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국제사회는 1972년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he Human Environment)를 시작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이후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에서 개최된 유엔 환경개발회의(UNCE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를 계기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2024년까지 국제사회는 총 29회의 COP을 통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유지해 왔다(UN, 2010). 그러나 폭염, 산불, 홍수 등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가‧기업·시민 간 상이한 이해관계로 인해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은 2020년 10월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공식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Joint Ministries, 2023: 13). 정부의 저탄소 정책과 이에 따른 경제 구조 전환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회인 동시에,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단체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선택권 확대에 주목했으나, 노동단체는 에너지 전환이 대기업 특혜로 작용하고,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였다(Kim, 2021).
한국 정부가 2020년 탄소중립 달성을 공식 선언한 이후, 2024년까지 한국에서 발생한 기후변화 대응 관련 갈등은 총 546건에 달한다. 2020년 82건에 불과하던 기후변화 갈등은 2021년 303건으로 약 3.7배 급증한 이후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탄소중립 정책에 기인한 다양한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갈등은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기후정책의 개선 요구나 석탄발전소 등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의 폐지 요구와 관련된 갈등이 오프라인 시위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1) 즉, 최근 한국 사회의 기후 갈등은 화석연료 사용 기피와 기존 정책 개선 요구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연구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 한국 시민들은 탄소중립 정책의 공정성을 어떻게 인식하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우려를 표출하는가? 둘째, 시민의 탄소중립 관련 항의성 집단행동 참여에는 어떠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가?
선행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은 국가, 성별, 직업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방글라데시, 인도, 투발루, 네팔 등과 같이 지리적·환경적 특성상 기후 위기에 취약한 국가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경제적 자원과 기반 시설이 부족한 저개발국가들은 재난 발생 시 복구와 대응이 어려워, 선진국에 비해 기후변화의 피해에 더 크게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여성,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 역시 기후 위기의 영향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고 있다(Y. J. Lee, 2011). 따라서 국가별, 사회 계층별 특성을 고려한 ‘기후정의’에 기반한 탄소중립 정책의 수립은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동일한 정치·사회·문화 체계를 공유하는 국가 내에서도 환경적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반면 재생에너지 산업에 종사하는 직업군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또한 탄소중립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관련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탄소중립 실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정책은 의도치 않게 새로운 취약계층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러한 취약성은 국내 차원을 넘어 국제적 문제로까지 확장될 수 있으며, 성별이나 소득 수준 등 기존의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 속에서 더욱 악화된다. 만약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는 앞으로도 가장 취약한 계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IPCC, 2023: 51-62).
이론적 틀로서 본 연구는 상대적 박탈 이론(relative deprivation theory)과 자원 동원 이론(resource mobilization theory)을 보완적으로 활용한다. 상대적 박탈 이론은 기대와 현실의 격차가 불공정으로 인식될 때 불만과 분노가 형성되어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Smith & Pettigrew, 2015). 그러나 불만만으로는 행동을 설명하기 어렵다. 자원동원이론은 집단행동이 실제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시간, 재정, 지식, 조직적 네트워크와 같은 자원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보여준다(Brady et al., 1995). 최근 유럽 사례를 분석한 연구들은 경제위기와 같은 구조적 맥락에서 불만과 자원이 함께 고려될 때 정치참여의 양상이 달라진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으며(Kern et al., 2015), 이는 기후변화 갈등 속 시민참여 분석에도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이에 본 연구는 2024년 11월, 여론조사 기관인 (주)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하여 전국 만 18세부터 79세까지의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2) 이후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정책과 기후정의에 대한 인식, 기후 갈등 경험, 집단행동 참여 여부 및 그 결정 요인에 대한 실증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탄소중립 정책 추진 과정에서 취약계층 및 민감 계층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국민이 해당 정책을 얼마나 공정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아울러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을 둘러싼 항의성 집단행동에 누가, 어떤 요인에 의해 참여하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과제를 도출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Ⅱ. 기후변화 갈등에 관한 선행연구
기후변화 갈등에 관한 기존 연구는 크게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대한 사례 분석, △이해관계자 특성에 따른 정책 변화, △행위자별 갈등 분석, △갈등 완화 전략에 대한 연구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도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에 대한 논의는 주로 개별 정책 사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예를 들어, 가르사(Garza, 2019)는 멕시코에서 추진된 대규모 풍력발전소 개발 사례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지역사회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갈등을 유발하는지를 분석하였다. 그는 정부의 풍력발전 기업 지원 정책이 개발 지역 주민들 사이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이해관계를 첨예하게 만들어 갈등을 촉발한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호주에서 탄소저감 에너지로 분류되는 석탄층가스(CSG: coal seam gas) 개발 정책 및 풍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지역갈등을 분석한 연구(Hindmarsh & Aildoust, 2019; Hindmarsh, 2010; Colvin, 2020), 북·남미와 아시아 12개 도시의 기후변화 대응 도시개발 정책이 야기한 불평등 문제를 조명한 연구(Anguelovski et al., 2016) 등이 있다. 한국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보급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따른 산업 간, 지역 간, 그리고 노사 간 갈등을 분석한 다양한 사례 연구가 진행되었다(Chu et al., 2010).
기존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대응 정책에 대한 인식과 선호는 개인의 이해관계와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가이콰드 외(2022)는 미국과 인도 조사에서 석탄산업 지역 거주민은 개인 보상보다 공동체 보상을, 일반 대중은 특정 집단 보상보다 재분배와 투자 정책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콜빈(2020)은 호주 퀸즐랜드의 석탄 광산 개발 반대 운동 사례를 통해 지역 정체성과 가치가 에너지 전환 지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윤순진(2009)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둘러싼 갈등에서 산업계, 환경단체, 대중이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정책 선호를 보인다고 지적하였다. 최근 국내 연구들은 기후정의를 지역·계층별로 측정하여, 폭염 취약성과 기초생활수급자 분포를 비교하거나 침수 취약성과 사회취약계층을 함께 분석하였다(Kim & Jung, 2020; Park & Lim, 2023). 이러한 분석은 기후 불평등이 정책 선호와 집단행동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다. 이는 지역과 산업군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대한 이해관계와 선호가 달라지고,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행위자별 갈등 분석의 대표적 사례로는 젠더에 따른 기후 갈등 연구를 들 수 있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의 2023년 보고서는 기후 위기 상황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위험과 빈곤에 더 많이 노출되며, 이로 인해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더욱 취약해진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따라 성 중립적 접근을 넘어 젠더 관점의 기후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Turquet et al., 2023). 한편, 강서영(2024)은 기후 위기를 여성 문제로만 국한하지 않는다. 기후재난은 신체적·경제적으로 취약한 아동과 노인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기후 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변화 갈등 연구는 이해관계자별 분석과 정책 평가에 그치지 않고, 갈등 해결을 위한 전략적 접근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김진선·김강민(2023)은 환경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리적 접근(management-oriented approach)’의 필요성에 주목한다. 이들은 시위 참여 경험, 정부 및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 그리고 이념 갈등이 환경 갈등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시위 참여 경험은 환경 갈등 인식을 강화하는 반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이를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지며,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갈등 인식을 높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념 갈등은 환경 갈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시위 참여와 결합할 때 갈등 인식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에 따라 김진선·김강민(2023)은 시위의 긍정적 기능을 유도할 수 있는 갈등관리 전략이 필요하며, 특히 시민단체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국내에서도 시민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인식과 행동을 분석한 실증연구가 점차 축적되고 있다. 박정호(2021)는 경제적 보상보다 아동과 노약자 등 기후 취약계층이 입을 피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때, 시민들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수용성이 더 높아진다고 분석하였다. 문승민(2024)은 물질주의적 성향이 강한 시민일수록 기후운동 참여에 소극적인 반면, 정책 리터러시 수준이 높은 시민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밝혔으며, 진상현(2024)은 제22대 총선에서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집단이 탄소중립 정책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채수미 외(2024)는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이 자기효능감을 매개로 환경친화적 행동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갈등 양상과 기후정의 변수(성별·계층·지역 등)를 동시에 고려한 실증연구는 아직 제한적이다. 최근의 연구들은 기후 불평등, 기후 취약계층에 대한 보장적 대응, 기후정책 수용성, 기후 불안감 등 다양한 요인을 다루고 있으나(Kim & Jung, 2020; Park & Lim, 2023; Lim et al., 2023; Chae et al., 2024; Moon, 2024), 이러한 요인들이 시민들의 항의성 집단행동 참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직접적으로 규명한 분석은 여전히 드물다.
이에 본 연구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기후갈등 현상을 이해하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공정성에 대한 시민 인식과 우려 요인을 확인하는 것이다. 탄소중립은 국가 주도의 정책 실행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정책을 얼마나 공정하게 인식하고 어떤 문제를 우려하는지에 따라 그 수용성과 갈등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러한 시민 인식을 중심으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구조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둘째, 기후 갈등과 탄소중립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집단행동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 성별, 정치이념, 교육 및 소득 수준, 직업 등을 주요 변수로 설정하고, 이러한 요인들이 기후 관련 집단행동 참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한다. 한국 사회는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 성향 차이가 비교적 뚜렷하며, 이는 정책 선호뿐만 아니라, 성평등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Jang, 2020). 이에 본 연구는 특히 성별과 정치이념의 차이가 탄소중립 관련 집단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Ⅲ. 한국의 기후변화 갈등: 예비적 분석
기후변화 위기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최근 산불, 해수 온도 상승 등 다양한 형태의 기후변화 영향을 겪고 있다. 본 연구는 기후변화로 인한 갈등을 분석하기에 앞서, 한국 국민이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지구 온난화는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제시하였으며, 이에 대한 응답 결과는 아래 <그림 1>과 같다.
<그림 1>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500명 중 327명(65.4%)이 지구 온난화가 인류에게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는 주장에 ‘매우 동의’한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대체로 동의’한 비율(149명, 29.8%)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반면,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17명(3.4%)이었으며,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6명(1.2%),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1명(0.2%)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전체 응답자의 95.2%(476명)가 지구 온난화가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온실가스 저감 대책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국민 다수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림 2>에 따르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지금보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 저감 대책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5.6%인 278명이 ‘대체로 동의한다’, 24.4%인 122명이 ‘매우 동의한다’고 응답하였다. 반면, ‘보통이다’라는 중립적 입장을 보인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약 17%인 84명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시민들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는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강력한 대응 정책에 대한 지지에 있어서는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제시한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대한 인식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림 3>에 따르면,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대해 ‘매우 잘 안다’고 응답한 비율은 7.2%(36명), ‘어느 정도 안다’는 40.2%(201명)로 나타났다. 반면, ‘보통이다’(22.8%), ‘모르는 편이다’(22.4%), ‘전혀 모른다’(7.4%)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이는 정책 목표에 대한 일정 수준의 인식은 형성되어 있으나, 여전히 시민들 사이에서 충분히 공유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저개발국가와 사회적 취약계층에 집중되며, 이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공정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연구는 탄소중립 전환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응답자들에게 “특정 개인 혹은 집단의 희생이나 피해가 없이 공정하게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1점(매우 불공정)부터 10점(매우 공정)까지의 척도로 평가하였으며, 응답 결과는 <그림 4>와 같다.
<그림 4>에 따르면 응답자의 62.4%(312명)가 1점에서 5점 사이의 값을 선택하여,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공정하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6점 이상을 선택한 응답자는 188명(37.6%)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10점(‘매우 공정’)을 선택한 사람은 단 2명(0.4%)에 불과하였다. 특히, 높은 점수대(8~10점)를 선택한 응답자는 31명(6.2%)에 그친 반면, 낮은 점수대(1~3점)를 선택한 응답자는 97명(19.4%)으로 약 3배에 달했다. 이는 상당수 시민이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형평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식은 향후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피해 가능성이 있는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포용적 접근 방식을 마련해야 함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문제 중에서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탄소중립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제시했다. 각 항목에 대해서는 ‘매우 우려함’부터 ‘전혀 우려 안 함’까지 5단계로 응답하도록 하였다. 응답 결과는 아래 <그림 5>와 같다.
응답 결과 가장 큰 우려를 보인 항목은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이었다. 응답자의 약 74%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우려함’ 또는 ‘다소 우려함’이라고 답해, 많은 사람들이 탄소중립 정책이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제품 및 서비스 비용의 상승(66%)’, ‘에너지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52%)’, ‘탄소세 도입 가능성(51%)’ 등이 높은 우려 비율을 보였다. 이는 국민들이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 개인의 비용과 연결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일회용품 사용금지로 인한 생활 불편(38%)’이나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37%)’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우려를 보였다. 이는 일상생활의 불편함보다는 경제적 부담과 고용, 사회적 비용에 대한 인식이 더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응답자의 47%가 ‘이해관계자 간 사회적 갈등’에 대해 우려를 표한 점은, 탄소중립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 형성과 공정한 절차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응답자들은 탄소중립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누가 얼마만큼의 부담을 지게 될지, 그리고 그 부담이 공정하게 나누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탄소중립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기술과 제도만큼이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기후갈등이 정치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겪게 되는 피해나 불편에 대응하는 항의성 집단행동 참여 경험과 향후 참여 의향을 조사하였다. 이를 위해 응답자들에게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본인 또는 본인이 속한 가족‧단체 등에 발생하는 피해나 불편에 대해 항의하기 위한 행동 참여 의사”에 대해 질문했다. 참여 방식은 오프라인 행동과 온라인 행동으로 나뉘며, 각 행동 유형에 대해 ‘참여한 적 있음’과 ‘앞으로 참여할 예정’이라는 두 항목으로 나누어 응답을 수집하였다. 응답 결과는 <표 1>과 같다.
오프라인 행동의 경우, 실제 참여 경험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시위’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2.2%, ‘파업’은 1.4%, ‘불매운동(보이콧)’은 7.6%, ‘탄원/진정/청원’은 6.2% 수준이었다. 반면, 향후 참여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훨씬 많은 사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불매운동’에는 44.2%, ‘탄원 및 청원’에는 39.4%, ‘서명운동’에는 50%가 향후 참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현재는 행동에 나서지 않았지만,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잠재적 참여자층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온라인 행동에서는 전반적으로 참여 경험도 오프라인보다 많았고, 향후 참여 의향 역시 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청원’에 참여한 적이 있는 사람은 11.6%, ‘의견 게시나 댓글 작성’은 12.2%, ‘서명 참여’는 12%로 집계되었으며, 각 항목 모두에서 향후 참여 의향이 평균 40%를 넘었다. 특히 ‘서명운동’(48%), ‘의견 게시/댓글(45.6%)’, ‘온라인 청원(44.8%)’ 등에 대한 참여 의향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사람들이 오프라인보다는 접근이 쉽고 부담이 적은 온라인 공간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국민들이 탄소중립 정책을 단순히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피해나 불편이 발생할 경우, 온라인 중심의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앞으로는 온라인 행동을 중심으로 집단적 항의와 반대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정부와 정책 담당자들이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과 공감 형성을 더욱 중요하게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Ⅳ. 탄소중립 관련 집단행동 참여 요인에 대한 회귀분석
이 장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인식과 직업, 정치이념, 성별, 교육, 소득 수준 등 개인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탄소중립 정책과 관련된 집단행동 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OLS(ordinary least squares) 회귀모형을 통해 분석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사회갈등은 온라인 및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주장형 정치참여 또는 집단행동의 형태로 표출되며, 이러한 집단행동은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2013~2022년 사회통합실태조사 데이터를 분석에 따르면, 이념적 갈등이 강할수록 집회·시위와 같은 집단행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보았다(Jeon & Shin, 2024). 특히 보수층의 집회·시위 참여가 증가하였으며, 이념적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가 시민들의 정치 참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갈등은 주장형 정치참여를 촉진하며, 이념갈등과 이익·가치갈등이 시민들의 정치적 표현과 행동을 강화한다고 볼 수 있다(Lee & Lee, 2018). 이와 더불어 사회적 신뢰는 시민의 참여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반면, 정부 신뢰에 대한 갈등 유형에 따라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셜미디어에서의 사회갈등이 집단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원태·민희(2015)에 따르면, 온라인 사회갈등이 네트워크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갈등을 표출하며, 이는 기존 논의들에서도 동일하게 소셜미디어가 이용자들 사이의 정치적 의사소통을 촉진, 정치적 동원을 하는데 일정 효과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탄소중립 정책과 관련된 시민의 집단행동 참여 요인을 분석하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갈등의 원인과 그 해결 방안을 탐색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본 연구의 종속변수는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과 관련된 항의성 집단행동 참여 수준이다. 집단행동의 참여 방식에 따라 참여 수준을 ‘집단행동(오프라인)’과 ‘집단행동(온라인)’의 두 가지 변수로 측정하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집단행동은 참여 동기, 비용 구조, 그리고 사회적 노출 수준에서 상이한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동일한 불만 요인이라도 참여자가 이를 표현하는 방식(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은 달라질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행태적 차이를 반영하여, 종속변수를 온라인 참여와 오프라인 참여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먼저, ‘집단행동(오프라인)’ 변수는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시위, 보이콧, 탄원/진정/청원, 서명운동, 성명 발표, 기부 등 여섯 가지 행동 유형에 대해, 최근 5년 이내에 각 유형에 실제로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2점을, 참여 경험은 없지만 향후 참여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면 1점을 부여하였다. 예를 들어, 시위와 보이콧에 참여한 경험이 있고, 나머지 네 가지 유형에 대해서는 향후 참여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 총점은 8점(2+2+1+1+1+1)이 된다. ‘집단행동(온라인)’도 같은 방식으로 측정하였다. 각 변수의 범위는 0점에서 12점까지이며, 모든 유형에 참여하였을 때 최댓값인 12점을, 전혀 참여 의향이 없는 경우 최솟값인 0점을 갖는다.3)
다음으로, 예비적 분석에서 살펴본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인식 관련 독립변수는 다음 네 가지이다. ① ‘2050 탄소중립’ 목표 인지 여부(탄소중립 인지), ② 더 강력한 온실가스 저감 대책 필요성에 대한 동의 수준(강력한 저감 대책), ③ 탄소중립 추진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탄소중립 공정성), ④ 탄소중립 정책 이행에 대한 우려 수준(탄소중립 우려)이다. 이 중 처음 세 변수는 예비적 분석에서 소개한 설문 문항의 결과를 그대로 활용하였고, ‘탄소중립 우려’ 변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조작화하였다. <그림 5>에서 제시된 8가지 우려 항목 각각에 대해 ‘매우 우려함’ 또는 ‘다소 우려함’을 선택하였을 때 1점을 부여하였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 우려’ 변수의 이론적 범위는 0점에서 8점까지이며, 모든 항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으면 최댓값인 8점을, 모든 항목에 대해 우려하지 않거나 보통이라고 응답하였으면 최솟값인 0점을 갖는다.
그밖에 개인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관한 독립변수로는 기능/작업직, 정치이념, 성별, 교육 수준, 정부 신뢰도, 소득 수준, 그리고 나이가 포함된다. 이를 순서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기능/작업직’ 변수는 응답자의 직업이 ‘기능·숙련공’(예: 전자제품 A/S 기술자, 중장비·트럭 운전사, 각종 숙련공 등) 또는 ‘일반 작업직’(예: 토목 현장 작업자, 청소원, 경비원, 육체노동자 등)에 해당하는지를 나타낸다. 두 직업군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1로, 그렇지 않은 경우 0으로 코딩하였다. 기능/작업직 종사자는 타 직업군들에 비해 탄소중립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제조업, 건설업, 운송업 등과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노동자들은 탄소 배출 감축 정책이 산업 구조조정, 일자리 감소, 작업 환경 변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이해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이들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우려가 크고, 정부의 정책 과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집단행동 등을 통한 정치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러한 조직적 기반은 구성원들에게 정보, 동기, 정당성을 제공하며, 집단행동 참여를 촉진하는 중요한 경로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기능/작업직 변수는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집단행동 참여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정치이념은 ‘매우 보수적(1)’부터 ‘매우 진보적(5)’까지 총 5개 구간으로 구분하여 측정하였다. 정치이념은 개인이 특정 정책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설명하는 중요 요인이다. 그래서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정책과 관련하여, 정치이념은 집단행동 참여 여부와 그 형태(지지 또는 항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기존 논의에서도 정치이념은 시위 참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으며(Jeon & Shin, 2024), 특히 진보적 성향을 가진 개인은 환경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Chan & Faria, 2022; McCright & Dunlap, 2011; Smith & Hempel, 2022). 이는 기후변화 대응은 정부의 개입과 규제를 수반하기 때문에,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진보적 이념과 더 밀접하게 연관되는 경향이 있다.
‘여성’ 변수는 남성을 0, 여성을 1로 코딩하였다. 성별은 기후변화 대응 및 집단행동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더 쉽게 입으며, 취약계층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미얀마 사이클론(나르기스, Cyclone Nargis) 당시 전체 사망자의 61%가 여성이었으며(Tripartite Core Group, 2008), 2004년 인도양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재해에서는 사망자의 70% 이상이 여성이었다(Aglionby, 2005).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 여성에게 발생하는 피해 증가는 저개발국가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2023년 유럽에서 발생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55% 더 많았다(Mishra, 2024). 이는 기후위기에 대한 여성의 취약성이 저개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은 기후위기 대응과 정책 개선에서 여성과 취약계층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여성이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고, 친환경적 행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 여부를 분석하는 것은 집단행동 수준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교육 수준은 ‘고등학교 졸업 이하’, ‘학부 재학 또는 졸업’, ‘대학원 재학 이상’의 세 구간으로 구분한 뒤, 첫 번째 범주를 기준범주(reference category)로 설정하고, 나머지 범주는 더미 변수 형태로 포함하였다. 교육 수준은 기후변화 인식과 집단행동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환경 문제에 대한 정보 접근성과 정책 이해도가 높아지며, 시민 참여와 집단행동에도 더욱 적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교육 수준 변수를 포함하면 개인의 환경 인식과 행동 형성 과정, 그리고 집단행동 참여의 차이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정부 신뢰도는 중앙 정부 부처에 대한 신뢰 수준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1)’부터 ‘매우 신뢰한다(5)’까지 5점 척도로 측정하였다. 소득 수준은 응답자 가구의 월평균 총소득을 기준으로 9개 구간으로 나누어 측정하였다. 마지막으로 나이는 응답자의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종속변수와 독립변수에 대한 기술통계는 <표 2>에 요약되어 있다.4)
<표 3>의 모형 1과 2는 OLS 회귀분석 결과이다.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대한 인지 수준이 높을수록, 그리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보다 강력한 온실가스 저감 대책의 필요성에 동의할수록, 두 가지 유형의 집단행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나 불편에 대한 항의성 집단행동이, 곧바로 기후변화 불신이나 대응 자체에 대한 반대를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해당 집단행동은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편과 이해관계 충돌에 대한 반발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동기의 차이와 무관하게,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에 대한 일정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탄소중립 정책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과 우려 수준은 기대와 달리 두 가지 집단행동 유형 모두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집단행동 참여의 주요 결정 요인이 탄소중립 정책의 전반적 공정성이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아니라, 개인의 구체적 이해관계나 정치적 기회구조와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능/작업직’ 변수는 집단행동 참여와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이는 ‘기능·숙련공’ 또는 ‘일반 작업직’에 종사하는 응답자가 다른 직업군에 종사하는 응답자보다 항의성 집단행동에 더 많이 참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탄소중립 정책이 특정 직업군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반영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기능·숙련공 및 일반 작업직 종사자들은 정책 변화에 따른 고용 불안, 소득 감소, 작업 환경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이러한 불안이 항의성 집단행동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탄소중립 정책 이행 과정에서 산업 구조 조정이나 규제 강화로 인해 일자리 감소나 노동 강도 증가와 같은 현실적 위협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반발이 집단행동의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취약 직업군의 항의성 집단행동 참여는 정책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려는 대응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정치이념, 성별(여성), 교육 수준(대학원) 변수는 모두 두 가지 유형의 집단행동 참여와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다시 말해,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며, 교육 수준이 높고 여성인 응답자일수록 항의성 집단행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태도와 행동이 정치적 성향, 성별, 교육 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치이념이 집단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탄소중립 정책이 정치적으로 쟁점화되면서 정치 환경이 새로운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진보적 성향의 개인일수록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높아, 집단행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교육 수준이 높은 응답자일수록 환경 문제에 대한 정보 접근성과 정책 이해도가 높아, 집단행동을 통한 의사 표현에 더 적극적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여성의 경우 기존 연구에서도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성에 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고, 친환경 행동에 더 적극적인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기후변화가 여성 및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여성들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행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한편, 정부 신뢰도, 소득 수준, 나이 등 기타 변수들은 집단행동 참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기능 및 작업직 종사, 여성, 진보적 성향, 그리고 높은 교육 수준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시민 행동의 중요한 결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시민의 집단행동 참여를 설명하는 기존 이론과 긴밀히 연결된다. 상대적 박탈 이론은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특정 집단이 경험하는 불평등과 소외감이 갈등을 증폭시키고, 항의성 행동을 촉발하는 배경을 설명한다(Smith & Pettigrew, 2015). 동시에 자원 동원 이론은 이러한 불만이 실제 행동으로 전환되기 위해 정치적·사회적 자원의 확보가 필수적임을 강조한다(Brady et al., 1995). 본 통계분석 결과는 한국의 탄소중립 관련 집단행동이 단순한 불만 요인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며, 가용 자원과 정치적 기회구조가 시민참여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표 3>의 모형 3과 4는 순서형 로짓(ordered logit) 모형을 적용한 강건성 검증 결과이다. 이를 위해 종속변수를 다음과 같이 순서형 변수로 재조작하였다.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 방식의 여섯 가지 집단행동 유형 중 최근 5년 이내에 하나라도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2점, 실제 참여 경험은 없지만 향후 참여 의향을 표시한 경우에는 1점, 참여 의향도 없는 경우에는 0점을 부여하였다. 분석 결과, ‘기능/작업직’ 변수는 오프라인 집단행동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보였으며, 그 외에는 기본 분석과 대체로 일관된 양상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기능 및 일반 작업직 종사자들이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불만을 온라인보다 시위와 같은 오프라인 방식의 행동을 통해 표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Ⅴ. 결론
탄소중립은 국제사회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파리협정 이후 각국은 온실가스 순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은 관련 법제화와 중장기 로드맵을 통해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IEA, 2021). 한국 역시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방향으로 상향 조정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여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탄소중립 이행은 에너지, 산업, 교통 등 사회 전반의 구조 변화를 수반하는 대전환으로, 정부의 정책 추진만으로는 실현이 어려우며, 시민들의 정책 수용성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실제 정책 집행 과정에서는 시민들의 반발, 집단적 갈등, 정책에 대한 불신 등의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재혁 외(2022)는 2020년 이후 기후·에너지 관련 사회 갈등이 급증하고 있으며, 일부는 거리 시위, 온라인 청원, 행정소송 등 집단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서는 기술적‧재정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인, 특히 국민의 정책 수용성과 시민 행동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집단행동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첫째,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공정하다고 응답한 비율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또한,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중 가장 큰 우려를 보인 항목은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74%)이었으며, 이어서 ‘제품 및 서비스 비용의 상승’(66%)과 ‘에너지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52%)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상당수의 국민들이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과도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 수준과 정책에 대한 태도는 집단행동 참여 가능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잘 알고 있으며,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시민일수록 정책 실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항의성 집단행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와 대응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해서 반드시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오히려 정책에 대한 높은 인식 수준이 비판적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정책의 수용성과 정당성이 시민 개개인의 평가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셋째, 사회경제적 변수 중 기능·작업직에 종사하는 응답자는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항의성 집단행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탄소중립 정책이 특정 산업군에 미치는 경제적‧직업적 부담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가르사(2019)는 멕시코의 풍력발전 정책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 사례를 통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형평성과 생계 문제가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형평성 문제가 단지 원칙 수준의 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실제 시민들의 집단행동 참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넷째, 정치 이념, 교육 수준, 성별(여성)이 집단행동 참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적 정치 성향을 지닌 시민일수록,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그리고 여성이 남성보다 탄소중립 관련 집단행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더 컸다. 이러한 결과는 환경 문제에 대한 태도와 행동이 단순한 정책 선호의 차원을 넘어,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사회적 배경에 따라 체계적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McCright & Dunlap, 2011; Chan & Faria, 2022). 특히 여성의 높은 참여율은 단순한 성별 차이에 그치지 않고, 기후 위기의 불평등한 영향―즉 여성들이 체감하는 경제적‧생태적 취약성―이 실제 행동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국제 환경운동에서도, 여성들이 기후 위기 대응의 전면에 나서는 현상은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Friends of the Earth, 2023).
본 연구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이 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제언을 제시한다. 첫째, 시민들이 탄소중립의 목표와 실행 계획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인지도가 높을수록,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바탕으로 한 집단행동 참여 가능성이 증가하는 양상이 관찰되었다. 이는 교육 수준과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시민일수록 정책의 어느 측면에 불만을 느끼는지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탄소중립 정책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시민들이 더욱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정보 전달 체계와 교육·홍보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시민 참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탄소중립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역사회, 산업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 기반을 제도화해야 한다. 단순한 형식적 참여를 넘어, 실질적인 숙의와 공론 형성이 가능하도록 거버넌스 구조를 재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산업 전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기능·작업직 종사자 등 취약 계층에 대해 직업 전환 훈련, 소득 지원, 고용 안전망 등을 사전에 마련하지 않는다면, 탄소중립 정책은 사회적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피해가 예상되는 집단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전환 과정의 형평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는 핵심 조건이다.
넷째, 정부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시민과의 쌍방향 소통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 등 집단행동 참여의 가능성이 높은 집단에 대해서는 탄소중립의 경제·사회적 혜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세금 활용과 환류 방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 참여가 정책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고, 정보 접근성이 낮은 계층을 위해 오프라인 설명회 등 보완 채널을 운영하는 맞춤형 접근이 요구된다.
본 연구는 한국 사회의 온·오프라인 항의행동을 경험적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하여, 기후 갈등과 탄소중립 정책 과정에서 나타나는 집단행동의 원인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그러나 몇 가지 한계도 있다. 설문조사를 통해 항의성 집단행동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차원의 요인에 주목했으나, 실제 기후 관련 집단행동은 생활방식의 변화, 지역적 특성과 산업 구조, 정부 정책 및 홍보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인터뷰와 같은 질적 방법,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한 시공간 분석, 실험 설문 등 다양한 연구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기후 관련 정치참여를 더욱 심층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은 기술적 해결과 경제적 수단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시민의 공감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전환이 병행되어야 실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민의 인식과 행동 양상을 자세히 분석하고, 다양한 사회 계층이 정책 수립과 실행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