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tegration Research
Social Integration Research Center, Kangwon National University
일반논문

12‧3 계엄 이후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파시즘 이론의 변용: 팩스턴과 아도르노를 중심으로

송재영1,*
Jae Young Song1,*
1송재영_중앙대학교 문화연구학과 박사과정(ulypucks@naver.com), 주저자
1Chung-Ang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 ulypucks@naver.com

© Copyright 2026, The Law Research Institute,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Mar 02, 2026; Revised: Apr 29, 2026; Accepted: May 10, 2026

Published Online: Jul 31, 2026

국문초록

이 연구는 12‧3 계엄 이후 한국 사회의 첨예한 갈등으로 부상한 파시즘 현상에 대해 살펴보고, 이 현상의 특수성을 꼽아 그 특수성에 맞는 이론적 해석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계엄 이후 벌어진 1․19 서부지법 폭동은 대중동원과 폭력행사가 함께 했던 대표적인 파시즘 현상으로 꼽을 수 있다. 해당 사건을 극우주의의 대항운동으로서 파악한다면 2016년의 태극기집회와 2025년 비상계엄옹호집회 사이에 일어난 극우주의 대항운동의 참여자 변화와 그에 따른 정동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지점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파시즘 현상이 지니는 특수성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오늘날 확산 중인 신극우주의라는 파시즘적 경향성을 파악하고 방지하기 위해서는 극우민족주의나 젠더담론이 갈등의 중심 쟁점이 아닌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인식하고, 기존의 파시즘 이론을 이 특수성에 맞추어 재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도르노의 신극우주의 비판이 주는 통찰과 팩스턴의 운동으로서의 파시즘에 대한 정의가 주는 가능성이 추후 12․3 계엄 이후의 파시즘 현상을 해석함에 어떠한 유용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the phenomenon of fascism that has emerged as a sharp source of social conflict in South Korea following the December 3th martial law. It aims to identify the specific characteristics of this phenomenon. It also seeks to develop a theoretical interpretation appropriate to those characteristics.

The January 19th Riot riot at the Seoul Western District Court, which occurred after the imposition of martial law, can be regarded as a representative fascism phenomenon. It was marked by the conjunction of mass mobilization and the exercise of violence. If this incident is understood as a counter-movement of the far right, it becomes possible to trace changes in its participants. These changes can be observed across far-right counter-movements, from the 2016 to the 2025. Corresponding transformations in collective affect can also be inferred. Together, these shifts constitute one of the defining specificities of contemporary fascism phenomena in South Korean society.

In order to comprehend and prevent the fascistic tendency of the far-right that is currently spreading, it is necessary to recognize the specific conditions of Korean society. In this context, neither far-right nationalism nor gender discourse alone forms the central axis of conflict. It is therefore necessary to reconstruct existing theories of fascism in accordance with this specificity. To this end, this study examines the insights offered by Adorno’s critique of the far right and the possibilities suggested by Paxton’s definition of fascism as a form of political movement. Finally, it evaluates how these perspectives can contribute to interpreting fascism phenomena that have emerged since the December 3th martial law.

Keywords: 파시즘; 신극우주의; 혐오; 서부지법폭동; 미국국회의사당 폭동
Keywords: Fascism; Far-Right; Hate; January 6th Riot; January 19th Riot

I. 서론

2024년 12․3계엄과 2025년 1․19 서부지법 폭동. 한국에서는 연이어 파시즘적 현상들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겨울 밤 온 몸으로 계엄을 막아섰고, 국회는 계엄을 거부하고 대통령을 탄핵했다. 다행히 민주주의는 지켜졌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에 내재한 파시즘의 경향성은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해프닝으로 다시 걱정할 필요없는 단 한 번의 예외적 사건인가? 아니면 이미 상당수의 시민들의 정동과 사회적 구조 속에 충분히 깃들어있는 파시즘적 경향성의 발현인가? 만약 후자처럼, 이미 파시즘적 경향성이 잠재해 있는 사회라면 어떠한 점들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지점을 강조하기 위해 한국 사회를 파시즘적 경향성이 깊은 사회로, 조금 더 비약하면, 파시즘적 사회로 가정하고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나타난 중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한국 사회는 어떤 파시즘 사회인가?” 그리고 이 질문은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나아간다. “한국 파시즘의 특수성은 무엇인가?”

본 연구는 12‧3 계엄 이후 한국 사회의 첨예한 갈등으로 부상한 파시즘적 경향성에 대해 이론적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한국 파시즘의 특수성은 무엇인지를 중심질문으로 하여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계엄 이후 파시즘적 경향성이 폭발한 대표적인 사건으로 대중 동원과 폭력사태가 일어났던 1‧19 서부지법폭동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사건의 피고인들과 동조자들은 기존의 전통적 권위주의자로 해석하기에 불충분한 면이 있다. 극우세력의 대응행동으로서의 2016년 태극기집회와 2025년 비상계엄옹호집회의 구성원과 특성이 일부 다르기 때문이다. 2016년 전부터 이어져오던 전통적 권위주의와 더불어, 극우주의의 층(layer)이 한 겹 더 생긴 것이다. 이 사건의 구성원뿐만 아니라, 12‧3 계엄으로 촉발되어 근시일 내 벌어질 수 있는 잠재적인 사건의 구성원들이 지니는 특수성은 무엇일까? 이들이 공감하고 편향적 정보를 얻고 교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SNS의 저변에는 경제적 위기감으로부터 나타나는 타자에 대한 혐오와 스스로를 포함한 세계에 대한 냉소가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지점을 포착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연구의 단초로서 아도르노의 신극우주의 비판과 팩스턴의 운동으로서의 파시즘 정의에 입각하여 살펴보고, 한국 사회의 파시즘적 현상의 특수성을 분석하고 해소하기 위한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12‧3 계엄과 한국 사회의 특수성

오늘날 어떠한 사건과 주제로 파시즘과 극우주의가 논의되고 있는가. 최근 국제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극우주의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파시즘 연구를 대략적으로 나누어보자면 ① 극우민족주의의 부상을 파시즘의 부활로 보는 입장, ② 젠더 담론과 기성사회의 갈등을 새로운 파시즘적 현상으로 보는 입장으로 나뉘었다고 판단된다. 전자를 중심으로 보자면, 마크 토마스(Thomas, 2019)의 경우처럼, 난민과 연관된 이슈들로 유럽 전역 보수 세력의 선거를 위한 파시즘 경향성이 어떻게 확장되는가를 살펴보는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대표적으로 다뤄지는 케이스로는 프랑스 국민전선(FN) 마린 르펜의 영향력이 갖는 함의, 오스트리아 나치 친위대 장교 출신들의 정당 자유당(FPO)의 연립 정부 수립의 경우, 독일에서는 급속히 우경화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총선 활약 등이 있다. 혹은 마쿠스 룬스트로와 토마스 룬스트로(Lundströ & Lundströ, 2025)의 경우처럼,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추방을 근간으로 하는 급진적 민족주의가 정치적 좌우 스펙트럼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작동하는지에 대한 연구 또한 눈에 띈다. 이런 현대 파시즘 연구들은 오늘날의 파시즘이 어떠한 도구와 이념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어떻게 변화해 나가고 있는지를 탐구한다.

페미니즘 진영 또한 국제적으로 부상하는 극우주의에 집중하고 있다. 주디스 버틀러(Butler, 2025)의 주장처럼, 젠더 담론에 대한 반대가 전세계적 극우주의의 성장에 있어서 스스로를 정의하는 일종의 표지로서 사용되는 과정 속에서 권위주의와 파시즘이 나타난다는 입장이 있다. 이런 입장은 케이스 연구에서도 적용 및 활용되고 있으며, 티 라무세(Lamusse, 2025) 같은 LGBTQ+ 와 대립하는 기성사회와의 갈등을 파시즘 현상으로 파악하는 연구가 눈에 띈다. 해당 연구는 안티 퀴어를 위해 ‘안전주의’에 근거한 파시즘 운동이 벌어진 뉴질랜드 지역사회의 사례를 중심에 두면서 버틀러의 우려가 비유럽권에서도 실질적으로 발견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혹은 자스민 데즐링(Degeling, 2024)의 경우처럼 오늘날의 파시즘은 단일한 억압 체제가 아닌 젠더, 인종, 장애와 같은 차이에 대해 차별적 폭력을 행하고, 이를 네트워크를 통해 혐오‧배제‧권위주의를 확산시키는 디지털 파시즘의 개념을 중요하게 다루면서 젠더에 대한 반감을 파시즘의 요소로 꼽는다. 이처럼 국제적 최신 파시즘 연구의 경향성 중 하나로 젠더 및 퀴어 담론과 기성사회의 갈등을 파시즘적 현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흐름이 포착된다.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민주화 이후 한국 파시즘에 대한 논의는 2020년대에 이르러서까지 각종 이슈들의 발발과 함께 현실에 발맞춰 확장되어 왔다. 박근혜 탄핵 정국에는 국정원 정치로 대표되는 국가주의와 파시즘의 구조화에 대한 논의(Kim, 2014)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발발한 시기에는 부활하는 제국주의와 파시즘에 대한 논의(Jung, 2022)가, 트럼프 2기 이후 윤석열 정권의 폭압적 정책과 집행 속에서 『현장과 광장』은 파시즘을 특집으로 다루기까지 했다. 이렇듯 파시즘에 대한 생애사적 경험을 가진 한국 학계에서는 많은 연구와 논의들이 각각의 이슈 속에서 파시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사안 별로 파시즘적 현상의 이데올로기적 특징을 포착해 왔다. 그리고 2024년 12‧3계엄 이후, 파시즘은 학계의 언어에서 다시 광장의 언어가 되었다. 민주주의의 위기와 회복에 관련하여 많은 연구들이 나왔다. 『민주법학』은 긴급특집을 편성하면서 12월 3일 계엄의 불법성을 논했고(O, 2025), 강우진(Kang, 2024)과 지병근(Ji, 2025) 등 많은 학자들이 계엄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와 회복에 대해서 논했으며, 권창규(Kwon, 2025), 최명호(Choi, 2025)는 한국 민주주의의 최후의 수호자였던 평범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민주주의 담론을 벗어나서도, 해당 사태를 부정적으로 확장시킨 토양으로 윤성민(Yoon, 2025)과 정용택(Jung, 2025)은 교계의 극우세력의 정치화를, 김성해(Kim, 2025)는 레거시 언론의 우경화를 꼽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마무리되지 않은 계엄 이후의 연속적인 사건들 속에서 민주주의의 위기, 헌법 해석, 언론보도 양태 조사, 광장의 시위대에 대한 인터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급변하는 현상을 다루었기에, 해당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에 드러난 한국 사회의 파시즘적 경향성에 대한 심도 깊은 해석과 연구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한편으로 파시즘, 신극우주의, 민주주의의 위기 등으로 활발해진 국내의 논의는, 상기했던 국제적 연구의 동향과 같은 키워드를 사용하더라도, 공간과 역사의 차이에 따른 구체적 형태의 차이가 있다. 특히 상기했던 국제적 연구의 두 흐름(극우민족주의, 젠더 담론과 파시즘 현상의 관계)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에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조건과 차이가 두드러진다. 이 차이를 결정적으로 만든 것이 12‧3 계엄과 이후의 흐름들이다. 이 지점이 오늘날 한국 파시즘을 이야기할 때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특수성이라고 판단한다. 여기서 확장된 두 번째 중심 질문이 만들어진다. “(한국 사회를 파시즘적 사회라고 가정하였을 때) 한국 파시즘의 특수성은 무엇인가?” 결국 한국 파시즘을 논함이란 이 특수성에 대해 논함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본고는 이 특수성이 무엇인지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특수성은 오늘날의 신극우주의와 파시즘 현상을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할 때에도 해외의 연구를 직접적으로 접목시키기 어렵게 만든다. 일례로 자본주의의 구조와 그 내적 한계를 강조하면서 신극우주의 문제를 후기 파시즘(Late Fascism)으로 해석하는 입장을 한국사회에 적용시킬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으로 알베르토 토스카노(Toscano, 2023)는 오늘날의 미국을 중심으로 현대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등장한 후기 파시즘 개념의 현대적 적용을 시도한다. 그는 파시즘이 단순히 1900년대의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내재적 위기 구조 속에서 되풀이되는 ‘자본주의의 자기보존적 반혁명’으로 파악하며, 인종주의적 국가 폭력을 통해 지속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입장은 파시즘을 “후기 자본주의의 정치적 모순들로 인한 재앙적 귀결”이라 해석하는 라스무센(Rasmussen, 2024, p. 22)의 주장과도 유사하며, 한편으로 고전적 파시즘으로 모두 포섭할 수 없는 오늘날의 특수성들을 담아내고자 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인종주의와 권위주의의 과잉 동일시’라는 토스카노가 제시한 후기 파시즘의 발전 원리가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갈등 역사가 있어왔던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다뤄졌기 때문에 다문화 사회의 후발주자인 한국에 직접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국 사회의 파시즘을 다룰 때에는 이 특수성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 한국의 파시즘적 경향성들은 전세계적인 극우민족주의의 한 갈래일 뿐이라고 보기에는 한국의 파시즘적 경향성은 일반적인 극우민족주의와 달라 보인다. 한국은 EU처럼 대규모의 난민 혹은 미국처럼 다수의 이민자 유입이 비견할 만한 수치로 이뤄지지 않았고, 극우민족주의 또한 유럽 전역의 그것과 비교하면 양태가 다르다. 특히 민족주의에 대한 정의와 인식에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한국의 민족주의는 국가와 저항세력에 있어서 서로 다르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국가권력은 민족주의적 동원을 통해 국민의 욕망 분출과 결합하고자 하였고, 이를 통해 남한에서 반공주의적 그리고 경제개발의 주체로서 국민을 생산했으며, 동시에 대항세력 또한 삼민주의를 권위주의적 정권에 대항하는 중요한 이념적 가치로 삼았다(Hong, 2019). 급진적 젠더 담론과 사회적 갈등 또한 상대적으로 약하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위시한 혐오범죄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차후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가 심화될수록 많아지는 소수자 집단을 고려했을 때 중요한 문제이긴 하나, 아직 혐오범죄를 법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Kim & Jang, 2022).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파시즘 현상은 12‧3계엄 이후 분명한 형태를 갖추고 도래했다. 광장과 온라인에서 계엄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서부지법 폭동이 일어났으며, ‘계몽령’이라는 언어도단이 일어났고, 탄핵 정국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다시 윤석열’을 외치는 사람들과 그 구호는 지속되고 있다. 오늘날의 파시즘을 극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다가올 파시즘을 예방하기 위해서 12‧3 계엄을 기점으로 표면화된 한국의 파시즘 현상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이를 통해 오늘날 한국의 파시즘 현상을 설명하기 적합한 해석의 단초를 찾아보고자 한다.

III. 한국사회의 위기감과 혐오

오늘날의 한국 사회 파시즘 현상의 대상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12.3계엄 자체도 파시즘적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이때 말하는 파시즘이란, 민주화 이전의 파시즘, 소위 ‘군부 파쇼’의 형태를 취하는 권위주의와 쿠데타의 형태를 짚는 것으로서, 파시즘 이론과 연구의 분류에 따라 파시즘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이병창의 입장(Lee, 2023)처럼 파시즘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특히 유럽 중심의 고전적 파시즘 개념을 중시한다면 파시즘이라기보다는 ‘전통적 독재’의 부활시도 정도로 결론지을 수도 있다. 본고에서는 12.3 계엄 자체가 파시즘으로 정의되는지, 혹은 어떤 종류의 파시즘인지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12.3 계엄을 계기로 하여 한국 사회에 서부지법 폭동으로 대표되는 파시즘적 현상이 일어났고, 그 현상이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 아님을 간단하게나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서울서부지방법원(2025)에 따르면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1월 16일 소수의 인원을 시작으로, 1월 18일 11시 경 법원 앞 미신고 집회에 참여한 약 3,300명에서부터 16시 20분 경 약 42,000명까지 늘어났으며 18시 경 후문 월담 사건이 발생하면서 17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것으로 사건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후 19일 오전 3시 경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시위는 격화되었고 벽돌 투척 등으로 경찰 부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후는 널리 알려진 바처럼 후문을 강제 개방하고 경내 침입과 시설 파괴가 일어났다. 해당 사건으로 처음 기소된 피고인만 63명에 달하고, 추가 기소된 자까지 포함하면 137명 가량으로 늘어난다. 이들은 짧게는 1년의 징역형에서 길게는 5년까지 구형되며 차례로 선고를 받고 있는 중이다. 피고인들의 특징으로는 20~30대가 각각 28명, 47명으로 전체 비율의 약 55퍼센트를 차지하고, 직업 현황에서 전체 인원 중 99명(약 72퍼센트)이 무직(38명) 혹은 기타(61명)에 해당하며, 남성이 123명으로 총 인원의 약 89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점이 있다.

이 사건을 12‧3 계엄 이후 대표적인 파시즘 현상으로 꼽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일반적으로 파시즘과 권위주의 독재를 나누는 중요한 잣대가 되는 대중동원의 요소이다(Paxton, 2005, p.471). 해당 사건의 피의자들은 배후와 의도적 투입이 이뤄진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특정 조직의 지시가 아닌 유튜브, SNS, 거리집회 등 복합적인 접근법을 통해 스스로 모인 하나의 조직으로 묶기 어려운 불특정한 소속을 갖고 있지만 선동자들이 존재하며, 선동의 확산 과정에서 거짓정보가 덧붙어 온라인 네트워크 속에서 확대 재생산된다. 이러한 새로운 매체환경에 따른 대중동원의 지점에서 본 사건은 오늘날의 파시즘 현상으로 정의되는 미국의 국회의사당 폭동(January 6th riot)과 매우 닮아 있다. 2021년 1월 6일 수백명의 사람들이 트럼프의 선거 도난 선동에서 비롯된 소셜미디어의 선거 허위정보를 공유했던 이들은 명확히 조직화되지 않았음에도 폭력적 전복에 참여했다. 구성원의 특징으로는 사건 직후 체포된 691명 중, 84퍼센트 가량이 남성이었고, 평균 연령은 41세, 주요 인종은 백인으로 98 퍼센트에 육박한다. 이들 중 일부는 폭력적 극렬주의 집단(Proud Boys 등)에 소속되어 있었다. 특이한 점으로는 군 경력이나 배경에 있는 이들이 19퍼센트 정도로 높게 파악된다는 점이 있다(Wang, 2022). 이러한 폭력적 전복 시도는 미국 내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네셔널리즘을 위시한 민주주의의 자유를 포기한 구원적 폭력의 추구로 평가되며, 정치적 양극화와 높은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위기 속에서 발생한 파시즘의 발현이라 평가된다(Hall, 2025).

이러한 차원에서 보자면 서부지법 폭동 사건은 극단주의적인 정치인을 아이콘으로 삼는 총체적 혐오 운동의 정치화가 대중 동원의 형태를 띄며 한국에서도 본격화되기 시작되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파시즘적 경향성을 보여주는 사건인 미 국회의사당 폭동과 한국 서부지법 폭동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그들의 우상은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극우파 정치인이었으며(트럼프, 윤석열), 커뮤니케이션은 현실의 공동체보다는 가상의 공동체가 중심이 되었고(인셀과 일베), 사이비 선동자들(커티스 야빈과 전광훈 등)이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에게는 각각의 추종 아이콘에 따른 명문화된 표현적 혐오대상(이민자, 종북 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집단의 정의가 불분명하고 모순된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스스로의 역사가 이민자들의 역사이며 경제적 시스템 또한 이들이 없이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고, 한국의 경우 종북 세력이라는 표면적 혐오 대상은 실체의 모호성 때문에 혐오의 정당성을 위해 타겟이 된 인물이나 집단이 왜 종북 세력인지 논리적 비약을 거쳐야 한다. 혐오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그렇기에 대중동원에 이용 당하기 쉬우며, 편향적 정보에 취약한 점)과 그 모호한 혐오가 폭력의 형태로 표출된다는 점, 남성 중심의 구성원으로 이들의 박탈감을 중심으로 삼는 점은 한국과 미국이라는 역사의 차이를 떠나서 파시즘적 사건에 앞서 혐오의 기반을 마련하고 편향적 사고를 유도하는 커뮤니티 담론의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양 국가 간의 혐오의 대상이 되는 타자의 범주나 역사적 맥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각국에 존재하는 극우 메커니즘간의 결합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타자에 대한 제도적 지지를 받침한다고 맹종한 기관에 대한 폭력적 전복으로까지 나아가는 공통된 결과는 주의 깊게 살펴볼만하다.

이러한 파시즘적 경향성에 대한 통칭은 미국에서는 ‘암흑 계몽주의(Dark Enlightenment)’로, 한국에서는 아직 통일된 명칭은 없지만 12‧3계엄 이후 ‘계몽령’, ‘1월의 봄’ 등으로 자칭된다. 다만 암흑 계몽주의는 트럼프 2기를 맞이하여 MAGA 구호 아래 신반동주의(Neo-Reactionary)로 확장 중이며, 한국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확장성을 많이 잃어버렸음에도, 기존의 매카시즘(국민의힘)과 ‘여가부 폐지’를 위시한 각종 혐오 논리(개혁신당)로 회귀하여 제21대 대선 과정에서 활용되었다.

표 1.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과 한국 서부지법 폭동 비교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2021) 한국 서부지법 폭동(2025)
우상(Icon) 트럼프 윤석열
주요 커뮤니티와 선동 매체 인셀, 트위터 등 일베, 유튜브 등
구호 및 배경 Stop the steal, Dark Enlightenment 윤어게인, 계몽령을 위시한 계엄 찬성론
대표적 선동자 도널드 트럼프, 커티스 야빈, 스티브 배넌 외 전광훈, 고성국, 신혜식, 배인규 등 다수의 극우 유투버 외
표면적 혐오 대상 이민자 종북 세력
실질적 혐오의 작동 방식 네셔널리즘, 극우기독교 등의 배경 하에 아이콘 정치인의 선동과 정치적 집단주의 격화 극우정당, 극우기독교, 일베 문화, 극우정치 유튜버들의 자극적 선동의 혼합
실질적 혐오의 작동방식 공통점 타자에 대한 혐오가 특정 제도와 기관에 대한 불신 및 폭력적 전복으로 확장

자료: Hall(2023), Wang(2022)의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에 대한 연구와 한윤형(2025) 등의 극우 커뮤니티와 집단폭력에 대한 서술에서 착안하여 재구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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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계몽주의와 계몽령의 유의미한 공통점 중 하나로, 기독교의 ‘영성’이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점이 있다. 트럼프 2기 미 부통령인 JD 밴스나 트럼프 1기 수석전략가이자 2기 대선 캠프 밖에서 지원을 한 스티브 배넌 등 지금도 트럼프 2기에서 영향력 있는 암흑 계몽주의의 추종자들은 이단성 기독교 신앙을 중시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에게 영향을 끼친 ‘블로그 사상가’를 자칭하는 커티스 야빈은 군주제 부활을 주장했고, ‘실리콘밸리 멘토’라 칭하는 피터 틸은 자서전을 통해 경제적으로 성공한 자신에 대한 사회적 공격을 그리스도의 고난에 투영했다. 이들과 교류를 나눴고, 이러한 생각에 영향을 받은 밴스나 배넌 또한 기독교 신앙을 중요히 여기며, 자신의 극단주의적 종교관을 정치적 영역에 반영하고 있다. 배넌은 2021년 1월 6일의 미 국회의사당 폭동을 부추기는 발언을 하였으며, 공식석상에서 퇴출되었음에도 2기 트럼프 캠프와 꾸준한 교류를 이어왔다. 이들의 사상적 배경이면서,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의 이면에 있었던 암흑 계몽주의는 ‘소수만 즐기는 파시즘’(Esoteric Fascism)으로 평가되기도 한다(Johnson, 2022).

전광훈 또한 자신의 종교관을 정치적 영역에 반영하고 있다. 그는 이단성 판정을 받은 개신교 목사이자 자유통일당 초대 당대표, 유튜버이다. 그는 제25대 한기총 대표 회장에 당선될 때부터 종교인 과세 문제를 원점 검토해야 한다며 기독교 입국론을 주장하며 문재인 퇴진 집회 등의 정치적 행보를 이어왔다. 또한 꾸준히 특정 정치인에 대한 교계 차원의 지지를 강경하게 발언해 왔다. 2007년에는 이명박을, 2017년에는 장성민과 홍준표 대선 후보를, 2019에는 이후 총선을 앞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교계의 지지를 호소했다. 12‧3 내란 이후에도 윤석열에 대한 옹호와 이후 대선 정국에서도 김문수에 대한 교계의 지지를 호소했다. 2021년 미국에서는 배넌이 미 국회의사당 폭동을 부추겼듯이, 2025년 한국에서는 전광훈 또한 서부지법 폭동을 부추겼고, 본인 교회의 전도사들이 폭동 현장의 중심에 있었다. 이러한 양국의 파시즘적 경향성의 바탕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타자에 대한 혐오를 바탕에 둔 일종의 절멸주의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용택(Jung, 2025)은 한국 극우 개신교에 대한 최근 연구에서 이러한 현상을 개신교 ‘일부’ 또는 예외적 현상이 아닌 한국 개신교의 근본주의적 신학 구조와 역사적 배경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선악 이원론, 영적 전쟁 담론이 정치적 극우주의와 결합한 형태로 특정 집단의 제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위험한 절멸주의로 평가한다. 한편, 이러한 평가와 연구가 진보적 신학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유의미하지만, 해당 사건을 극우 개신교의 문제만으로 한정짓는 것은 한국 사회에 확산되는 파시즘적 경향성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극우 개신교의 문제와 역사가 길고, 해당 사건에 극우 개신교가 개입되어 있는 것은 맞지만, 피고인들이 모두 극우 개신교 단체에 소속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 사건을 계엄 이후 한국 사회의 대표적 파시즘적 현상으로 꼽는 두 번째 이유는 이 사건에 참여한 인사들과 해당 인사들이 소속된 집단의 이후 행적이 지니는 해소되지 않은 잠재성에 있다. 서부지법 폭동의 참여자들과 지지자들 중 일부는 이 사건을 ‘세계 3대 혁명 중 하나’라고 자찬하거나 자서전을 출간하고, 유튜브로 수익을 올리거나 후원금을 모금받기도 하였다. 이는 총체적 혐오 운동의 정치화가 단순히 일회적이고 일탈적인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이미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온라인 속 익명의 얼굴로 존재하고 동시에 사회 저변에서 서서히 표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해당 사건 자체는 종결되었음에도, 재현 가능성과 분위기가 오늘날 한국 사회에 잠재해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극우주의의 나이와 목소리가 변화하고 있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혐오와 냉담이 있다. 본 사건은 이러한 변화가 더 이상 예외적 일부나 극우주의의 변두리로 볼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음을, 이 한국 사회의 파시즘적 경향성을 심화시키는 신극우주의에 대한 실천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요한다.

그렇다면 본 사건에서 드러나는 특수성은 무엇인가? 두 번의 탄핵이 있었던 2016년과 2025년의 한국 극우세력의 대응에 대해 살펴보면 이 지점이 좀 더 잘 드러난다. 2016년 태극기집회는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 대한 대응으로서 일어났다. 주요 참여단체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육군3사예비역애국동지회’, ‘예수재단’ 등으로 전통적인 극우세력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연령층 또한 박정희 시대에 대한 젊은 시절의 추억과 성공의 동일시가 이루어지는 중년, 고령층이 중심을 이뤘다. 한편, 2025년의 비상계엄옹호 집회는 윤석열 탄핵 촛불집회에 대한 대응으로 일어났다. 주요 참여단체는 ‘자유통일당’, ‘세이브더코리아’, ‘윤사모’, ‘국민의힘’, ‘우리공화당’, ‘국민의힘 비대위 마이너 갤러리’, ‘자유수호대학연대’ 등으로 정치권의 적극적 참여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청년층의 참여도가 높다는 특징을 보인다. 상기했던 서부지법에서 발행한 ‘1‧19 폭동 사건 백서’에서도 다뤄지지만, 2025년 비상계엄옹호 집회와 직간접적 관계가 있는 서부지법 폭동에 있어서 무직 청년 남성층의 참여가 높았다는 점은 2016년 탄핵정국과 비교해서 확실한 차이점이다. 이러한 보수 및 극우 진영의 개혁 및 진보 진영의 운동에 대한 대응사회운동은 상대방 운동세력과 정치권력이 해소하지 못한 소득 격차, 세대 간극, 젠더 차별 등의 사회적 분열선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유인할 이데올로기를 구성하여 파편화된 개인들을 대거 동원해낸다(Lee et al., 2026). 한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의 경우에도 백인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점을 공통점으로 유의미하게 살펴볼 수 있지만, 두 사건의 방점을 ‘가난하고 소외된 남성들’로 꼽기에는, 한국의 경우 “비정규직이거나 직업이 없는 경우”가 피고인들의 72퍼센트에 해당하며(Seoul Western District Court, 2025, p. 66), 미국의 경우 이 비율이 훨씬 낮은 대신 군 경험이나 배경을 지닌 비율이 20퍼센트 이상으로 높다(Wang, 2022, p. 20-23)는 차이점은 두 사건의 발호에 있어서 맥락적 차이점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다시 돌아와서, 2025년 비상계엄옹호와 서부지법 폭동에 이르기까지, 왜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 남성이, 자신에게 도움을 줄 가능성이 낮은 대상을 우상화하고 행동으로 나섰는가? 이들의 이데올로기는 전통적 극우주의의 그것과 동일한가, 혹은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가. 이 지점은 2016년의 중심이 되었던 극우주의의 전통적 권위주의로서의 요소에 더하여, 2025년 새로운 세대의 불특정 다수를 포괄하는 극우주의의 새로운 층(layer)가 추가되는 지점이다. 말 그대로 새로운 극우주의가 파시즘의 이름 아래서 가시화된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오늘날 한국 파시즘의 특수성을 찾는 것에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이다.

필자는 이에 대한 키워드로 혐오와 위기감을 꼽아 보고자 한다. 이 두 가지는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다. 먼저, 혐오는 무엇인가? 혐오와 사회적 갈등의 연관성에 대해 고찰했던 누스바움(Nussbaum, 2015)은 혐오란 대상이 오염되었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며, ‘오염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접촉에 대한 극도의 증오’를 뜻한다고 말한다. 또한 혐오의 대상은 동물성을 상기시키는 것으로서 인간 스스로의 동물성과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혐오를 상기했듯이, 학습 이전에 발견되지 않는, 즉 ‘감각기관을 통해서가 아니라, 상징을 통해서’ 작동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혐오는 학습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혐오는 사회적으로 어떻게 드러나고 영향을 주는가? 누스바움의 주장에 따르면, “지배집단이 자신에 대한 두려움과 역겨움을 느끼게 하는 집단이나 사람에게 혐오를 드러냄으로써 이들을 배제하고 주변화”한다(Nussbaum, 2015: 37). 이러한 혐오의 정치적 작동 방식은 위기감을 방어적 자세에서 공격적 자세로 전환시키고 스스로를 정당화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혐오를 통한 타자의 배제에 대한 논의는 한국 사회의 다양한 위기를 분석함에 있어서 폭넓게 활용되어 왔다. ‘혐오군 감정(경멸, 증오, 비난, 경계, 두려움, 분노 등)’의 전사회적 영역으로의 확산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거나(Kim, 2017), 투사적 혐오 개념을 참고하여 한국 사회에 확장되는 배타적 순수성을 살펴보거나(Shin, 2017), 자신과 타자에 대한 무사유를 촉발하는 집단주의로 한국사회의 병리성에 집중하기도 해왔다(Park, 2016). 더 나아가 위기에 대한 집단본능과 타자에 대한 혐오라는 두 키워드는 2024년 계엄 이후 한국 사회에서 표면화된 파시즘적 경향성에 대해서도 유효한 측면이 있다. 혐오와 위기감이라는 두 촉매제에 의해 타인에 대한 부정은 파시즘을 위한 정제된 원료로 승화한다. 이 원료를 먹고 자란 오늘날의 파시즘은 2021년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를 위해 국회의사당에 점거로 나타났고, 2025년 한국에서는 서울서부지법 폭동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계엄 이후 확산된 혐오와 파시즘에 대한 연구는 주로 한국 개신교의 극우화 현상과 관련하여 다뤄지고 있다(Kim, 2025; Yoon, 2025; Jung, 2025).

다음으로, 위기감은 배수찬(Bae, 2025)과 에이미 추아(Chua, 2020)가 언급하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에 방점을 찍는다. 2015년을 전후해 한국의 경제는 수치적 풍요는 안정적 고점지대에 도달하며 1인당 GDP 3만 달러를 유지했고, 2020년에 이르러서는 1인당 국민총소득이 이탈리아를 추월했다. 그러나 부의 달성이 경제적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완성하진 못했고, 남은 것은 선진국진입담론이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한국의 청년 남성들의 박탈감은 고조된다. 배수찬은 이 지점을 가난한 청년 다수가 86세대와 민주당을 “정의를 독점하려는 위선자들”로 지적하고 분노하며 이 분노가 2022년 대선 투표장에서 윤석열을 선택한 이유라고 말한다. 에이미 추아는 미국 내 가난한 백인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위기감은 추아의 주장처럼, 집단본능을 자극하며 정치적으로는 부족주의로 후퇴한다. 백인 미국인은 ‘농촌, 중서부, 노동자 계급’과 ’도시, 연안‘지역의 백인으로 하나의 집단이 아니라 둘로 분열되어 있다. 이 경제적 위기와 박탈감을 가장 잘 활용한 것이 지금의 부통령 밴스이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나는 백인이긴 하지만 나를 북동부의 와스프와 동일시하지 않는다. 나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 계급 백인과 나를 동일시한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계이고, 대학을 나오지 못하고. 조상들은 남부의 노예제 경제에서 일용직 노동자였고, 그 다음에는 소작농, 그 다음에는 광부였던, 그런 백인들 말이다”고 적으며 트럼프 2기 대선 전후로 화제가 되었고, 트럼프는 러스트벨트 미국인의 정서를 노리며 그를 정치적 파트너로 택했다(Chua, 2020, p. 217). 추아에 따르면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밀어올린 정치적 부족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평등이 미국 백인들 사이를 어떻게 분열시키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중서부 백인이 보기에 연안 엘리트는 시장 지배적 소수집단이고, 이들은 분노와 혐오의 대상이 된다. 배수찬과 추아의 위기감과 혐오에 대한 해석은 미국의 좀 더 복잡한 인종과 이민자를 둘러싼 문제들을 덮어두고 본다면, 위기에서 혐오로 넘어가는 도식에 있어서 유사성을 띈다. 오늘날 양 국가의 파시즘적 사건의 현장에서 드러나는 것은 타자에 대한 혐오와 그로 인한 분노이지만, 그 근간에는 경제적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한편으로 이러한 경제적 요소가 혐오라는 정동과, 파시즘이라는 움직임과 필요충분조건 관계인 것은 아니다. 이 지점이 위기라는 말을 쓰지 않고 위기감이라는 말을 쓴 이유이다. 한국 사회에 널리 퍼진 오늘날의 청년층을 칭하는 말 중 하나인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문구가 영양학적으로, 수치적으로 허구일지라도 그러한 인식에 기반한 박탈에 대한 TV쇼, 유튜브, 광고, SNS 등의 문화산업의 영역을 거쳐 감각에 남듯이, 미국 사회에서 모든 지표에서 흑인들의 상황이 나빠도 백인 노동자 계급의 3분의 2는 백인에 대한 차별이 다른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보다 심하다고 믿듯이, 위기감은 수치적인 경제적 상황과 동일하지 않다. 이 감각이 실제 위기와 모종의 연관이 있으며, 혐오를 동력삼아 신극우주의적 현상을 이끌어낸다는 배수찬과 추아의 분석은 1967년의 아도르노와 만난다. 아도르노가 진단한 파시즘은 빈곤을 양산하는 자본의 집적 경향 속에 숨어있지만, 단순히 경제의 상황과 등치되지는 않는, 복잡성이 있는 그 무엇이었다(Adorno, 2020, p. 18).

IV. 특수성의 해석을 위한 단초들

1. 아도르노가 한국 파시즘 현상의 해석에 주는 의미

아도르노를 위시로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20세기 파시즘을 대상으로 하여, 파시즘의 부상과 사회적, 심리적, 경제적 원인을 분석하여 비판이론을 발전시켰다. 이들에게 파시즘은 단순히 정치적인 현상을 넘어,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와 개인 심리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이 핵심은 권위주의 비판에 있다. 이는 이후 홉스봄의 언급처럼 권위주의에서의 해방을 모토로 삼는 독일과 유럽 전역의 68혁명으로, 미국에서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운동과 히피 문화로 확장되었으며 사회주의 세계에까지 영향을 주었다(Kim & O, 2011).

아도르노는 권위주의적 성격 개념을 발전시켜, 파시즘의 심리적 기반을 분석했다. 이에 더해 1967년 독일에 급부상한 독일민족민주당(네오나치주의를 담고 있던 NPD)신극우주의 현상을 경계하며, 파시즘을 극복하기 위한 교육담론 또한 논한 바 있다. 더불어 호르크하이머와 함께 파시즘을 경제 구조와 권력 조직, 그리고 개인 심리의 상호작용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프로파간다나 경제적 구조로 파시즘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문화산업에서의 소외의 개념, 자유로운 개인의 소멸에 따라 파시즘에 취약해지는 사회에 대한 시대를 넘어선 통찰을 남겼다.

아도르노와 프랑크푸르트학파가 후세에 남긴 파시즘 분석을 위한 중요 개념으로는 권위주의적 성격, 구조와 상부구조를 꼽을 수 있다. 권위주의적 성격은 경직된 관습주의, 무비판적 복종, 권위적 공격성 등이 파시즘적 성향의 심리적 토대임을 설명한다. 구조와 상부구조는 마르크스주의의 경제적 토대와 문화,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상호작용을 재해석하여, 파시즘이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니라 심리와 문화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심리의 산물임을 강조할 경우 파시즘의 핵심은 권위주의적 성격에 있다. 이는 경직된 관습주의, 무비판적 복종, 권위적 공격성 등으로 나타나며, 개인 심리가 파시즘적 억압을 가능하게 한다. 문화와 이를 둘러싼 산업구조의 산물을 강조할 경우, 파시즘이 자본주의 경제구조와 권력 조직의 산물이라는 해석으로 연결되며, 파시즘은 특정한 권력 조직과 경제 계획, 그리고 권력에 대한 마조히즘적 성향이 결합된 현상이 된다(Boucher, 2022).

그러나 이들의 노력에도 오늘날의 독일은 신극우주의의 몸살을 앓고 있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같은 극우정당들이 서독 지역에서는 10퍼센트 내외로, 동독 지역에서 많게는 20퍼센트 이상의 지지율로 득세하고 있다. 난민 정책에 대한 반대를 시작으로 68혁명 이후 독일이 그렇게 극복하고자 했던 파시즘의 요소들, 타자에 대한 혐오와 극단주의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극우주의와 파시즘의 결합은 독일에서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아도르노는 신극우주의의 양상에 대해 다음과 같은 통찰을 건낸다. “파시즘 운동은 제가 사회심리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하고 특징적인 징후로 간주하는 오늘날의 저 변형된 점성술의 일종과 공통점을 보입니다. 그것은 바로 이 운동이 어떤 면에서는 파국을 원한다는 것, 세계 몰락의 판타지를 먹고 산다는 것입니다.”(Adorno, 2020, p 18). 1967년 4월 6일, 아도르노는 빈 대학의 강연에서 독일민족민주당(NPD)의 성장에 따른 신극우주의 현상과 새롭게 추동되는 파시즘에 대해서 바그너의 보탄과 같은 욕망으로 작동한다고 비판한다. 파시즘을 추종하는 이들은 자신의 사회적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몰락하기를 원하고, 그것도 자신이 속한 집단만이 아니라 가능하다면 모두가 몰락하기를 바란다. 파시즘 운동이 세계 몰락의 판타지를 먹고 산다는 말 속에 담겨있는 의미는 반세기를 넘어 오늘날의 신극우주의의 범람과 파시즘 현상의 발발에 있어서 마치 병 속에 담겨 있던 편지처럼 시대를 초월한 통찰을 준다.

특히, 2025년의 비상계엄 옹호집회와 서부지법 폭동에 이르기까지의 참여자들의 정동 공유 공간의 상징적 중심지였던 일베는, 이러한 아도르노의 지적이 유의미하게 적용된다. 일베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본격적인 극우커뮤니티 연구의 장을 열었던 김학준(Kim, 2022)은 문화산업 내에서 구성된 평범함(중산층의 꿈)에 대한 성취를 충족하지 못한 일베 유저들이 최종적으로 도달한 감각을 냉소라고 판단한다. 그는 평범 내러티브가 근대 한국의 국민 만들기 프로젝트의 장치라 가정하더라도, 보통 교육을 받은 모든 이들이 일베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일베를 단순히 과도함이라 칭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헬조선의 상황을 나열하고, 혐오하는 순간만큼은 타자화된 이를 댓글로나마 짓밟으며 스스로의 존재 의미 또는 우월감을 회복하고 불행의 원인을 타자에게 돌릴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보배’같은 중년층 중심의 커뮤니티나 ‘루리웹’같은 마이너 취향을 공유하는 타 남초 커뮤니티들이 분노할 때, 일베는 웃음에 대한 편집증적 강박 속에서 냉소를 보인다. 이 부분이 일베의 특수한 감정적 표현양식이고, 오늘날 한국에서 발현된 신극우주의의 특수성이 보여주는 일면이며, 반세기전 아도르노의 신극우주의에 대한 통찰이 2025년 이후 한국에서 의미를 지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신극우주의와 파시즘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67년 빈 대학 강당의 아도르노는 우리에게 세가지 요점을 전한다. ① 신극우주의에 동조하는 정치적‧경제적 반동적 인격들 또한 자기 자신의 명백한 이해관계가 문제되는 지점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반응함으로 도덕적 접근이 아닌 관심사에 대한 접근이 필요함, ② 권위주의적 인격과 극우 이데올로기가 형성하는 전체 콤플렉스의 실체가 실제로는 그들이 지명하는 적, 그들의 증오가 동원되는 적이 아니라는 것을 주지시키는 ‘내부로의 전환’의 필요성, ③ 신극우주의를, 신극우주의가 권위주의적 인격을 동원하는 트릭들을 확실하게 간파하고 정확히 기술하여 대중에게 일종의 ‘접종약’을 투약하는 것을 꼽고 있다(Adorno, 2020, p 50). 특히 아도르노의 마지막 지적은 오늘날 한국사회의 파시즘 현상을 분석하는 모든 연구자들에게 해당 연구의 실천적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아도르노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파시즘에 대한 논의는 21세기의 새로운 권위주의 현상을 이해하는데 아직도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롤린 암링거와 올리버 나흐트바이(Amlinger & Nachtwey, 2024)는 권위주의적 성격 이론을 활용하여 다시 등장하고 있는 파시즘 현상의 바탕을 ‘자유지상주의적 권위주의’라고 정의하고, 포스트 코로나 이후 혐오감의 사회적 성격과 퇴행적 근대화를 중심으로 파시즘을 분석하면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파시즘에 대한 통찰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고 있다. “권위주의 비판 이론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까?”라는 질문은 이들이 파시즘 현상 분석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문답이었고, 이들의 대답은 해당 이론이 70년 이상 지나고 사회가 변화했음에도 근본적인 발상은 유효하다는 점, 즉 자본주의 사회가 그 구성원을 통합하는 방식 자체에는 권위주의적 경향이 내재한다는 점이었다(Anlinger & Nachtwey, 2024, p. 181-190). 이를 통해 기존의 권위주의 유형에 있어서 자신의 이드 경향을 파괴적으로 외부로 돌리는 ‘무법자’ 유형과 현실을 상상의 대용물로 대체하는 ‘망상가’ 유형의 인물군이 현대 자유지상주의적 권위주의의 선구자 유형으로 중요성을 평가한다. 특히 코로나 시국 이후에 확대된 혐오의 정치화에 대한 문제들을 독일 전반의 신극우주의 확대 문제와 접목하여 다뤄내었으며, 이를 통해 권위주의 이론을 현대화하여 변용한 지점은 오늘날 한국의 파시즘적 경향성을 살펴봄에 있어서도 유의미한 접근의 단초를 보여준다.

2. 팩스턴이 한국 파시즘 현상의 해석에 주는 의미

파시즘 연구에 있어서 큰 영향을 준 이론가들은 주로 2차 세계대전 혹은 냉전을 직접 경험하면서 파시즘을 화두로 삼았고, 파시즘을 겪은 국가들의 체제선전 양식과 체제 규율화 구조의 특징에서 그 속성을 추출해낸다. 대표적으로는 아도르노의 권위주의적 성격 개념을 위시로 한 호르크하이머, 마르쿠제, 프롬 등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파시즘 논의, 억압에 대한 욕망을 탐구한 라이히, 반유대주의와 제국주의 징후를 경계하는 아렌트,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적대(antagonism) 개념을 통해 정치적 특수성까지를 이해하려했던 라클라우와 무페 같은 포스트 마르크스주의 이론 등이 있다. 대표적으로 꼽은 각 이론들이 주장하는 바나 분석의 근거, 분석의 사안 등 서로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나 파시즘을 복합적인 이데올로기 체계로 보고 그 성격을 밝혀내고자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파시즘 현상은 그 현상을 구성하는 사회저변의 조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팩스턴은 브레히트의 아르투로 우이가 보여주는 ‘자본주의의 앞잡이로서 권력을 손에 쥔 폭력배들의 정치 운동’이라는 최초의 파시즘에 대한 해석뿐만 아니라, 이언 커쇼의 히틀러에 대한 분석, 파시스트 대중에 대한 정신 분석을 시도한 빌헬름 라이히, 산업화로 인한 대중의 분노를 지적한 한나 아렌트 등의 시도가 모두 한계를 갖고 있음을 밝히고 "모든 나라의 파시즘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단 하나의 불변하는 파시즘 양식이나 미학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Paxton, 2005, p. 479-481). 현대 파시즘 연구에서 팩스턴이 준 영향은 이러한 차원에서 파시즘의 정의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연구의 중점으로 삼는 대상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띌 수밖에 없는 파시즘 이데올로기의 본질을 분석하는 것에서 방점을 빼고, 파시즘의 프로세스를 연구한 팩스턴의 방법론이 확산되면서 파시즘 연구는 이데올로기 연구를 넘어서게 된다.

그러나 이 ‘넘어섬’은 파시즘 연구에서 중요한 방점을 ‘파시즘의 과정’에 찍는 것이지, 각각의 파시즘적 사건들이 갖는 이데올로기적 측면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완전히 해소했다는 것은 아니다. 팩스턴의 논의가 파시즘 연구에 갖는 중요한 함의가 있는데, 바로 상기했던 ‘일상적 파시즘’을 위시로 점묘화를 관찰하는 듯한 일상에 대한 세밀한 시선을 파시즘이라는 만화경에 통과시키는 방식이 오히려 파시즘의 위험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팩스턴은 이러한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서는 “파시즘적 경향성”이라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여, 파시즘 이데올로기 분석 연구가 모든 파시즘적 사건의 공통되고 본질적인 이데올로기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한다. 팩스턴은 파시즘의 공통적 탄생원리에 대해서는 정의하지 않지만, 탄생 후 권력을 잡은 파시즘을 “하나의 합성물”로 보았다. 조금 더 자세히 인용하자면 “파시즘은 보수주의자와 국가사회주의자, 극우파라는 각기 다르지만 못 어울릴 것도 없는 세 성분이 자유로운 제도와 법치를 희생해서라도 활력이 넘치는 순수한 국가를 재건하고자 하는 공동의 열정과 거기에 걸맞은 공동의 적을 매개로 하여 한데 결합한 강력한 합성물”로 보았다(Paxton, 2005, p. 465). 이러한 합성물로서의 파시즘이 발전하는 과정으로, 팩스턴은 ‘파시즘 프로세스’를 다섯 단계로 구분한다. ① 파시즘의 탄생, ② 정치 제도 안에서 뿌리 내리기, ③ 권력 장악, ④ 권력 행사, ⑤ 파시즘 정권이 급진화나 정상화 중 한 가지를 선택하게 되는 장기 지속 기간(Paxton, 2005, p. 68), 그리고 이 단계는 순차적이거나 일방향적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팩스턴은 비시 프랑스 같은 ‘파시즘 후의 파시즘’이 유럽전역,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에서 재현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팩스턴의 주장을 참고한다면 오늘날의 한국 사회는 파시즘 청산의 길과 비시 프랑스 같은 ‘파시즘 후의 파시즘’이라는 두 갈래의 갈림길에 서 있는, 하나의 파시즘 이데올로기 분석으로 파악하기 힘든 특수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특수성에 대해서 김진석(Kim, 2005)은 민주화 이전의 한국 정권(특히 박정희 정권)을 팩스턴의 파시즘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논해 보자면 “엄격한 기준으로는 파시즘 정권이라 볼 수 없고, 다만 (팩스턴이 하나의 분류로서 구분한)일본을 본뜬 권위주의 정권이나 군사독재정권일 것”으로 평했다.

이러한 평가를 고려했을 때, 팩스턴의 이론을 그대로 한국 사회에 적용시키기에는 몇 가지 난점이 있다. 팩스턴이 분석하고 있는 고전적인 사례들은 1차 세계대전과 볼셰비키혁명에 영향을 받았다는 조건을 가진 이탈리아와 무솔리니, 독일과 히틀러이며, 현대에 이르러선 “네오파시즘이라는 유산은 독일과 이탈리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면서, 미국과 서유럽, 소련 붕괴 후의 동유럽, 라틴아메리카와 일본의 경우로 확장하여 살펴보고 있다(Paxton, 2005, p. 402). 이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한 국가 안에서 파시즘의 태동기(초기)의 ‘순수한’ 파시즘과 더불어 후에 나타나는 파시즘 정권의 파괴력까지를 고려하여 파시즘 현상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정의라면 초기 단계뿐만 아니라 후기 단계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수주의자, 국가사회주의자, 극우파 등의 “관계들의 그물”이 팩스턴이 칭하는 파시즘의 정의이다(Paxton, 2005, p. 464).

팩스턴의 파시즘 연구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파시즘을 분석하는데 주는 의미는 특정 역사적 사건(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고전적 파시즘)을 기반으로 파시즘의 본질을 설정한 후, 그 본질에 현실을 맞추는 방식을 벗어날 여지를 마련해준 것에 있다. 그에게 있어서 파시즘이란 명확하고 동질적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닌, 지역과 상황에 따라서 여러 다른 운동들이 있을 뿐이다. 그가 분석한 사례들 또한 20세기 초 유럽뿐 아니라, 유럽 외의 여러 지역에서 파시즘과 유사한 운동이 일어났음을 보여주며, 프로파간다의 문구에서 파시즘의 본질을 찾으려는 접근법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팩스턴의 파시즘이 주는 두 번째 의미는 파시즘의 이데올로기 분석 연구가 갖는 한계성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파시즘 연구에 있어서 민주화 이전에는 분명한 파시즘의 대상이 존재해 왔다. 이는 민주주의 담론과 파시즘 연구가 같은 배를 탈 수 있었던 시대적 정황이 있었기 때문에, 배수찬(Bae, 2025, p. 275)의 언급처럼, “타도해야 할 악의 세력과 지켜야 할 선량한 이웃이 뚜렷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아도르노의 권위주의적 성격 유형에 그대로 투영되는 여러 군부 독재자의 아이콘과, 이에 찬동하는 서북청년단 같은 추종 세력이 명확히 존재했다. 그에 따라 민주화 이후에도 이들의 후예나 유사한 이데올로기를 가진 세력을 표집하기 쉬웠고,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체계 속에서 공고화된 구조적인 파시즘의 잔재들을 살펴보기도 쉬웠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의 세대들이 사회에 참여하면서부터, 이러한 구분법은 점점 모호해진다. 모호해진 파시즘의 경계와 지지자들에 대한 연구들도 등장했지만, 그만큼 파시즘 정의 또한 모호해지게 되었다.

이 두 가지 의미에 기반한 접근법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파시즘 현상이 지닌 특수성에 근간한 개념 성립의 필요성을 부여해준다. 박지용(Park, 2026)은 이러한 맥락에서 12‧3계엄과 계엄 이후의 정치적 갈등을 단순한 쿠데타가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파시즘적 위험으로 보고, ‘민주적 파시즘’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민주주의의 질적 저하를 감지하고 경고하는 진단적 기능으로 활용”할 필요성을 논하기도 했다. 파시즘을 본질의 영역이 아닌 운동과 과정으로 보며, 비유럽권의 특수성을 파시즘 논의와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파시즘으로 칭해 버릴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그 특수성을 분석함에 있어서 현실과 사건에 기반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러한 가능성은 특히 2025년 서부지법 폭동 이후 가시화된 한국 신극우주의의 정동과 파시즘 현상을 논하는데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팩스턴의 논의에는 물질적, 정치적 구조로서의 자본주의와 계급 관계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빠져 있다는 한계(Lee. et al., 2026)가 지적된다. 이러한 구조적 논의의 부재는 파시즘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답변, 더 나아가서는 어떻게 하면 파시즘의 발생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답변을 이끌어내기 힘들게 된다. 이 지점에서 아도르노의 신극우주의에 대한 통찰과 팩스턴의 접근법이 교차하며 서로를 보완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권위주의와 문화산업에 대한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통찰을 통해, 어떻게 소외된 이들이 문화산업 속에서 권위주의에 이염되고, 미국과 한국의 두 폭동에 있어서 큰 역할을 했던 SNS를 포함한 총체적 소비와 문화산업의 구조가 오늘날의 파시즘적 경향성을 지닌 사건에 영향을 주게 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하나의 프로파간다가 아닌 움직이는 구체적인 운동으로서의 파시즘적 현상과 사건에 대해 현실에 기반한 해석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파시즘과 관련있는 문화적 요소들이 자본주의 내 산업으로서의 구조적 해석과 더불어 이들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위기감과 혐오를 낳고, 더 나아가 냉소를 띄며 “세계 멸망의 판타지”를 먹고 자라게 되는지를 한국 사회에 맞는 새로운 변용을 통해 살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V. 결론

이상으로 기존 서구이론의 직접적 적용이 어려운 12‧3계엄 이후 한국 사회의 혐오와 위기감이라는 특수성을 짚어보고, 이런 특수성과 관련하여 차후 한국 사회의 파시즘 연구를 위해 유의미할 아도르노의 신극우주의에 대한 통찰과 팩스턴의 파시즘을 운동과 과정으로 보는 시각의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계엄 이후의 대표적인 대중 동원이 이뤄진 파시즘적 현상인 서부지법 폭동에서는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었다. 먼저 한국 극우세력의 대응과 그 참여자에 있어서 2016년 태극기집회의 중심이 되었던 극우주의의 전통적 권위주의로서의 요소에 더하여, 2025년 비상계엄옹호집회와 이와 이어진 서부지법 폭동에 이르러서는 기존과 다른 정동을 지닌 새로운 세대의 불특정 다수를 포괄하는 극우주의의 새로운 층(layer)이 추가되는 지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조건에 위기감을 느끼며, 이 위기감을 혐오를 통해 잠시 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혐오를 발산하고 편향적 사고에 노출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의 알고리즘 속에서 냉소적 인간이 된다. 설혹 본 지면에서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은 서부지법 폭동에 대한 상고심이 모두 끝난다고 하더라도, 이 새로운 층의 참여자들의 배경이 되는 커뮤니티가, 더 정확히는 그러한 커뮤니티에 안주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경제적, 사회적 위기감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한국 사회의 파시즘적 현상은 일회성의 예외가 아닌, 잠재태로서 남아있게 될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파시즘적 현상이 지닌 잠재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파시즘에 취약한 세대를 위해 도덕적 접근이 아닌 관심사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고, 아도르노의 조언처럼 신극우주의가 권위주의적 인격을 동원하는 트릭들을 확실하게 간파하고 정확히 기술하여 대중에게 일종의 ‘접종약’을 투약해야 한다. 전자는 계엄 이전부터 이 새로운 레이어의 가능성을 품은 커뮤니티들을 연구해 왔던 김학준과 배수찬이 말했던, ‘이들과 인간적으로 대화할 것’이라는 결론과도 맞닿아 있다. 후자의 경우, 연구자들에게 중요하게 부여된 실천적 과제로 한동안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래의 과제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팩스턴이 파시즘 연구에 있어서 열어둔 서로 다른 운동으로서의 가능성은, 본 졸고가 꼽은 한국 사회의 특수성뿐만 아니라 여러 연구자들이 계속해서 찾아내고 있는 특수성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나타날지 모를 새로운 파시즘 현상과 그 특수성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에게 본문에서 풀지 못한 과제가 남아 있다. 4장 막바지에 간단히 언급만 하고 지나간 부분으로, 아도르노의 신극우주의에 대한 통찰과 팩스턴의 접근법이 교차하면서 서로의 빈 곳을 채울 수 있을 지점인, 오늘날의 파시즘의 특수성 중 하나인 위기감이 태동되는 물질적, 정치적 구조로서의 자본주의와 계급 관계에 대한 자본주의 내 산업으로서의 구조적 해석이 그것이다. 왜 한국 사회는 민주화 이후에도 경제적 민주화를 중심과제로 삼지 못했고, 그 결과인 위기감과 그 대응으로서의 혐오의 확장을 방조했고, 어떻게 현대 문화 산업은 이 위기감을 상품화하며 생활양식 전반에 구조화하면서 파시즘의 경향성을 증폭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 남은 과제는 차후 다른 지면을 통해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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