work.

The lack of economic and social capital increases their caregiving burden, leading many to forgo paid labor. Furthermore, the demanding nature of job preparation—requiring long hours of study or training—poses significant barriers. The stigma surrounding single motherhood not only diminishes their perceived employability but also results in their sexual objectification. In occupations that demand adherence to traditional family norms, employment opportunities are often denied outright.

This demonstrates that the modern labor market continues to be structured around the ideal of a worker free from caregiving responsibilities. Moreover, institutional measures designed to reduce the childcare burden for women are often inaccessible to single mothers. Therefore, addressing labor market discrimination against single mothers requires more than support for women with interrupted careers; it calls for policies and systems that reflect the intersecting influences of family structure, class, and gender.

Keywords: 미혼모 노동; 교차성; 노동시장 차별; 미혼출산 낙인; 노동권
Keywords: Single Mothers; Intersectionality; Labor Market Discrimination; Stigma of Non-Marital Childbirth; Labor Rights

I. 문제제기

한국사회에서 미혼모는 정상가족규범의 위반자로 여겨지지만, 미혼모와 그 자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조금씩 바뀌어 왔다. 미혼모의 모성권을 인정하기 시작하며, 미혼모의 자녀입양 우선에서 양육지원으로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다(강은화, 2006; 조은희, 2011; 권희정, 2015). 미혼모들 역시 규범의 일탈자로서 자신을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미혼모들은 엄마로서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당사자 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가지며, 자신을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식한다(임해영·이혁구, 2014; 손승영, 2017; 정지연·이미정, 2020). 미혼모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 역시 변화하였다. 2000년대 이후 정부는 미혼모 자녀의 입양을 지원하는 정책에서 양육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하였다(이미정, 2011; 이용우, 2017). 현재 미혼모를 위한 지원은 자녀양육, 생계비 지원, 주거 급여, 임신 및 출산 지원, 시설거주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이와 같이 미혼모에 대한 주요 논의는 미혼모의 출산과 양육경험, 정상가족 규범을 근거로 한 미혼모의 차별과 배제 경험, 미혼모에 대한 인식의 변화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 미혼모가 한 가족의 생계부양자로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노동시장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였다.

물론 미혼모 노동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18년 기준 미혼모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50.3%로 응답에 참여한 미혼모의 절반 수준이다(변수정 외, 2019). 2018년 양육미혼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임신때문에 직장을 퇴사한 비율은 73.3%이었는데, 이처럼 임신과 출산으로 퇴직하는 미혼모의 노동이력은 기혼유배우 여성들의 노동이력과 비슷해 보인다(이미정 외, 2018; 김이선·박경숙, 2019). 이러한 점에서 미혼모의 노동은 기존의 여성노동연구, 특히 경력단절이라는 여성노동의 특성에 기대어 분석가능한 지점이 존재한다.

또한 여성노동을 다룬 연구들은 기혼 여성들의 경력단절뿐 아니라,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불평등으로 인한 임금 격차와 노동시장 분절 등을 분석하고 있다(황정미, 2007). 여성에 대한 노동시장에의 공식적 차별은 감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조직 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멘토링 부족, 비공식 네트워크에서의 배제, 여성을 환영하지 않는 조직문화는 조직의 자원이 여성에게 불리하게 배분되고, 임금과 승진에서의 차별로 이어진다(Welle & Heliman, 2005). 이러한 노동시장 내 여성 차별은 미혼모들도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기술한 것과 같은 여성노동연구는 미혼모가 노동시장에서 경험하는 차별과 배제를 잘 설명할 수 있는가? 미혼모의 출산과 양육이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문제는 기혼여성들의 문제와 비슷해 보인다. 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노동박탈이 같다는 점에서 이를 하나의 영향요인으로 상정하면, 미혼모가 노동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단계, 그리고 노동을 하는 단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차별과 배제의 상황은 덜 부각된다.

노동시장에서 미혼모가 경험하는 차별과 배제를 비가시화되면 미혼모의 노동은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다. 예컨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이들이 좋은 직업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무능력, 게으름 등으로 여겨진다(Jarret, 1996; Hyde, 2000). 미혼모 역시 경제적 어려움, 돌봄 지원 부족, 차별적 상황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경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한다. 이 지점에서 미혼모의 노동을 경력단절을 넘어 새로운 시각에서 연구해야 하며, 특히 노동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혹은 진입한 미혼모가 경험하는 차별과 배제의 상황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즉. 노동시장에서의 미혼모에 대한 차별은 여성이라는 성별 정체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여성들이라 하더라도 소수자 정체성을 지닌 여성들이라면, 성별 이외에 차별을 설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연구에서는 여성이면서 소수자들의 중첩적 차별을 설명하기 위해서 ‘교차성(intersectionality)’관점을 도입하고자 한다. 교차성은 크렌쇼(Crenshaw)가 제시한 개념으로 차별적 정체성들이 교차하여 취약한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Crenshaw, 1991). 크렌쇼는 흑인여성은 흑인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의 교차적 차별지점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흑인여성은 흑인과 여성의 취약성을 합친 것과는 다른 취약성이 드러남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교차성은 차별의 합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특정 정체성들이 중첩됨으로 인한 고유의 차별과 억압을 드러내는 개념이다(Crenshaw, 1991; 박종주, 2018; 한우리 외 2018).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이 연구는 여성이면서 또 다른 소수자성-정상규범과 이중적 성규범에 적합하지 않다는-을 지니는 미혼모에 대하여 이들의 노동과 관련된 차별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또한 노동시장에서의 차별경험뿐 아니라, 미혼모가 노동시장에 진입하고자 시도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이들의 노동지속 혹은 노동단절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1. 교차성과 여성의 노동

교차성은 크렌쇼가 흑인여성의 차별경험을 설명하면서 제기한 개념으로 ‘억압의 다층적 구조(interlocking systems of oppression)’를 의미한다(Crenshaw, 1991; Carastathis, 2014). 즉, 한 개인에 대하여 차별적 요소들이 다층적으로 존재할 때, 하나의 차별적 기준만으로는 복합적인 차별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차별의 단일한 기준은 이 개인이 처하는 차별경험을 해결할 수 없다. 크렌쇼는 흑인여성이 경험하는 차별은 여성 혹은 흑인이라는 하나의 개념만으로 대표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흑인의 차별은 흑인 남성을 대표성을 가진 집단으로 설정하여 차별을 설명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은 백인 여성의 관점에서 설명하기 때문에 흑인 여성으로서 고유하게 경험하는 차별적 상황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크렌쇼는 성과 인종을 결합했을 때, 독특하게 나타나는 차별을 검토해야 한다고 하였다(Crenshaw, 1989).

이와 같이 교차성이란 차별을 분석함에 있어 새로운 프레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하는 것이다(Carastathis, 2014; 박종주, 2018). 교차성은 집단의 차별경험을 기존에 존재하는 규범적 틀에 밎춰 적용하지 않는다. 교차성은 이론적 패러다임으로서, 지배적인 권력 구조와 헤게모니적 페미니즘 이론 속에 존재하는 백인중심주의, 이성애 규범성, 엘리트주의, 장애인 차별주의를 교정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즉, 여성이면서 다른 소수자성을 가지고 있는 집단에 대해 ‘여성’이라는 범주가 강력하게 드러나는 과정에서 가리워졌던 다른 소수자성의 사회적 위치들과 경험들을 가시화함으로써 위에서 기술한 지배적 시각에 맞설 수 있다. 사회의 구조는 특정 개인을 취약하게 만드는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이렇게 얽혀 있는 요소들을 모두 고려할 때 비로소 개인의 취약성이 정확하게 드러기 때문이다.

크렌쇼 이후의 연구자들은 교차성의 개념을 수용하여 여성과 인종, 이주, 장애 등 다양한 취약성이 교차할 때의 불평등을 밝혀내었다(Nicholas, 2016; Reys, 2017; Fasang & Aisenbrey, 2021). 성별을 비롯한 여러 요소들이 결합할 때, 비공식적 위계(informal hierarchy)가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정보, 지식수준, 제도적 지원, 정치적 정당성 등이 확실한 권력관계를 드러내며 비공식적 위계를 강화하고 개인을 정상화 혹은 비정상화한다(Reys, 2017). 예를 들어, 여성의 인종 간 취약성의 차이가 이를 잘 보여준다. 대체적으로 서구권에서 유색인 여성은 백인여성과 취약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흑인여성들은 백인여성에 비해 직업위세가 낮다. 하지만 자녀를 늦게 낳은 싱글맘들의 경우, 백인여성은 직업의 불안정성을 경험하는 것과 달리, 흑인여성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는 인종 내의 상대성으로 백인여성과 비교했을 때 이들의 임금수준이나 직업안정성은 대체로 낮다(Fasang & Aisenbrey, 2021). 한편, 사회구조적으로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에 근거한 사회정책이 작동할 때도 여성의 취약성은 집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캐나다에서 이민자인 한부모 여성이 구직급여를 신청하고자 할 때,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보다 구직급여를 받는 것이 불리할 뿐 아니라 불안정한 체류자격으로 인해 구직급여를 위한 서류가 거부되는 등 백인 여성에 비해서도 불리하다(Nichols, 2016).

이러한 교차성은 인종이나 장애와도 결합되어 나타난다. 입양아이면서 신경정신적 진단(neuropsychiatric diagnosis)을 받은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성별에 의한 차별뿐 아니라, 인종차별적 낙인, 소속감 거부, 민족주의자들에 의한 배제를 경험한다. 이는 자국출생으로 장애판정을 받지 않은 여성들의 노동시장에서의 차별경험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처럼 개인의 노동생활경험은 다양한 억압관계가 어떻게 비공식적 계층구조와 직장에서의 불평등한 조건을 형성하는지 묘사한다(Reys, 2017).

국내에서도 교차성에 대한 연구들이 존재한다. 교차성에 대한 국내의 경험적 연구들은 사회학, 보건학 등에서 진척되어 왔다(장미경, 2007; 김정현, 2014; 신경아, 2017; 정숙정, 2021; 허현희·성정숙, 2022). 1970년대 공장 노동자, 비정규직 여성, 여성 농업인, 한부모 여성가구주에 대한 연구는 여성이면서 소수자성을 지닌 이들의 차별경험을 잘 보여준다. 예컨대, 19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은 ‘순결’이라는 이름으로 성적 통제를 받았으며, 순결을 지키지 못한 여성은 자기 관리를 잘 하지 못하고 인성이 좋지 못하며, 노동능력이 없는 여성으로 인식되었다(장미경, 2007). 비정규직 여성들은 경력 유무와 상관없이 리더의 역할을 맡을 수 없으며, 이들의 성과는 정규직 직원의 몫으로 돌아간다(신경아, 2017). 여성과 공장노동자, 비정규직이라는 교차성이 나타날 때 이들에 대한 차별은 극대화된다.

또한 여성농업인은 농업을 위한 중요 인력이 아니라, 남성 농업인의 보조자처럼 여겨져 농민수당 등 임금지급의 대상이 대지 못한다(정숙정, 2021). 한부모 여성가구주 역시 노동현장에서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는 것과 상관없이 남편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해도 되는 존재’가 되거나, 승진 혹은 성취를 위한 업무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방식으로 회사에서 차별과 배제가 나타난다(김정현, 2014). 여성한부모는 한부모가 아닌 여성 혹은 남성한부모에 비해 나쁜 건강지표를 보인다. 이는 정상가족 규범과 이중적 섹슈얼리티로 인한 낙인, 불안정한 유급노동으로 인한 경제적 자원의 부족, 돌봄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건강 관리 시간의 부족과 스트레스, 의료서비스의 낮은 접근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허현희·성정숙, 2024).

이와 같이 교차성 이론은 여성들이 경험하는 차별을 단일한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환원하지 않고, 성별, 계급, 가족형태, 인종, 이주 여부 등 다양한 사회적 위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나아가 교차성 관점을 적용한 선행연구들은 기존의 성불평등 완화 정책과 제도들이 암묵적으로 기혼 유배우 여성을 전형적인 수혜자로 상정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곧 기혼 유배우 여성이라는 사회적 준거에 부합하지 않는 여성들—예컨대 미혼모, 이혼 여성, 비혼 여성 등—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며, 이로 인해 오히려 구조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 미혼모의 노동

미혼모의 모성과 양육을 다룬 연구에 비해 미혼모의 노동을 중점적으로 다룬 연구들은 소수이다. 이는 양육자 혹은 모성을 가진 존재로서의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개선되고 있는 반면, 노동자로서의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혼모의 노동에 대한 연구들은 몇 가지 시사점을 보여준다.

첫째, 미혼모의 노동비율은 높지 않으며, 미혼모의 일자리는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미혼모를 대상으로 하는 실태조사는 미혼모의 노동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9년 미혼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9.7%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으며, 전일제 근로를 하는 사람은 24.1%, 시간제 근로를 하는 사람은 24.5%였다(변수정 외, 2019). 한편, 2024년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에서 한부모 여성가구주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80.6%이다(배호중 외, 2024). 경제활동 참가율만을 보았을 때 미혼모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한부모에 비해 훨씬 낮음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미혼모들의 경우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 중 상용근로자는 46.4%에 지나지 않아 응답대상자의 4분의 1만이 상용근로자이며, 나머지는 임시근로나 일용근로를 하고 있었다(변수정 외, 2019).

둘째, 노동시장에서의 차별경험과 노동시장에서 차별받을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인해 미혼모들은 노동시장 진입과 경력유지가 어렵다. 미혼모들은 임신 이전에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임신을 알게 된 이후 비난과 편견이 두려워 혹은 임신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회사를 퇴직하기도 한다(김희주 외, 2012). 때문에 미혼모들은 차별없는 일자리가 중요하다. 미혼모 대상 조사에서 미혼모가 희망하는 일자리 중 ‘미혼모에 대한 편견/차별 없는 일자리’는 24.1%로 ‘근무시간 유연한 일자리’의 28.2% 다음으로 높다(변수정 외, 2019). 이와 같이, 미혼모들은 노동을 원하면서도 미혼모라는 사회적 낙인이 노동시장에서 차별과 배제의 원인이 될 것을 염려한다(이용우·양호정, 2017).

넷째, 미혼모들은 노동시장 진입 혹은 경력유지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이유로 노동을 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미혼모들에게 있어 노동은 필수이며, 사회적 인정의 원천일 뿐 아니라, 자녀로부터 ‘좋은 엄마’로 인정받는 주요한 수단이기도 하다(정지연, 2023). 이들은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취업성공패키지 등 여러 직업훈련 교육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교육 훈련에 비자발적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비전문적, 비실용적 훈련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취업과 노동에 대한 현실적인 감각을 익히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이용우·양호정, 2017). 또한 이들은 자녀돌봄을 벗어나 ‘나’로서의 시간이 필요함을 강조하는데, 노동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여긴다(정지연, 2023). 이러한 점에서 미혼모들은 비교적 확고한 노동자 정체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은 미혼모의 삶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동시에 차별을 경험하는 장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노동시장에서 특정한 집단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노동시장의 제도와 정책, 구조와 문화 등을 기반으로 생성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연구는 미혼모를 주변화하는 노동시장과 사회의 기제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III.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및 자료수집

이 연구는 미혼모의 노동시장에서 차별경험을 분석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미혼모들이 경험하는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을 세밀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와 노동시장이라는 맥락에서의 규범, 문화, 인식에 대한 논의들이 이루어져야 하며,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질적 방법이 적합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연구대상자들과의 심층면접을 통해 획득한 질적 자료를 사용하여 미혼모들의 경험과 의미, 이에 대한 해석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연구자는 미혼모 당사자 조직을 통해 연구에 관심이 있는 미혼모들을 모집하였다. 연구대상자는 현재 미혼모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사람이다. 노동관련하여 현재 일을 하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자녀 출산 이후 일을 해 본 경험이 있거나 구직을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제한하였다. 연구자는 당사자 조직으로부터 자발적으로 연구에 참여하겠다고 한 미혼모들의 연락처를 받아 개별적으로 연락하고, 만남 약속을 잡았다. 심층면접은 미혼모가 거주하는 지역의 카페나 회의실에서 일대일로 대면으로 한시간 가량 진행하였다. 총 10명의 미혼모가 면접에 참여하였으며, 면접기간은 2023년 9월부터 2024년 1월까지였다.

면접내용은 참여자들의 동의를 얻어 녹음되었다. 면접을 시작하며 면접참여자들에게 연구의 목적과 주요 질문 연구참여자의 익명성 보장, 자발적 연구참여에 대해 설명하고, 연구참여자의 동의를 얻었다. 면접에 참여한 미혼모들의 특성은 <표 1>과 같다.

표 1. 면접참여자의 특성
사례 나이 자녀 최종 학력 주요 노동경력 현재 직업 (전일제/계약여부) 미래희망 직업
사례1 32 딸(12세) 고졸 식당아르바이트, NGO(파트타임) 무직 창업
사례2 45 딸(12세) 대졸 사무직
(경리 및 회계)
사무직
(파트타임/계약직)
사무직
사례3 29 딸(10세) 고졸 쇼핑몰판매직, 간호조무사 사무직
(전일제/계약직)
쇼핑몰 운영
사례4 36 딸(19세)
아들(11세)
대학원졸 백화점판매직, 자영업 무직 건강관련 강사
사례5 50 딸(12세) 대졸 유치원교사, 게임회사 프로그래머, NGO 판매직 강사 아로마 테라피 운영
사례6 36 아들(5세) 대졸 강사 공부방 운영
(자영업)
공부방/학원운영
사례7 44 딸(20세)
딸(12세)
고졸 서점 판매사원, 식당 아르바이트 공방운영
사례8 43 아들(18세)
아들(3세)
대졸 서적 영업, 식당,기간제 교사 기간제 교사
(전일제/계약직)
교사
사례9 45 아들(13세)아들(4세) 고졸 의류도소매업, 텔레마케터, 여행사(상담사) 등 무직 사회 복지사
사례10 47 딸(7세) 고졸 꽃집, 화장품판매사원, 식당서비스직 무직 창업
Download Excel Table
2. 자료분석

미혼모들이 경험한 노동시장에서의 차별경험의 심층적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 주제분석(thematic analysis)을 시행하였다. 주제분석은 자료로부터 주제를 확인하고, 각 주제의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주제분석은 개인이나 집단의 경험, 감정, 인식, 태도를 주제화하여 의미 구조를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본 연구자는 Braun과 Clarke(2006)의 6단계 수행절차에 따라 분석을 수행하였다(Braun & Clarke, 2006).

우선, 심층면접에서 본 연구자는 미혼모들에게 임신 이전의 노동경험, 임신과 출산 당시 취업 여부, 임신을 알게 된 이후 직장 퇴사 여부 및 직장의 반응,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의 노동이력과 구직경험, 취업을 위한 교육 및 훈련 경험에 대하여 물었다. 면접이 끝난 후 녹음된 자료는 녹취록으로 전환하여 문서화하였다. 본 연구자는 자료에 익숙해지기 위해 녹취록에 기술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읽고, 이들의 노동경험과 관련하여 의미있는 개념들을 찾아내어 코드화하였다. 이러한 개념들을 지속적으로 비교하여 유사한 의미를 가진 개념들을 합산하여 범주화하였다. 다음으로는 범주들과 하위 코드들이 적절한지 검토하고 범주간의 연관관계를 고려하여 범주들을 포괄하는 주제들을 생성하였다. 이후 각 주제에 포함된 범주들과 코드들이 명확한지 검토하여 수정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확정된 주제와 하위 범주 및 코드들을 분석하여 논문으로 기술하는 작업을 하였다.

IV. 분석결과

1. 정상가족 규범에 의해 강화된 배제의 구조

노동시장은 다양한 제도와 조직 문화를 통해 노동자들의 참여와 권리를 보장하고자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정체성에 따라 이러한 제도와 문화의 접근 가능성과 활용 범위에 차이를 보인다. 특히 미혼모는 노동시장 내 제도에 접근하고 참여하는 데 있어 구조적인 제약을 경험한다. 이는 단지 개인의 조건 때문이 아니라, 미혼모라는 정체성에 부착된 사회적 낙인이 제도 접근을 가로막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과 같은 공식적인 모성보호 제도는 명목상으로는 모든 여성 노동자에게 열려 있지만, 미혼모는 조직 내에서 정당한 사용자로 인식되지 못하거나, 실제로 활용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 놓이곤 한다. 이는 제도의 형식적 보장과 실질적 접근성 간의 괴리를 드러낸다.

또한, 회식·워크숍·야근 등 비공식적 조직문화와 네트워크에서도 미혼모는 자주 배제되는 경향을 보인다. 미혼모는 자녀 돌봄에 대한 일방적인 전제를 통해 참여 가능성이 사전에 차단되며, 이는 다른 직원들과의 비공식적 소통과 관계 형성의 기회를 상실하게 만든다. 이처럼 제도적·문화적 배제는 미혼모의 노동자로서의 기능을 약화시키며, 노동시장 내에서의 위치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1) 정규직 중심 모성보호제도의 실질적 배제 경험

면접에 참여한 미혼모들의 다수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 공식적인 모성보호 제도를 이용한 경험이 없었다. 사례2와 사례6을 제외하고, 출산휴가를 사용한 면접자는 없었으며, 시간제 출퇴근제나 유연근무제와 같은 돌봄 친화적 제도를 사용한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모성제도가 자녀 돌봄과 노동의 양립을 위해 제도적으로 설계되었음에도 미혼모라는 특정 가족형태의 구성원에게는 실질적으로 열려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면접에 첨여한 미혼모들이 출산휴가를 이용하지 못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임신 당시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경우이다. 미혼모는 임신 사실을 인지했을 때 일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제도 자체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다. 둘째, 고용형태의 불안정성이다. 일부 미혼모는 임시직, 단기 아르바이트 등 상용근로계약 외의 형태로 일하고 있어 제도상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조건에 놓여 있었다. 셋째, 출산 전 퇴사의 사례이다. 출산휴가 제도가 존재하는 직장에 재직하고 있던 경우에도 미혼모들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 퇴사를 선택함으로써 해당 제도를 실질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은 모성보호 제도가 정규직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비정규직이거나 제도적 지위가 불안정한 미혼모에게 실질적으로 닫혀 있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출산휴가를 실제로 사용한 사례는 두 건이었다. 그 중 사례6은 ‘정상가족’에 대한 조직의 기대를 유지하기 위해 신분을 은폐하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사례6은 결혼을 준비하던 중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후 파혼했음에도 직장에는 파혼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결혼한 상태인 것처럼 행동하였다. 직장에서는 그를 기혼 여성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출산휴가가 가능했다. 사례6은 임신 9개월까지 근무한 후 출산휴가를 사용했고, 출산 49일 만에 복직하였다. 이 사례는 모성제도의 사용 가능성 자체가 결혼 여부, 고용형태와 긴밀하게 얽혀 있으며, 미혼모가 제도에 접근하기 위해 미혼모라는 정체성을 은폐하거나 왜곡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저는 만 9개월 넘어서까지 일을 했으니까...일 그만두고 딱 28일 뒤에 수술했거든요....저는 애 낳고 49일 만에 복귀했거든요(사례6).

출산휴가를 사용한 사례2 역시 결혼준비를 하는 과정에 헤어졌다. 직장에서는 사례2가 헤어진 후에도 여전히 결혼준비를 한다고 알고 있었다. 사례2는 임신 9개월까지 일을 하고 출산을 하였으며,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 드러날까봐 복직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그때는 제가 회사에서도 결혼을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임신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이제 양해하고 그래서 휴직을 했는데 복직은 못 했어요(사례2).

사례2는 출산 후 복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복직 이후 자신이 결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장에 밝혀야 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앞서 기술한 사례6과 함께 보면, 출산휴가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출산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 결혼을 한 여성에게만 실질적으로 허용되는 제도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근로기준법은 출산휴가의 자격 요건에 결혼 여부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즉, 출산휴가는 법적 권리로서 모든 출산한 여성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혼모들이 출산휴가를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현실은 법적 평등과 제도적 접근성 사이의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는 조직 구성원의 내부 인식은 다음의 사례에서도 잘 보여준다. 사례5는 최근 일했던 NGO에서 인사부장으로부터 “미혼모들은 출산휴가가 없으니 연휴를 잘 활용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였다. 사례5는 이를 농담 섞인 이야기로 받아들였다고 하였다. 하지만 사례5의 경험은 미혼모에게 있어 출산휴가는 사용할 수 없는 제도라는 인식이 직장 문화 속에 암묵적으로 내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즉, 제도 자체의 존재보다도 누가 그 제도를 쓸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가의 문제가 중요하게 작동한다. 이는 제도가 법적으로 평등하게 보장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정상가족 규범을 기반으로 접근 불가능한 집단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출산휴가는 단순히 출산을 하는 노동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아니라,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와 결합된 모성에 부여되는 ‘자격화된 권리’로 작동한다. 이에 미혼모는 제도적으로 배제당할 뿐 아니라, 제도에 접근하려는 시도 자체가 낙인과 위화감의 대상이 되는 이중의 장벽에 직면하게 된다.

인사부장님이 ‘(미혼모) 엄마들은 출산 휴가 없는 거 알지? 지금 둘째를 가져도 출산 휴가 없으니까...’(사례5).

한편, 면접에 참여한 미혼모 중 출산휴가를 사용한 사람은 2명이었으나, 육아휴직제도 혹은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 다른 모성보호제도를 사용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출산휴가를 받은 사례2는 휴가 이후 복직하지 않았고, 사례6 역시 복직한지 얼마 되지 않아 퇴사하였다. 이는 육아휴직제도 역시 출산휴가와 마찬가지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을 위한 것이나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모들의 접근성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 비공식 조직문화의 배제와 돌봄 책임 강요

면접에 참여한 미혼모들은 대부분 정규직이나 계약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으며, 노동현장에서 공통적으로 회사 내 공식적, 비공식적 네트워크에서 배제되는 경험을 설명하였다. 이들이 경험하는 배제는 야근, 회식, 워크숍 등의 회사 공식 행사나 비공식적 모임에서 발생하였다. 회사 동료나 상사들은 미혼모들이 자녀를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이들의 모임 참여 가능 여부를 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배제하곤 하였다.

이러한 일방적 배제는 표면적으로는 자녀를 돌보아야 하는 미혼모의 처지를 고려한 배려의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미혼모들은 이러한 조치를 불편하게 받아들였는데, 이는 이러한 조치가 미혼모를 ‘노동자’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 돌봄자’라는 제한적이고 편협한 역할로만 보는 사회적 시선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즉, 비공식 조직문화에서의 배제는 미혼모에게 노동자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돌봄자로서만의 정체성을 강요하는 사회적 편견과 교차적으로 결합된 배제 기제로 작용하였다. 결과적으로 미혼모들은 배려로 위장된 배제가 직장 내 소속감과 노동자로서의 자율성을 침해하며, 노동 현장에서의 고립과 사회적 네트워크에서의 소외로 연결된다고 지적하였다.

(상사가) 저한테 이제 얘기를 할 때, ‘아이를 혼자 키워서 야근을 못하지?’, ‘아이를 혼자 키워서... 일이 있어서 못 나오지?’ 회식을 해도 ‘아이를 혼자 키워야 되니까 못 가지?’라는 식으로 거의 노골적으로 그런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사례2).

사례2는 회계 부서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 온 정규직 노동자이다. 사례2는 업무 특성상 일 년 중 한두 달 정도만 야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였다. 사례2는 야근이 필요한 기간에 자녀 돌봄을 충분히 계획하고 준비하여 야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사는 이를 사전에 확인하거나 논의하지 않고 자녀 돌봄이 어렵다는 이유로 야근 업무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곤 하였다. 사례2는 회식과 관련하여서도 상사로부터 "자녀 때문에 참석이 어려우니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고 밝혔다.

사례4 역시 유사한 경험이 있다고 하였다. 사례4는 회사에서 연장근무 일정이 잡힐 때마다 상사로부터 "자녀를 돌봐야 하니 연장근무가 어렵지 않겠느냐"라는 말을 들으며 암묵적으로 업무 참여에서 배제되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회사의 일방적인 배제는 실제로 자녀 돌봄을 위한 배려라기보다는 미혼모 노동자들이 자녀 돌봄의 책임으로 노동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상사들은 이제 그건 있는 것 같아요. 좀 어려워 뭔가 연장근무를 한다고 그랬을 때 조금 더 ‘00씨, (연장근무) 괜찮겠어?’라고 약간 그런 질문하는 거...‘애 때문에 더 빨리 가야 되지 않아?’ 약간 이런 거...(사례4).

연장근무나 회식뿐 아니라, 직장 내 정보를 공유하고 직원들 간에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워크숍과 같은 공식적 행사에서도 미혼모들은 자녀 돌봄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배제되는 경험을 하였다. 사례5는 NGO에서 근무하면서 조직 내 워크숍이 개최될 때마다 미혼모 직원들은 “자녀가 있으니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었다고 하였다. 이 과정에서도 조직은 미혼모 노동자의 실제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고, 미혼모들은 자녀 돌봄을 위한 자원이 없어 곧 워크숍 참여의 불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추측하고 결정하였다.

(다른 직원들은) 워크숍 갔는데 우리는 애 봐줄 사람이 없다고 열외... 저는 그것도 차별이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원장님이 애 봐준다고 그랬거든요. 근데 아이가 봐줄 사람이 없으니 열외(사례5).

사례5는 직장에서의 업무 활동이나 개인적 필요를 위해 자녀가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별도의 돌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였다. 사례5가 회사 업무로 인해 바쁘거나 긴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어린이집 원장은 사례5의 자녀를 마치 자신의 가족처럼 돌보아 주었으며, 정규 보육 시간 외에도 지원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사례5가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회사에서는 사례5에게 자녀를 돌봐줄 수 있는 대체 돌봄 자원이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절 묻지 않았다. 대신, 자녀 돌봄을 곧 워크숍 참여의 장애로 단정짓고 일방적으로 사례5를 배제하였다.

면접에 참여한 미혼모들은 실제로 자녀 돌봄 문제로 인해 다른 노동자보다 회사에서 야근이나 회식 등 공식적 활동에 참여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의 정도는 개인마다 다르고, 돌봄의 부담을 해소하는 방식 또한 매우 다양했다. 물론 기존의 선행연구들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미혼모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재정적 자원이나 사회적 관계가 부족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전적으로 수동적이지 않고 나름의 방식으로 노동 참여와 돌봄 책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다양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활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혼모 노동자들을 향한 사회적 시선과 회사의 대응은 이들이 자녀를 ‘혼자’ 키우는 돌봄자라는 정체성을 부여할 뿐 아니라, 돌봄자원을 획득할 수 없는 존재로 여겨 이들의 노동자로서의 역량과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즉, 회사가 미혼모들을 돌봄자로만 한정지음으로써 노동자로서 온전히 몰입할 수 없는 존재로 간주하여 이들의 노동시장 내 위치가 구조적으로 취약해지고 주변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례7이 언급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이러한 점을 잘 드러낸다.

그러니까 인식인 것 같아요. 미혼모 하면 혼자서 애 키우고, 부모님들하고 (연락 안하고), 경력이 단절되고, 주위에 아무도 없고... 그런 것 때문에 아이 아프면 어떡할 거냐고... 그때 그러면 아이 아프면 누구한테 맡기고 (할 사람이 없다는) 인식이...그냥 무조건 미혼모 하면 모든 세상과 그냥 단절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사례7).

사례7은 자녀가 장애가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와 자녀의 활동보조사가 돌봄을 도와주고 있다. 그럼에도 사례7은 직장생활을 할 때마다 자신의 자녀 돌봄을 위한 자원이 있다는 것을 회사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례들은 미혼모들이 노동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배제는 여성들에 대한 돌봄책임, 미혼모는 돌봄자원이 없어 노동참여가 어려울 것이라는 차별적 시선이 교차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현상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물론 현실적으로 미혼모들이 사회적 관계의 부족과 경제적 위기로 인해, 자녀돌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이는 미혼모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미혼모들의 개별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회사가 미혼모 노동자들의 실제적 필요나 계획과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업무 배제는 결과적으로 미혼모들의 직장 내 소속감과 노동자로서의 자기 결정권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 내 지위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한다.

2. 노동을 위한 시간결핍과 불안정 노동의 지속

면접에 참여한 미혼모들은 대부분 불안정 노동을 반복적으로 경험하였다. 이들은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경력단절을 겪었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노동시장 진입과 이탈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고용 특성을 보였다. 물론 배우자가 있는 여성이나 한부모 가정에서도 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과 노동시장에서의 반복적 진입과 이탈이 나타나지만, 미혼모는 이들 집단에 비해 시간 자원의 절대적 부족, 즉 돌봄 때문에 유급노동을 포기하는 현상을 더욱 심각하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혼모들이 자녀 돌봄의 전적인 책임을 홀로 부담하며, 이로 인해 노동 참여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개인의 돌봄부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미혼모가 위치한 사회적 자원의 결핍, 낮은 사회적 지지, 그리고 사회적 편견이 교차적으로 결합한 결과로 나타난다. 이러한 점에서 미혼모의 노동을 위한 시간결핍은 미혼모라는 특정한 가족 형태와 노동시장 내 사회적 위치의 교차적 특수성을 반영한다.

1) 돌봄의 무게 속에서 포기하는 유급노동

돌봄이라는 측면에서 미혼모는 유급노동에 시간을 사용하기 어려운 집단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들은 자녀 양육에 필요한 사회적 관계망의 부족과 경제적 자원의 제약으로 인해 자녀 돌봄을 타인에게 위임하거나 외주화하는 것이 어려워 직접 돌봄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일반적으로 자녀를 둔 기혼 여성들 또한 노동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자녀 돌봄에 많은 시간과 재정, 인적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미혼모는 부모나 배우자, 친족 등 돌봄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사람들과 돌봄을 외주화하기 위한 재정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미혼모들은 이러한 자원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노동에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미혼모들은 돌봄을 외주화하기보다는 자신의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비자발적으로 노동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면접에 참여한 미혼모들 역시 이러한 경험이 있음을 말하였다. 사례2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처럼 늦은 시간까지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되자, 전일제에서 파트타임으로의 전환을 선택해야 했다. 사례5는 회사로부터 파트타임 근무에서 전일제로의 전환 제안을 받았지만,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없어 그 제안을 수락하지 못했다. 이처럼 미혼모는 돌봄 책임을 온전히 개인에게 지는 구조 속에서 시간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이는 노동시장 내 지속적 참여의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제가 소득이 줄어든 것도 아이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유치원 때는 7시까지라도 봐주니까 제가 퇴근하고 가서 데려오면 되는데, 초등학교 때는 안 되는 거예요(사례2).

정규 취업을 하면 7시 퇴근인데 우리 00이는 7시까지 어린이집 맡겨 놓을 수가 없는 상태여서 저는 그냥 파트만 할게요. 그리고 일주일에 세 번은 가능하니까...그냥 정규... 파트타임으로 있었어요...(사례5)

반면 면접에 참여한 미혼모들 중 일부는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없어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사례3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학교에서 일찍 끝나기 때문에 자신이 돌보고 싶었으나,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없어 자신이 퇴근할 때까지 여러 학원에 보내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하였다.

이게 왜냐하면 학교가 일찍 끝나요. 애들은 2시인가 1시...그 때 오면 집에 방치되어 있어야 되거든요. 저는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자녀를 학원으로) 뺑뺑이 돌리는 거죠...스케쥴 잡아주고...(사례3).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결혼 유무에 상관없이 자녀돌봄과 유급노동의 문제는 자녀가 있는 모든 여성의 문제이다. 생계부양자이자 돌봄자로서 이중부담을 가지고 있는 미혼모들에게 돌봄을 위한 유급노동의 포기는 절대적이다. 면접에 참여한 미혼모들은 공통적으로 노동시장을 계속하기 어려운 이유로 돌봄을 들었다. 결혼한 적이 없는 미혼모 엄마들과 결혼한 경험이 있는 한부모들과 함께 팀을 이뤄 일한 경험이 있는 사례5는 한부모 엄마들이 상대적으로 돌봄자원이 더 많다고 하였다.

돌봄이요. 잉여 돌봄의 인력이 있느냐 없느냐 그 차이고, 저희도 솔직히 일할 때 한부모 엄마를 선호했던 게 미혼 엄마는 아이가 무슨 일이 생기면 100% 나밖에 챙길 사람이 없으니까 이 일에서 빠져요. 근데 한부모는 안 되면 옛날 시댁이라도 전화할 수 있어요(사례5).

이와 같이 돌봄 자원의 부족으로 인한 유급노동의 축소 내지 포기는 미혼모들에게 거의 불가피한 선택에 가깝다. 문제는 현대 사회는 돌봄 자원을 개인화함으로서 적절한 자원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노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는 점이다. 즉, 미혼모들은 여성에게 부담된 돌봄책임과 더불어 미혼출산이라는 사회적 편견으로 가용할 수 있는 돌봄자원의 부족을 경험한다. 이와 더불어 정상가족 규범과 다른 가족형태를 지닌 이들에게 폐쇄적인 모성보호제도와 같이 미혼모의 취약성이 켜켜이 쌓여 결국 미혼모로 하여금 안정적인 노동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문제는 이러한 선택이 단순한 노동시간의 조정 차원을 넘어, 장기적인 경제적 빈곤의 구조적 재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혼모가 노동시장에 지속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이탈하게 되면, 경력 단절의 누적, 사회적 자본의 축소, 직업 역량 개발의 기회 박탈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불이익이 심화된다. 결국 미혼모는 돌봄과 생계 책임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 속에서 시간빈곤과 경제빈곤의 이중 빈곤(double poverty) 상태에 놓이게 된다.

2) 멈춰버린 미래, 포기해야 하는 ‘경력과 꿈’

안정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교육과 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대학진학 등의 교육일 수도 있고, 해당직업을 위한 직업훈련일 수도 있으며, 시험을 통해 입직 자격을 얻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을 가지기 위해서 개인은 교육에 투자할 충분한 재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미혼모들 역시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여러 가지 직업훈련에 참여하지만, 대부분은 쉽게 자격증을 딸 수 있거나 진입장벽이 낮은 대신 저소득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직업이 대부분이다. 면접에 참여한 미혼모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사는 동안 다양한 직업훈련에 참여하기도 하고, 여러 자격증을 따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장기간 이어갈 수 있는 직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사회는 대학 진학을 중심으로 20대 중반까지 고등교육과 노동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연장된 교육 이행기가 일반화되어 있다. 그러나 20대 초반에 출산을 경험한 미혼모들은 또래 집단과 비교해 교육과 직업 준비를 위한 시간과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이 현저히 짧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출산 이후 돌봄 책임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현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재정적 지원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미혼모들은 자립을 위해 본인의 현재 학력보다 높은 학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60.8%로 높은 편임에도 직업을 위한 교육과 훈련을 지속하기 어렵다(변수정 외, 2019).

면접자 중 20대 초반에 출산한 사례1과 사례3은 이 같은 구조적 제약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사례1은 대학교 2학년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임신 사실을 알게 되어 출산하였다. 이후 자녀를 양육하느라 학업을 지속할 수 없었고, 시간 부족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직업훈련이나 자격증 준비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한 경로로 진입하는 것 또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아이 임신하기 전후로 해가지고, 그 때 이제 학교 휴학하고 임신하니까 더 다닐 수가 없어서 학교는 포기했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정말 정규직...그런 회사에 들어가거나 (들어가기 위해) 공부는 해 본 적이 없어요(사례1).

사례1은 자녀를 돌보는 와중에 부업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였고,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된 시점에서는 낮에만 일할 수 있는 식당에서 장기간 일하였다. 사례1의 원가족은 신용불량자인 상태여서 사례1을 경제적으로 돕기 어렵다고 하였다. 또한 사례1의 자녀는 장애가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자녀를 떼어놓고 일하기 어려웠다고 하였다. 사례1을 둘러싼 경제적 위기, 돌봄 자원의 부족, 자녀의 장애는 사례1이 교육이나 직업훈련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생계부양자로 일을 해야 했던 사례1은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거나 수급자격이 되지 않을 때는 아르바이트, 단기간 파트타임직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사례3은 부사관이 되고 싶었으나, 고등학교 졸업하고 부사관 시험을 준비하던 초기에 임신과 출산을 하였다. 이후 시설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시험 준비를 하고 싶었으나, 자녀가 아프기도 하고, 부모님의 이혼으로 원가족의 도움 없이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사관 시험을 준비하기 어려웠다고 하였다. 부사관 시험을 준비하려면 준비하는 기간동안 학원에 다니거나, 스스로 수험준비를 해야 한다. 부사관 시험은 공무원 시험이나 교사 임용시험보다 준비기간이 짧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례3은 자녀를 돌보면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회득하고, 간호조무사로 일을 했다고 하였다. 결국 사례3은 일을 하면서 시험준비를 하기는 했지만, 나이제한이 있어 결국 시험을 보지 못하고 포기했다.

(아이가) 좀 크면 (군대 부사관으로) 갈 수 있겠지 했는데, 나이가 너무 늙어버려서.... 만 27세까지만 갈 수(응시) 있으니까... (사례3).

20대 초기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두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출산과 돌봄이 개인의 인적 자본 형성 과정을 중단시키는 효과를 가진다는 점이다. 이는 미혼모, 특히 청소년 미혼모나 20대 초반 출산한 미혼모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기조차 어려운 구조 속에 놓여 있음을 시사한다. 초기 청년기에 미혼모가 된 경우, 다른 연령대보다도 더 이른 시기에 돌봄과 생계 책임을 동시에 감당하게 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교육 기회의 차단 → 자격 미비 → 불안정 노동 → 시간빈곤과 빈곤 재생산이라는 구조적 순환을 형성하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는 단순히 ‘청년 미혼모’ 개인의 출산 문제가 아니라, 돌봄의 사회적 부재와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교육기회의 박탈이 야기하는 구조적 배제의 결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3. 미혼출산 낙인으로 인한 노동부적격자 이미지

개인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특정 직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해당 직무에 부합하는 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가 중요한 기준으로 요구된다. 이는 해당 직무에 필요한 전문적 지식과 기술, 관련된 업무 경험, 업무 수행에 대한 적극적 의지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노동시장 진입과 직무 배치가 순전히 개인의 능력과 역량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믿음은 신화에 불과하다. 실제 노동시장은 개인의 능력 외에도 성별, 학력, 출신 대학의 위상, 과거 노동경험과 같은 사회적 범주들을 기준 삼아 개인의 노동능력을 이미지화하며 평가한다.

특히 미혼모의 경우, 미혼출산으로 인해 사회적 낙인이 형성되면서 노동시장 내에서 '노동에 부적합한 존재'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부여된다. 미혼모라는 사회적 범주는 노동자로서의 실질적인 업무수행 능력이나 노동 잠재력에 대한 평가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낙인은 미혼모의 노동시장 진입과 직무 배치를 가로막는 주요한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결국 노동시장 내에서 미혼모는 능력 중심의 평가가 아닌, 미혼모라는 사회적 낙인을 기준으로 한 차별적 평가의 대상이 된다.

1) 노동자 아닌 ‘쉬운 여자’로의 낙인

회사 내 성희롱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자주 경험하는 일이며, 특히 직급, 연령, 조직문화에 따라 그 심각성과 빈도가 달라진다. 그러나 모든 여성이 같은 조건에서 성희롱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여성 집단, 예를 들어 미혼모는 그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성희롱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

미혼모는 단순히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아니라, 사회적·성적 규범을 위반한 존재로 인식되며, 이는 곧 도덕적 비난과 편견의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이 규범을 위반했다는 인식때문에 미혼모들은 직장 내에서 ‘신뢰할 수 없는’, ‘자기관리가 부족한’ 인물로 여겨지며, 이상적 노동자(ideal worker)로서 요구되는 자질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더 나아가 미혼모는 동료 또는 상사로부터 성적 대상화되며, 성희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미혼모에 대한 ‘쉬운 여자’, ‘정조 관념이 느슨한 여자’라는 왜곡된 인식이 성희롱의 정당화 기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 면접에 참여한 미혼모들은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으로 인해 성희롱의 대상이 되었다고 하였다. 사례4는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중 자신이 미혼모임을 상사가 알게 되었고, 이후 상사는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거나 단둘이 술자리를 제안하는 등 노골적으로 성희롱을 했다고 하였다. 이는 미혼모라는 정체성의 노출 시점과 성희롱의 시작 시점이 일치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미혼모에 대한 낙인이 성희롱의 취약성을 강화하는 기제임을 보여준다.

이분(원장)이 이제 제가 혼자라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저를 함부로 대하더라고요(사례4).

한편 직장에서 미혼모가 겪는 성희롱은 단순한 언어적 희롱이나 신체 접촉을 넘어, 물리적 위협과 감정적 압박을 수반하는 스토킹 형태로도 나타난다. 이는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지위는 무시된 채, 여성의 사적 삶에 대한 침입과 통제가 시도되는 구조적 폭력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사례7은 일하던 직장의 사장이 미혼모임을 알게 된 이후, 지속적으로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하고, 집 앞까지 찾아오는 등 반복적인 스토킹 행위를 했다고 설명하였다. 사례7은 결국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이 조치를 취해 준 이후에야 스토킹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하였다. 이 사례는 미혼모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단순한 ‘성희롱’ 차원을 넘어 노동권과 생존권을 침해하는 위협이며, 여성이 사회적 위치에 따라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스토킹까지 해가지고 스토킹으로 여기 세 번 신고했어요....집 앞에 오고 막 전화 문자 이상한 문자 보내고 야간 문자 보내고 자기(사장)랑 성관계하면 한 달에 얼마씩 준다고 그러고...(사례7).

사례4와 사례7은 당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직장에서 낮은 위치에 있었다. 이들은 미혼모라는 정체성이 드러난 후, 상사나 고용주로부터 성적 접촉 시도, 스토킹, 사적 만남 요구 등 심각한 수준의 성희롱을 경험하였다. 이들의 사례는 고용의 불안정성과 사회적 낙인이 결합될 때, 여성이 성적으로 더욱 취약해지는 구조를 보여준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는 정규직 여성 노동자에 비해 조직 내에서 쉽게 교체 가능하고, 방어권이 약하다는 점에서, 성적 통제의 표적이 되기 쉬운 조건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성적 대상화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사례2는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 동료가 자신이 미혼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진술했다.

이렇게 ‘밖에서 만나볼까?’ 이런 식으로.... 아니면 회식을 가면 ‘한 잔 더 해볼까?’ 이런 식으로... 사무실에 있어도 은근 막 ‘그런 식으로 만날 수 있지 않나?’ 싶어 언급을 하시는구나. 남자들이 다 저럴까라고 생각을 해보면. 그런 건 아니고 상황을 봐가면서 그러는 것 같아요(사례2).

위의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미혼모라는 정체성은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성적 접근 가능성’을 부여받은 여성으로 오인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즉, 성적 대상화는 단순히 고용 지위가 낮아서가 아니라,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성적 규범 위반에 대한 도덕적 처벌의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 성적으로 대하기 쉬운 여자’라는 낙인은 단지 남성의 성희롱과 통제 욕망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여성 동료들 역시 이와 같은 낙인을 내면화하고 실천적으로 재생산한다. 특히 미혼모와 같은 낙인 집단은 조직 내에서 불편하거나 감정 노동이 과도한 역할을 떠맡게 되는 경향이 있다.

사례7은 식당에서 일하는 동안 까다롭고 무례한 남성 손님이 방문할 경우, 여성 동료들로부터 그 손님을 담당하라는 요청을 반복적으로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요청은 공식적 지시라기보다는 ‘너는 그런 손님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또는 ‘그 손님이 너에겐 더 잘 대해줄지도 몰라’와 같은 암묵적 기대와 차별적 할당의 형태였다.

이는 미혼모라는 정체성에 대해 여성들 역시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여성’이라는 낙인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노동환경 속에서 여성 간 위계가 형성되고, 이 위계 속에서 미혼모는 가장 아래에 놓이며, ‘불쾌한 역할’이나 ‘성적 접근이 예상되는 손님’에 대한 응대를 담당하게 됨을 보여준다.

남자 손님들 오고, 또 진상 손님 오잖아요. 그러니까 (여성 동료들이) ‘너는 남자에 대해서 잘 알잖아. 니가 가서 봐’(사례7).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미혼모는 단순히 혼인하지 않은 여성이 아니라, 성적 규범을 위반한 존재로 간주되며, 이는 직장 내에서 ‘이상적인 노동자’로 인정받기보다 ‘성적으로 대하기 쉬운 여성’으로 대상화되는 토대를 제공한다. 결국 미혼모는 직장 내에서 노동자라기보다는 도덕적으로 평가되고, 규율되어야 할 ‘문제적 존재’로 간주되며, 이는 성적 대상화뿐만 아니라 노동자격 자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배제로 이어진다.

2) ‘미혼모는 우리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사회적 편견의 벽

면접참여자들은 구직을 하는 과정에서 미혼모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아봤다고 하였다. 대부분 혼자 자녀를 돌볼 수 있느냐 혹은 아이 아버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자녀돌봄이 미혼모 취업이 좌절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면접참여자들은 미혼모라는 위치가 특정 직종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업이 어려웠던 경험이 있다고 하였다. 특히 교육, 보육, 서비스 등 정상가족 기반 노동자 이미지가 요구되는 직종에서 미혼모는 이 규범에 어긋나는 존재로 간주된다.

사례5, 사례7, 사례9는 각각 유치원, 어린이집, 대형서점, 학원에서 미혼모 이미지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취업을 하지 못한 사례들이다. 사례5는 출산 이전에 유치원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해당 유치원 원장과도 신뢰가 쌓였었다고 하였다. 유치원을 그만두고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원장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기회가 되면 함께 일할 것을 권유받았다고 하였다. 하지만 출산 이후 해당 유치원에서 면접을 보면서 미혼출산임을 밝히자 취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래서 어느 원장님이...한번 오라고 그러시더라고요.‘ 미혼모라고 하지 말고 이혼했다고 그래.’ (제가) 왜요? 미혼모 선생님으로 있다는 게 엄마들한테 그 자체 소문이 나면 원아 모집이 안 된대(사례5).

사례7은 보육교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어린이집에서 일하기 원해 면접을 본 후 합격하였다. 하지만 가족과 관련된 서류를 제출한 후, 나오지 말 것을 종용받았다고 하였다.

(면접시) 서류 제출 안 하는 데서는 일주일 동안 일하다가 서류 제출하고 나서 바로 나오지 말라고 그러고. 애들 엄마들이 안 좋게 생각한다고...그리고 계속 식당에만 다녔었죠(사례7).

사례7은 보육교사 자격증을 획득하기 이전에 원래 서점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사례7은 서점의 이미지와 미혼모의 이미지 격차로 인해 해고를 당했다고 하였다. 서점의 이미지가 뭐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사례7은 서점직원이 ‘똑똑한 사람도 많이 만나고, 책도 많이 읽는데’ 미혼모는 똑똑해 보이지 않다는 것이라고 하였다.

젊었을 때는 (동네) 서점에서 일했었는데...첫째 낳고 나서 아기를 건강보험에 올려야 돼서 등본이랑 떼갖고 갔더니, 그분(사장님)이 (미혼모이기 때문에) 서점 이미지랑 안 맞는다 그만두라고.. 그때는 어려가지고 강제 퇴사 이런 게 뭔지도 몰랐고. 그냥 퇴직금 주니까 그냥 퇴사했어요(사례7).

사례7이 서점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사했을 때는 2005년경의 경험이다. 하지만 사례7은 최근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하였다. 출산전에 서점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가 새로 입점하는 대형서점 지점장으로 부임하며 사례7에게 판매직원으로 지원하라고 권유했으나, 면접이후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떨어졌다고 하였다.

서점에서 같이 일했던 언니가 지점장 돼서 00문고요... 여기 00점 생기면서 지점장 돼가지고 거기 이력서를 (내라고) 언니한테 연락이 왔어요. (언니가) 여기 지점장으로 온다고, 너도 여기 이력서 내보라고 그래서 냈는데 면접까지 됐는데 서류에서 떨어졌어요(사례7).

사례7은 서점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슷한 이유로 탈락했을 거라고 하였다. 위의 사례들에서 확인할 수 있듯, 미혼모들은 해당 직종에서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동일 분야로의 재취업이 어려웠다. 이는 ‘미혼모’라는 사회적 낙인이 기존의 노동경력을 압도할 정도로 강한 가시성을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개인의 역량이나 경력보다 앞서 작용하며, 노동시장에서의 기회를 구조적으로 제한한다.

V. 결론

본 연구는 교차성 관점을 적용하여 미혼모가 노동시장 내에서 경험하는 차별과 배제의 구조를 분석하였다. 미혼모는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 전반이 공유하는 문제, 즉 돌봄으로 인한 ‘이상적인 노동자상(ideal worker norm)’과의 불일치를 공유한다. 그러나 미혼모는 미혼 출산이라는 가족 형태의 비정규성, 그로 인한 사회적 관계의 단절, 경제적 자원의 부족, 지속적 낙인이 중첩되면서, 기혼 유배우 여성이나 기혼 한부모 여성들과 구분되는 교차적 차별을 경험한다.

첫째, 미혼모는 노동시장에서 공식적 제도(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와 비공식적 문화(회식, 워크숍, 야근 등) 모두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출산휴가 등 모성보호 제도는 법적으로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제공되어야 함에도, 실제로는 결혼한 여성에게만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정상가족 규범’에 기반하고 있어, 미혼모는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사용을 시도하더라도 퇴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동시에 비공식적인 조직 문화에서도 ‘배려’라는 이름 아래 참여 기회가 제한되어 조직 내 네트워크로부터 고립되며, 이는 노동자로서의 불인정으로 이어진다.

둘째, 미혼모는 자녀 돌봄의 전적인 책임을 감당하면서도 이를 보완할 경제적·인적 자원이 부족하여 노동을 위한 절대적 시간빈곤에 놓인다. 특히 전일제 노동을 원하는 경우에도 파트타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며, 이로 인해 노동시장에서의 진입·유지·이동의 가능성이 제한된다. 더불어 20대 초반에 출산을 경험한 미혼모의 경우, 고등교육이나 자격시험공부 등 인적 자본을 축적할 시간과 재정이 부족하여 노동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반복적인 저소득·단기 일자리를 전전하게 된다.

셋째, 미혼출산에 대한 도덕적 낙인과 규범적 일탈의 시선은 미혼모를 노동시장에서 ‘무능력한 노동자’ 혹은 ‘비정상적 존재’로 구성한다. 이들은 노동자로서 평가받기보다는 미혼출산이라는 사회적 일탈을 통해 도덕적으로 재단되며, 일부 직종에서는 직종의 이미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용이 취소되거나 퇴사를 압박받기도 한다. 나아가, 미혼모는 종종 ‘성적으로 느슨한 여성’이라는 편견에 노출되어 성적 대상화되거나, 직장 내 성희롱의 피해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러한 복합적 배제 경험은 단지 개인의 자원 부족이나 돌봄 부담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 전반에 내재된 남성생계부양자 모델과 정상가족 규범의 이중 규제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상적인 노동자는 돌봄 책임이 없고, 전일제에 전념할 수 있는 ‘성인 남성’을 전제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돌봄을 수행하는 여성, 특히 비규범적 가족형태를 지닌 여성의 노동 참여를 본질적으로 어렵게 만든다. 미혼모의 경우 이 구조로부터 배제되는 정도가 더욱 심화되며, 이는 단기적 경력단절을 넘어 노동권 자체의 지속적 위협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미혼모의 노동시장 내 차별은 단순히 여성노동자의 경력단절 확장이 아니라, 젠더, 가족형태, 고용형태가 교차적으로 작용하는 복합적 배제의 구조적 결과이다. 결국 이는 사회적 변화를 요구할 뿐 아니라, 노동시장과 노동자와의 관계성도 변화할 것을 요구한다. 현재 노동시장의 구조와 규범은 개인을 남성으로 대표되는 특정한 이상적 모델에 맞추고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은 다양한 삶의 궤적과 사회적 조건을 가진 주체들이 배제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포용적인 방식으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즉, 장시간 일하는 노동자만 참여 가능한 현재 노동시장의 구조는 누구나 일할 수 있어야 하며, 노동의 모습 역시 다양화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 연구는 미혼모가 노동자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낙인, 제도적 결핍, 관계적 배제의 중층 구조를 교차성 관점에서 조명하였으며, 이는 노동시장 정책 및 제도 설계에서 가족 형태 중립적 접근과 돌봄 책임의 사회화를 긴급히 요구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교차성 관점을 통해 미혼모의 노동시장 경험을 다층적으로 조명함으로써, 기존의 젠더 분석이나 가족 구조 중심 접근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복합적 차별과 배제의 양상을 드러냈다. 이 연구의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차성 이론을 바탕으로 여성노동을 분석할 때 불평등이 심화되거나 완화되지 않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기존 여성 노동 연구는 주로 경력단절 여성이나 기혼 여성의 돌봄 부담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본 연구는 미혼모라는 정체성을 중심에 두고, 성별, 가족 형태, 고용지위, 계층적 자원의 교차가 나타나며, 노동시장 내 구조적 차별이 심화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노동시장은 성별 불평등을 기반으로 하는 ‘이상적 노동자’상이 작동할 뿐 아니라, ‘정상가족’ 기반의 구조와 문화가 중첩됨으로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 집단은 제도 접근성이 낮고,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며, 결국 이는 불안정한 노동의 지속으로 이어진다. 이는 노동시장의 구조와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기존의 여성경력단절을 위한 정책이 특정 집단의 노동불평등을 완화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둘째, 정책적으로 노동정책과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노동시장 제도와 복지정책은 여전히 기혼 중심의 가족 규범과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에 기반하고 있다. 미혼모를 포함한 다양한 가족 형태의 노동자들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특히 모성보호제도와 같이 기존의 여성경력단절 정책은 미혼모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지점이다. 따라서 노동정책을 계획할 때 다양한 가족형태에 속한 구성원의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은 돌봄 책임이 있는 노동자가 제도에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마련해야 할 뿐 아니라, 돌봄책임의 분배가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미혼모의 노동시장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유연근무제, 시간 기반 복지 제도, 사회적 돌봄 시스템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여전히 사회적 낙인의 대상인 미혼모를 사회구성원으로 재위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미혼모는 여전히 도덕적 일탈자, 정상가족에서 벗어난 존재, 성적으로 편견의 대상이 되는 여성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식은 이들을 단지 돌봄 주체로 한정하거나, 노동시장 내에서 비전문적·비공식적인 위치에만 고착시키는 문화적 기반이 된다. 이러한 사회적 낙인은 노동시장 내 차별로 직결된다. 따라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 없이는 제도적 접근성의 회복도 어렵다. 결론적으로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조건으로서, 다양한 가족 형태와 생애경로를 인정하는 사회문화적 환경의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Notes

이 논문은 2022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2S1A5B5A17045803).

참고문헌

1.

강은화. 2006. “미혼모의 양육권 보장을 위한 논의.” 『한국여성학』 22(3): 39-59.

2.

권희정. 2015. “입양실천에서 나타나는 정상가족 담론과 미혼모 자녀의 ‘고아’ 만들기.” 『페미니즘연구』 15(1): 51-98.

3.

김이선·박경숙. 2019. “한국 여성의 생애: 갈등적 성별화와 계층화.” 『경제와사회』 여름호: 138-170.

4.

김정현. 2014. “저소득 여성가구주의 노동이행과 배제.” 『한국가족복지학』 43: 61-85.

5.

김희주·권종희·최형숙. 2012. “양육미혼모들의 차별경험에 관한 질적사례연구.” 『한국가족복지학』 36: 121-155.

6.

박종주. 2018. “신자유주의 시대의 교차성 분석.” 『여성학논집』 35(1): 163-183.

7.

배호중·정가원·김정수·권도연·강경주. 2024. 『2024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여성가족부.

8.

변수정·김유경·최인선·김지연·최수정·김희주. 2019. 『미혼모가족의 출산 및 양육 특성과 정책과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9.

손승영. 2017. “양육미혼모의 당사자조직 참여 경험과 인식변화.” 『여성학연구』 27(1): 35-66.

10.

신경아. 2017.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교차적 차별 경험에 관한 연구.”『한국여성학』 33(4): 77-118.

11.

이미정. 2011. “미혼모의 자녀양육 의지와 현황.” 『이화젠더법학』 2(2): 79-107.

12.

이미정·정지연·구미영·정수연·김희주·박종석. 2018 . 『임신기 및 출산 후 미혼모 지원방안』. 한국여성정책연구원.

13.

이용우. 2017. “한국사회 미혼모 지원정책의 패러다임 변화.” 『한국사회정책』 24(1): 97-115.

14.

이용우·양호정. 2017. “양육 미혼모의 자립지원 프로그램 참여경험에 관한 연구: 해피맘사업 참여자를 중심으로.” 『한국사회복지질적연구』 11(1): 115-145.

15.

임해영·이혁구. 2014. “양육 결정 미혼모의 초기 모성 경험에 관한 연구: 해석학적 근거이론 방법.” 『사회복지연구』 45(3): 1-35.

16.

장미경. 2006. “1970년대 여성노동자의 섹슈얼리티와 계급정치.” 『사회과학연구』 14(1): 72-109.

17.

정숙정. 2021. “‘여성×농민’의 교차성: 여성농민의 불평등 경험과 정체성.” 『농촌사회』 31(1): 93-153.

18.

정지연. 2023. “미혼모의 노동경험과 그 의미.” 『가족과문화』 35(3): 1-30.

19.

정지연·이미정. 2020. “미혼모에서 좋은 엄마로 위치하기: 양육미혼모의 낙인 대응에 대한 연구.” 『젠더와 문화』 13(2): 115-151.

20.

조은희. 2011. “미혼모 가족에 대한 법적 보호.” 『홍익법학』 12(2): 1-25.

21.

한우리·김보명·나영·황주영. 2018. 『교차성×페미니즘』. 여이연.

22.

황정미. 2007. “여성 사회권의 담론적 구성과 아내어머니노동자 지위.” 『페미니즘연구』 7(1): 13-54.

23.

허현희·성정숙. 2024. “젠더 관점에서 본 한부모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관한 질적 연구.” 『한국건강형평연구』 2(1): 55-75.

24.

Braun, V. & Clark, V. 2006. “Using thematic analysis in psycholgy.” Qualitative Research in Phychology 3(2): 77-101.

25.

Carastathis, A. 2014. “The concept of intersectionality in feminist theory.” Phjlosophy Compass 9(5): 304-315.

26.

Crenshaw, K. 1991. “Mapping the margins: Inetersectionality, identity politics, and violence against women of color.” Stanford Law Review 43(6): 1241-1279.

27.

Fasang, A. E. & Aisenbrey, S. 2021. “Uncovering social stratification: Intersectional inequalities in work and family life courses by gender and race” Socia Forces 10(2): 575-605.

28.

Hyde, A. 2000. “Age and partnership as public symbols: Stigma and non-marital motherhood in a Irish context.” The European Journal of Women's Studies 7: 71-89.

29.

Jarrett, R. 1996. “Welfare stigma among low-income, African American single mothers.” Family Relation 45(4): 368-374.

30.

Nichols, L. J. 2016. “Motherhood and unemployment: Intersectional experiences from Canada.” Canadian Review of Social Policy 76: 1-24.

31.

Reys, P. 2019. “Working life inequalities: Do we need intersectionality?” Society, Health & Vulnerability 8 (sup1). URL:

32.

Welle, B. & Heilman, M. 2005. “Formal and informal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at work: The role of gender stereotypes.” The Center for Public Leadership Working Papers. Harvard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